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아카데미 영화제 작품상은 한 지역신문사의 탐사보도 과정을 다룬 영화 ‘스포트라이트(Spotlight)’에게 돌아갔다. 미국의 카톨릭 교회 사제들이 오랫동안 은밀하게 아동들을 성학대하고, 그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해온 사실을 파헤치는 신문기자들의 활약상을 다룬 영화였다. 카톨릭 신자가 많은 보스톤 지역에서 카톨릭 사제들의 비행을 파헤치는 기사는 당사자들의 저항과 압력은 물론이고, 독자들로부터의 비난도 받아야했다. 그러나 <보스톤 글로브>는 2003년 이 탐사기사 시리즈로 미국 최고 권위의 언론상인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스포트라이트’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자, 많은 미국 언론들은 이 영화가 신문의 기능, 특히 권력집단에 대한 비판감시 기능의 중요성을 일깨워 줬다고 호의적 논평을 쏟아냈다.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묘사된 월터 로빈슨 기자는 좋은 언론보도가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특히 언론 외에는 대신 말해 줄 수 없는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잘 보여주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영화 ‘스포트라이트’에 등장한 2000년대 초반 진실과 정의를 위해 분투하는 신문기자들의 모습과 2016년 실제 언론 현실 속 신문기자들의 모습은 차이가 많다. 미국의 인터넷 구직 사이트 Careercast.com의 좋은 직업 순위를 보면 신문기자는 200개 직업 중 최하위인 200위였다. 신문기자와 더불어 최악의 직업 10개로 선정된 직업은 벌목공, 직업군인, 교도관, 택시기사, 소방관, 우체부, 방송기자, 사진기자, 요리사 등이었다. Careercast.com이 좋은 직업의 순위를 결정하는 요인은 작업환경, 급료, 업무스트레스, 미래전망 등이었다.

신문기자가 미국 최악의 직업 중 하나로 전락한 것은 신문사들의 경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신문사와 경쟁하는 다양한 뉴스매체가 등장했고, 독자와 광고주가 줄어든 신문은 경비절감을 위해 기자와 직원을 줄였다. 미국의 신문 기자수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줄곧 2007년 까지 55,000명선을 유지했으나, 이후 급격히 감소하여 2015년에는 32,000명으로 줄었다. 신문사의 인력감소는 자연스럽게 뉴스의 질적 저하를 가져왔고, ‘스포트라이트’에서 보여준 탐사보도는 먼 옛날 일이 되었다.

퓰리처상을 받은 <보스톤 글로브> 조차 신문기업의 위기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독자와 광고주 감소로 누적된 적자를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모회사 <뉴욕 타임스>는 2013년 <보스톤 글로브>를 7천만 달러에 매각했다. 20년 전 ‘뉴욕 타임스’가 지불한 가격 11억 달러의 6.3%에 불과한 액수였다. 2014년 <보스톤 글로브>는 보스톤 마라톤 폭탄테러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보도한 공로를 인정받아 다시 한 번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그렇지만 독자의 감소세는 줄어들지 않았다. 2002년 468,000 부에 달했던 발행부수가 2015년에는 115,000부로 줄었다.

수백 년 간 미국의 뉴스시장을 장악해온 지역신문들이 디지털 시대를 맞아 급격히 몰락한 것은, 경쟁보다는 독과점에 익숙한 시장 환경 탓이었다. 19세기 후반에는 각 지역마다개의 신문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20세기 중반부터 대부분의 지역에서 한 두 개의 신문이 뉴스와 광고를 독과점하는 형태로 굳어졌다. 그러나 21세기 초반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지역신문의 독과점 체제는 인터넷에 의해 붕괴되었다. 종이신문을 유료로 구독하던 독자들은 무료 인터넷사이트로 옮겨갔고, 신문광고의 주 고객이던 지역의 서비스 유통사업자들을 구글의 검색광고에 빼앗겼지만, 지역신문사들은 마땅한 대안이나 활로를 찾지 못했다.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지역신문의 경제적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경영이 어려우니 기자를 줄이고, 그러다보니 양질의 기사가 줄고, 그래서 독자가 줄고, 그래서 광고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의 궁극적 피해자는 지역사회이다. 권력자들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전통적인 언론의 역할이 부재하거나 위축된 지역사회는 산업적 경쟁력과 주민 삶의 질 모두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차원에서 지역신문의 건강한 생존환경 조성을 위해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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