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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4월, 진달래꽃이 피었다!
  • 민성환 / 생태보전시민모임
  • 승인 2016.04.1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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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천이 왕벚나무꽃으로 하얗게 물들었다. 불광천만이 아니다. 온 나라가 그렇다. 마음의 봄은 꽃과 함께 오나보다. 하지만 실제 봄에 피는 꽃보다 가을에 피는 꽃이 더 많다고 한다. 삭막한 겨울을 지내고 맞이하는 화사함이라 우리의 감각이 봄을 꽃의 계절이라 받아들이는 것 같다. 과연 봄이다. 집을 나서면서 바라보는 앞산 언저리가 여러 꽃으로 울긋불긋하다. 아름다운 수채화를 보는 느낌이다. 중간 중간 분홍 기운이 자리하고 있고, 아래쪽으로는 노란색이 채색되어 있다. 중간 중간 하얀색이 공간을 채우고, 뒷배경으로 짙은 초록색과 붉은색 그리고 갈색이 자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분홍 기운이 강한 수채화다.

짐작했겠지만 노란색은 개나리와 생강나무요 분홍 기운은 진달래꽃이다. 하얀색은 왕벚나무꽃이요 짙은 초록색과 붉은색은 소나무, 마지막으로 갈색은 암반과 흙이다. 눈을 민가로 돌리면 더 많은 꽃들이 보인다. 자그마한 화단이나 화분 등 흙이 있는 곳에는 제비꽃, 냉이, 꽃다지, 서양민들레, 큰개불알풀이 자리를 차지하고 꽃을 피웠다. 내가 사는 동네는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조그마한 정원과 화단에 나무들이 풍성하다. 그 나무들 중에 백목련, 살구나무, 앵두나무, 왕벚나무가 한꺼번에 만개했다. 요사이 도심지를 돌아다니며 꽃 핀 수수꽃다리도 보았다. 몇 년 전부터 꽃들이 이렇게 함께 핀다. 예전에는 꽃 피는 시기가 나무마다 조금씩 달랐다. 진달래와 생강나무, 개나리가 선두그룹이라면 왕벚나무, 백목련이 후발주자였다. 지금은 한꺼번에 핀다. 봄이 짧아져서 그렇다. 짧은 봄 동안 꽃을 피우고 수정을 하고 씨앗을 만들어야 한다. 한해 농사를 망칠 수는 없기에 짧은 봄을 서로 나누어야 한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 기후변화는 식물의 개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무심한 우리만 그런 속사정을 모르고 있다.

나에게 봄의 꽃은 진달래다

진달래 꽃잎으로 비타민C 보충

돌아오지 못한 영혼들의 붉은 넋

 앞산 진달래는 멀리서 봐도 예쁘고 가까이서 봐도 예쁘다. 나에게 봄의 꽃은 왕벚나무가 아니라 진달래다. 대학원에 있을 때 진달래, 산철쭉, 철쭉을 구분하는데 한참 애를 먹었기 때문인지, 기자촌에 살 때 이른 봄이면 지금의 은평메디텍고등학교 뒤편 이말산을 오르며 바라보곤 했던 진달래꽃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진달래는 한반도가 분포 중심지이고 모름지기 우리의 문화 속에 깊이 자리 잡은 민속식물이다. 그래서 진달래와 관련한 이야기도 많고 풍습도 많다. 이름의 유래는 여러 의견이 있다. 어떤 이는 달래에 ‘진’이 붙은 것이라고 한다. 달래꽃은 달래꽃인데 그보다 더 좋은 꽃이라 해서 ‘진’이 붙은 것이라는 주장이 있고, 꽃빛깔이 달래꽃보다 진한 데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그와 달리 진한 분홍빛을 의미하는 사라져버린 우리말과 관련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진달래와 같은 친척인 철쭉의 새싹(꽃눈과 잎눈)을 만져보면 진득함을 느낄 수 있는데 진득진득한 철쭉 종류 새싹의 특징을 따 와서 만들어진 이름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에서는 진달래를 두견화라 부르기도 한다. 이에는 사연이 있다. 중국의 촉나라 망제 두우는 손수 위기에서 구해준 벌령이란 신하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국외로 추방당한다. 억울하고 원통함을 참을 수 없었던 그는 죽어서 두견이란 새가 되어 촉나라 땅을 돌아다니며 목구멍에서 피가 나도록 울어댄다. 그 피가 떨어진 자리에 꽃이 피었는데 그 꽃이 진달래라는 것이다. 두견이의 울음소리가 중국 사람들에게는 ‘돌아감만 못하다’는 뜻의 ‘부루구이(不如歸)’라고 들리는 듯해 이런 전설이 생겼다. 그런 이유인지 아침에 두견이의 첫 울음소리를 들으면 연인과 헤어진다는 속설도 있다. 두견이는 뻐꾸기과에 속하는 새다.

진달래 꽃잎으로 화전을 부쳐 먹는 화전놀이 풍습도 있다. 꽃잎은 시큼한 맛이 난다. 비타민C 때문이다. 겨우내 싱싱한 야채를 못 먹었던 우리 조상들은 이른 봄이 되면 봄나물뿐 아니라 진달래 꽃잎으로도 비타민C를 보충했다. 음력 3월 3일 삼짇날에는 솥뚜껑을 들고 들과 산으로 나들이 나가 진달래꽃을 따서 화전을 부쳐 먹었다. 화전놀이는 여자와 아이들만의 축제였는데 이날만큼은 집안에 갇혀 지내던 여성이 온갖 속박으로부터 해방되는 날이었다.

애주가들은 진달래 꽃잎을 따서 두견주를 빚기도 한다. 이렇게 먹을 수 있기에 진달래를 참꽃이라 부르고 그렇지 못한 산철쭉이나 철쭉을 개꽃이라 구분지어 부르기도 한다.

오랫동안 맺어온 다양한 인연 때문인지, 우리 시와 노래가사에는 진달래가 많이 등장한다.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이라 노래하던 김소월의 ‘진달래꽃’이 대표적이다.

진달래에게 부여하는 상징과 의미는 어떤 면에서 그 시대상의 반영일 수 있다. 2014년 4월 16일 이후로 어떤 이에게 진달래꽃은 화사한 봄날 돌아오지 못한 영혼들의 붉은 넋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민성환 / 생태보전시민모임  lpsk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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