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잎돼지풀은 위해한 식물이라기 보단 욕심이 많은 식물이라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은평구도 ‘생태계교란생물’이 서식 중

아까시나무, 족제비싸리, 가중나무, 돼지풀, 단풍잎돼지풀, 가시박, 뉴트리아, 황소개구리 이들에게는 외래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귀화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외래종과 귀화종은 의미가 좀 다르다. 외래종은 외국으로부터 인위적 또는 자연적으로 유입되어 그 본래의 원산지 또는 서식지를 벗어나 존재하게 된 생물을 말한다. 귀화종은 이들 외래종 중 야생상태에서 스스로 살아남아 세대교체를 반복하며 생존하게 된 생물이다. 사람에 비유하자면 외래종은 한국에 놀러 온 외국인이고, 귀화종은 한국이 좋아 귀화절차를 밟고 한국인이 된 외국인인 셈이다. 이런 외래종과 귀화종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자연적인 유입보다는 인위적인 유입이 주된 경로인데 지구촌이라는 말이 자연스럽듯 국경을 넘는 교류가 일상화된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에는 매사가 그렇듯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이 있다. 외래종도 오랜 세월이 지나 우리나라 생태계에 안정적으로 귀속된다면 우리나라 생물다양성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식용이든, 산림녹화용이든, 원예용이든 원래 사람의 쓰임을 위해 들여온 만큼 쓰임 측면에서도 도움을 주는 게 분명하다. 문제는 낯선 생물이 고유의 생태계에 편입되면 생각보다 큰 파장을 몰고 오기도 한다.

오랜 세월동안 육지와 단절된 상태로 고유의 생태계를 발전시켜온 섬의 경우는 특히 더 그렇다. 호주에서만 볼 수 있었던 고유한 생물군이 사라지는데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무분별한 외래종의 유입이었단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그래서 생태계 보전 측면에서 외래종의 관리는 매우 중요한 정책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엄청난 수의 외래종을 모두 관리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국가는 외래종 중 특히 우리나라 생태계나 사람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큰 생물을 연구와 평가를 통해 구분하고 이들 식물만을 대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이런 생물을 따로 ‘생태계교란생물’이라고 부른다.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는 ‘외래종 중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하거나 교란할 우려가 있는 생물’, ‘외래종은 아니지만 특정 지역에서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하거나 교란할 우려가 있는 생물’, ‘유전자의 변형을 통하여 생산된 유전자변형 생물체 중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하거나 교란할 우려가 있는 생물’은 위해성평가 결과를 토대로 환경부장관이 ‘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 고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현재 뉴트리아, 황소개구리, 붉은귀거북 종류, 블루길, 큰입배스, 돼지풀, 단풍잎돼지풀, 서양등골나물, 털물참새피, 물참새피, 도깨비가지, 애기수영, 가시박, 서양금혼초, 미국쑥부쟁이, 양미역취가 지정되었다. 동물보다는 식물이 많다. 단풍잎돼지풀, 돼지풀, 서양등골나물, 미국쑥부쟁이는 은평구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식물이다. 서양등골나물은 봉산을 비롯해 산림지역에서 쉽게 볼 수 있고 돼지풀은 나대지, 빈터, 등산로 주변 양지바른 곳이라면 흔하게 만날 수 있다. 단풍잎돼지풀은 불광천과 창릉천을 중심으로 꽤 넓은 면적에 분포하고 있다.

미군부대 따라온 단풍잎돼지풀, 무조건 방제보다 토종식물과 조화를

그 중 단풍잎돼지풀은 단연 돋보이는 풀이다. 한해살이풀임에도 불구하고 크게 자라면 6m까지도 자라기 때문이다. 겨울이 되어도 크게 말라비틀어진 식물 잔해를 너저분하게 남겨 경관을 망치기도 한다. 집단으로 높게 자라는 성질 때문에 가끔은 작은 울타리 또는 숲처럼 느껴지기도 한데 참으로 엄청난 크기와 번식, 생장력이다.

단풍잎돼지풀은 북미가 고향이다. 머나먼 곳에서 어떤 연유로 우리나라에 오게 된 걸까? 미군의 군수물자에 섞여 들어왔을 거라고 추측하는 이가 많다. 그러다보니 미군기지 근처에 많다. 의정부 주민들은 ‘양키풀’이라고 부른다. 의정부에는 미군기지가 많았다. 미군에 의해 들어온 풀이라고 직감하고 그렇게 불렀을 것이다. 그렇게 처음 정착하기 시작한 풀이 지금은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돼지풀보다는 덜하지만 특히 하천 등을 중심으로 넓게 세력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단풍잎돼지풀은 하천을 세력 확장의 통로로 활용하고 있다. 하천을 따라 씨앗을 퍼뜨리며 널리 퍼져나가고 있는데 은평구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창릉천과 불광천에 흔하기 때문이다. 특히 외곽의 창릉천은 단풍잎돼지풀 천지다. 지금은 하천정비공사로 좀 덜한 편이지만 가을이 되면 하천 제방과 마른 물길 곳곳에 집단으로 자란다. 이런 식물이 집단으로 많이 자란다는 것은 그만큼 생태계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건강한 생태계는 스스로의 힘으로 한 종의 식물이 너무 과도하게 자리 잡지 못하도록 조절하기 때문이다. 불광천도 마찬가지다. 완전히 없애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겠지만 욕심내지 않고 적당한 숫자의 단풍잎돼지풀이 우리 토종식물과 조화롭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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