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3월 초, 대한민국을 술렁이게 하던 사건이 있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바둑 대결이 그것이다. 구글의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알파고라는 인공지능과 우리나라 바둑계의 최고수인 이세돌 9단이 바둑 대결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 이세돌 9단은 자신 만만 했다. 총 다섯 번의 대국이 예정되어 있는데 “모두 승리 해서 5:0으로 이기겠다.“ 고 호언장담을 했던 것이다. 필자도 처음에는 그렇게 될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일차전, 이차전, 삼차전의 연속된 패배는 충격으로 다가 왔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기는가 ? 영화 속에서만 보던 일이 현실에서 일어난 것이었다. 이세돌 9단이 세 번을 연속으로 패배하자 바둑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학부모들이 가장 보내고 싶은 고등학교는 알파고” 라는 말도 생겨 났고, 서점에서 바둑 관련 서적의 판매량이 급증했다. 한편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도 증가했다. 미래에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생길 수 있는 현상에 대한 논의도 많았고, 없어질 직업에 대한 생각도 있었다.

 

의료계의 인공지능, 특히 의사가 환자를 진료 하는 분야의 인공지능은 어디 까지 와 있을까?

현재 사회의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데에는 컴퓨터가 필수적이다. 컴퓨터의 연산속도는 인간보다 빠르기 때문에, 컴퓨터를 이용하여 다량의 데이터를 축적한 뒤 필요한 데이터만 추출하는 인공지능은 현재에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의료와 관련된 연구들은 여러 가지 학술지에 한 달에 수천 편씩 발표되고 있다.

이런 논문들을 모아서 분류하고 축적을 하고 있다가 적당한 키워드를 컴퓨터로 입력하면 관련된 논문들을 찾아서 보여주는 기능을 하는 데이터베이스가 있다. 10 여 년 전 만해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대부분 유료화 되어 있으며 검색 능력도 뛰어나다.

예를 들어서 배가 아픈 환자가 왔는데, 체온이 38도, 백혈구 수치가 15,000 을 컴퓨터로 입력하면 가능한 진단명이 쭉 배열되어서 나온다. 의사는 이런 결과들을 참조하여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를 치료한다. 이런 경우도 환자를 진료하려면 인간이 의사 수련을 하고, 컴퓨터는 데이터 분석의 보조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그런데 현재 IBM에서 개발 중인 ‘왓슨’이라는 인공지능은 학습을 통해 전문 용어를 이해하고 해석한 뒤 데이터를 분석해서 환자를 진료 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사람이 사물을 관찰하고 해석하는 것, 그에 대해 평가하고 결정하는 인지 시스템(congnitive system)을 그대로 모델링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이 무슨 말인가 하면 인공지능이 자신의 지식기반을 이용하여 방대한 지식 정보를 흡수하고 이해하는 자기 학습을 통해서 패턴을 만든다는 뜻이다. 한 마디로 사람이 의학 수련을 받는 것처럼 인공지능이 스스로 지식을 습득하고 자신 만의 의료 지식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컴퓨터이므로 사람처럼 게으름을 피우지도 않을 것이다.

지속적인 지식습득을 통하여 의학지식을 습득 하는 속도는 인간의 습득 속도에 비할 바 없이 빠를 것이고, 빠른 시간내에 많은 의학 정보를 축적할 것이다. 왓슨은 1년 간의 트레이닝을 거치면 전문가의 82 % 수준의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한다. 필자는 82% 라는 수치를 보고 “아직 인공지능이 의사를 대신하려면 멀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일류와 이류의 차이는 2%에서 생긴다. 자그마한 실수가 큰 차이를 나게 하는 의료에서 82 % 라는 수치는 인공지능만으로는 실제 의료에 적용할 수 없는 수치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발달해서 현재 보다 더 뛰어나게 된다면 어떨까?

의료는 사람을 고치는 지식과 기술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학문이 융합되어서 적용되는 융합 학문의 최결정체이다. 같은 증상과 질병을 가진 환자라도 사회환경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치료법은 서로 달라진다. 환자의 감정과 심리 상태는 치료 결과에 매우 큰 영향을 준다. 인공지능이 이런 것을 알 수 있을까? 필자는 왓슨이 빨리 진화하기를 바란다. 왓슨이 진화해서 왓슨과 인간 의사의 환자 진료 게임을 한다면 왓슨이 이길 것이다. 하지만 왓슨과 인간 중 누구가 환자를 잘 낫게 하는가하는 결과를 내어 본다면, 왓슨이 인간을 절대 이기지 못한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아니므로 인간의 질병을 알 수는 있어도 느낄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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