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해 질 거에요. 당신도, 지구도

 

 
▲구산동에 위치한 전환마을은평부엌 밥풀꽃 전경

안전하지 않은 집밥

제초제를 뿌려도 죽지 않도록 조작된 유전자조작작물(GMO)들이 밥상을 점령한지 오래이다. 이미 밥상을 점령한 옥수수나 대두 카롤라유 등은 과자, 설탕, 기름, 음료 등으로 가공되어 밥상에 오른다.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참치캔에 기름조차도 인도의 GMO 면화의 기름인 면실류이며 이 면화 때문에 인도의 많은 농민들이 농약중독에 걸려 죽어나갔다. 결국 땅까지 병들어 농사를 포기하여 결국엔 높은 씨앗 값과 제초제 값을 갚지 못해 자살한 농부가 수 만 명에 이른다. 게다가 글리포세이트와 같은 맹독을 뿜어내는 제초제내성을 가진 작물을 뜯어 먹은 양들이 집단 폐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러한 위험한 먹거리들은 가공만하면 아무런 표시도 없이 수입되어 우리밥상에 버젓이 오를 수 있다. 게다가 GMO에 내성이 생긴 슈퍼잡초까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자연까지 파괴하는 주범이 되었다.

가장 안전한 집밥

집밥은 우리에게 어머니의 검증을 거쳐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상태의 밥을 먹을 수 있는 가정의 상징적 표현이었지만 더 이상 안전하게 집밥을 밥상에 올리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어머니는 물론 가족 대부분은 자본주의의 아래서 임노동자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빠르게 먹고 빠르게 일하러 나가야 한다. 그러니 좋은 재료를 찾아 정성을 들여 만들고 숙성시킨 요리를 만들어 식탁에 올리는 것은 어렵다 못해 이제 동경이 되었다. 그래서 TV는 너도 나도 집밥을 찬양하지만 진짜 어머니의 손맛은 알 수 없는 재료로 만든 화학성분인 설탕이나 MSG에 대체되었다.

안전한 밥이 먹고 싶다.

어떻게 길러졌는지 어떻게 유통되는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이 모든 것이 분명한 밥상을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기왕이면 이 밥상에 오르는 것들이 자연에 해가 되지 않은 방식으로 길러지고 우리에게 당도 할 수 있도록 탄소 발자국도 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까운 곳에서 온, 아는 사람들이, 건강한 방식으로, 정성을 들여 길러진 먹거리를, 아는 사람들이 요리하는 밥상을 차리고 싶었다. 그래서 밥풀꽃은 시작되었다.

동네사람들이 차린 밥상

지난해 전환마을은평은 도시농업을 하며 직접 농사지었던 작물로 된장도 담그고, 고추장도 담그고 심지어 벼농사도 지었다. 도시 한가운데라고 하지만 은평의 도시텃밭과 은평을 둘러싼 도시근교에는 많은 농지와 농부들이 있었다. 이들로부터 먹거리를 공급받고 수익을 만들어준다면 더 많은 도시농부들이 생겨나지 않을까? 그들을 계속 농사짓게 도울 수 있다면 어떨까?

또 동네에는 이름난 요리꾼들이 있었다. 그들은 MSG나 GMO에 오염된 식탁이 아닌 자신만의 방법으로 건강하게 요리한 식탁을 차리고 싶어했다. 그리고 늘 좋은 밥을 먹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이들에게 부엌이 있으면 어떨까?

또 마을사람들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가까운 사람들과 마을에서 함께 살며 건강한 관계들이 생겨나는 공간을 꿈꾸었다. 함께 모여서 마을의 이야기를 나누고 술잔을 기울이며 동네 대소사를 함께 하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밥풀꽃은 지난해 12월 먹거리 생산자와 요리사, 동네사람들이 함께 모여 한푼 두푼 모아 협동조합방식으로 구산역 인근에 개업을 했다. 아직 밥풀꽃은 반년도 채 안 돼 여전히 고군분투하며 지역에서의 자립을 고민하고 있다.

밥풀꽃은 실험중

밥풀꽃의 낮에는 텃밭의 재철 채소를 밥상으로 옮기는 재철 밥상이 차려진다. 매일매일 다른 밥상이지만 밥상의 주제는 단 한 가지 백반이다. 슈퍼마켓의 1년 내내 여름인 식탁이 아닌 사계절이 있는 텃밭에 맞추어 농부들이 주시는 재료로 차리는 텃밭에 맞춘 밥상이다. 지난 겨울에는 개업시기가 겨울이라서 두레생협과 같은 먹거리 협동조합에 의지를 했다.

저녁에는 동네의 생태적인 프로그램이나 도시농부들이 직접 기른 농산물로 차리는 밥상이나 술상이 열린다. 그래서 매일매일 저녁에는 쉐프도 바뀐다. 월요일에는 자급자족학교의 수업이 열리기도 하고 수요일엔 밥풀꽃에 먹거리를 생산하는 도시농부팀이 직접 요리를 하기도 한다. 또한 빠른 밥이 아니고 느리고 건강한 밥상을 차려 먹거리의 정의에 대해 고민하는 슬로푸드도 올라온다. 육식이 만들어낸 동물권의 침해에 대한 영화를 보며 건강한 채식 밥을 먹는 등 다양한 생태적 주제로 밥풀꽃영화제가 열리기도 했다. 때로는 황당하게 진짜 풀로 만든 요리가 올라오는 풀만찬회가 열리기도 한다.

가끔씩 동네의 이름난 술꾼들이 밥풀꽃의 술냉장고를 털어 술을 싹 비우고 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함께 울고 웃으며 동네이야기도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합석을 하기도 하고 어수선한 세상이야기가 반주가 되기도 한다.

밥풀꽃은 여전히 실험중이다.

밥풀꽃은 여전히 실험을 하고 있다. 유기농을 넘어 자연농에 가까운 식재료를 밥상에 올리기 위해 일반 식당에 비해 높은 식재료비를 지불하고 있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 직접농부들이 기른 식재료를 받음으로서 식재료비를 줄이고 또한 농부도 이익이 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관행적으로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식당노동자들이 일하는 식당이 아니라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정당한 노동시간과 의건비를 지급할 수 있는 경영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여전히 비싼 월세를 감당하는 일도 어려운 일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음식뿐만이 아니라 밥풀꽃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가치에도 동의해 찾아와 주길 바라고 있다.

밥풀꽃은 전환마을은평의 첫 번째 사업소로 도시에서도 로컬푸드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고 건강한 밥상을 차려 마을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의지로부터 시작되었다. 여전히 고군분투하며 시험은 계속되고 있다. 정답은 없지만 전환마을이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가 고스란히 전달되는 밥상을 우리는 차리고 치우기를 반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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