[인디언과 함께 짓는 마을학교 9]

▲동네 인문학 포스터- 인문학, 어디까지 가봤니

“우리도 모여서 공부할까요?” 어른이나 아이나 할 것 없이 무턱대고 공부하자면 손사래를 치기 일쑤이다. 그러나 인간은 평생 동안 공부하고 사유하고 실천하는 순환의 길 위에서 하염없이 걸어가는 존재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교육공동체가 소중하고 어른들의 동네에서 하는 공부가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시 말을 바꾸어서 “우리도 아이들과 함께 공부해 볼까요?”라고 했더니 즉각적으로 반응이 온다. “인디언, 어떻게요?” 그래서 다시 인디언이 사는 마을의 아버지들이 모였다. 은평시민대학이 내놓은 ‘질문하는 학교’라는 단위의 기획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동네 밀착형의 시민강좌를 하기로 방향을 잡은 터였다.

일단 여럿이 모여 밑그림을 그려나갔다. ‘인문학은 삶이다’ 라는 전제에서 출발하기로 하였다. 정보 범람의 시대에 불안한 삶을 사는 우리는 수많은 강좌 속에서 초조하게 거기에 젖줄을 대고 허우적거리는 것이 현대인들의 공부방식이다. 이런 방식을 분석해 보았다. 이런 식의 강좌는 한번 듣고 나면 지식의 포만감으로 돌아서지만, 현실과의 괴리로 일상으로 투영되지 못한다. 이는 잉태되지 않는 ‘불임의 지식’이고 ‘소비되는 인문학’인 것이다. 그래서 ‘생산하는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컨셉을 잡았다. “인디언, 인문학을 생산한다고요?”. 그래서 ‘동네 인문학’으로 이름을 붙이고, 이 삭막한 아파트 동네에 말 걸기를 시작하기로 하였다. 아이들과 함께! 인문학은 사람의 동선이고 사유의 궤적이므로 마을의 지문(地文)과 인문(人文)을 결합한 마을의 무늬를 짓는다.

우리가 만드는 동네 인문학!

우리 마을의 사정을 모두들 잘 알고 있는지라 의외로 이야기가 빠르게 진전되었다. 우리 동네는 통일로를 따라 ‘새마을 운동’으로 같은 크기에 같은 형태를 한 단독 주택들이 들어섰다. ‘한양주택’이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소중하게 가꾸고 살던 마을이 뉴타운이라는 무지막지한 토건적 폭력에 인문적 지형이 송두리째 묻혀버린 이 마을은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이곳에 새로운 동선을 내고, 자기만큼의 이야기를 심어, 아이들의 미래에 새로운 기억의 숲으로 가꾸어보자는 뜻으로 ‘동네 인문학’이 시작되었다. 장소성에 대한 탐구였다. 우선 아이들이 미래에 기억되는 마을이라는 장소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내용으로 강좌를 구상하였다. 그 기억 속에는 아버지와 어머니도 등장하고, 마을 곳곳에 재미있는 추억도 숨겨놓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먼 훗날에 각자가 심어놓은 추억 한 자락씩 꺼내 볼 수 있는 그런 마을 이야기 만들기인 것이다.

또 한 가지의 생각은, 부모와 어린이가 함께 만든다. 세대 간에 서로 건네는 삶의 지혜로 인문학이라는 소통의 다리를 만든다. 이는 한 세대의 지혜는 마을에서 축적되고, 다음 세대로 건네주어 다시 쌓는다는 뜻이 보태졌다. 장소를 펼쳐놓고 놀다가 옮겨가면서 흔적 남기기와 다시 다른 이야기로 재구성되는, 시간의 더께를 얹어서 새롭게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자라나는 장소가 되었으면 한다. 축약하여 인문학적으로 말하면, ‘노마드(Nomad)로 놀기’라고 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하면, 현실너머에 있는 상상을 현실세계로 끌어와서 동네수준값으로 하향시켜 재밌게 놀면서 인문학이 생산되기를 염두에 두었다. 아이와 손잡고 무심히 지나던 어느 골목이나 무의식의 공간이 일상으로 들어오는 놀이인 것이다.

공간을 짓는 마음으로

공간을 짓는 건축가인 인디언의 신념은 마을 주민이 되려면 동네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마을이라는 공간을 펼쳐놓고 그 속에 자기 이야기를 심어놓으면 비로소 내 동네, 우리 동네가 된다. 새롭게 요구되는 ‘마을에서 잘 살기’는 ‘동네에서 잘 놀기’이다. 동네에서 살아가기 위한 보편적 교양과목 같은 역할을 하는 장소의 인문학이 필요한 시대이다. 마을이라는 공간을 교양적 인문학으로 접근하여 일상의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 마을을 공간적, 인류학적 이해를 넓혀서 즐거운 삶을 나누기 위한 지적 즐거움과 생활의 재발견을 도모 한다. 즐거운 마을살이는 마을과 일상을 결합하여 삶을 리부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 우리는 동네인문학을 시도하는 것이다.

▲동네에 말걸기라는 주제로 허수아비를 만들고, 인삿말을 써넣어서 말걸기를 한다.

그리고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부모의 모습을 조명해 본다. 치열한 사회적 경쟁에서 퇴근후의 일상은 없다. 말 그대로 ‘피로 사회’를 사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와 함께 동네에서 어슬렁거림이 필요하다. 재충전을 넘어서 새로운 일상성의 재구축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마을살이가 새롭게 등장하는 이유이며, 이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직장 또는 가정에서는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로, 마을에서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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