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0일은 36번째 장애인의 날이었다. 우리 사회에서는 장애를 개인의 문제로 보는 시선이 일반적이다. 심지어 법과 제도조차 그런 관점에서 시작되었다. 사실 우리와 사회는 장애를 시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장애인들이 스스로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는 소홀했다.

일상적으로 건너는 횡단보도를 한 번 살펴보자. 신호를 음성으로 알려주는 음향신호기는 있어도 작동하지 않거나 아예 없기도 하고, 인도에서 횡단보도로 내려가는 길엔 딱딱한 볼라드가 자리하고 있고,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단차가 높거나 경사로가 좁아 이동을 힘들게 한다. 어렵게 내려간다 해도 녹색등의 시간이 짧고, 중앙 버스정류장의 또 다른 단차에 막힌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신의 눈이 안보이니 신호등을 못 건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또는 “당신이 휠체어 이용자라 건너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라고 말 할 수 있을까? 모두가 안전하고 편할 수 있게 사회적으로 다 같이 준비하고 노력할 수는 없을까?

지하철역의 승강기 설치가 그랬고, 각종 건물 입구의 경사로가 그랬듯 약한 사람을 위한 시설물은 결국 어르신도, 아이들도, 유모차를 끄는 엄마들과 짐이 많은 청년들도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장애를 온정적인 시각에서만 볼 게 아니다. 그저 장애인의 날에 장애인들의 생일잔치 같은 일회적인 행사를 벌이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살기 좋은, 더 나아가 우리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사회적인 노력이 이뤄지는 날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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