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며칠 전 사랑니를 뽑았습니다. ‘뽑아야 하는데...’를 십 년을 반복하다가 드디어 헤어짐을 고했습니다. 사랑니를 뽑던 날 친구는 지옥을 다녀왔다고 합니다.

병원 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치과 진료는 유독 망설이게 됩니다. 비용에 대한 걱정과 치료과정에 대한 신뢰, 통증에 대한 두려움 등 이유는 다양합니다.

그렇다고 치과 진료를 미루고만 있을 수 없으니, 내가 믿고 다닐 수 있는 치과를 직접 만들기 위해 은평구 주민 1600명이 힘을 합쳤습니다. 4년 전, 이렇게 힘을 합쳐 살림의원을 만들어 낸 경험을 바탕으로 살림의료사회적협동조합은 이번엔 살림치과 만들기에 도전합니다.

보통의 병원은 의사가 개원하지만 살림치과는 조합원의 힘으로 만들어 집니다. 병원을 개원하는 과정에서 이용 당사자인 조합원의 다양한 욕구들이 반영될 수 있고, 조합원은 손님이 아니라 주체가 되어 병원 인테리어, 개원홍보, 모금 등 개원과정에 참여하게 됩니다.

살림치과는 8월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조합원의 힘을 모으고, 개원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개원에 필요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는 총 7차례의 열린개원회의 <개원애벌레>가 진행됩니다. 첫 번째 회의가 지난 3월 27일 구산동도서관마을에서 열렸습니다. 화창한 일요일 낮 시간 임에도 많은 조합원이 모여 살림치과 개원의 첫 삽을 뜨는 현장에 함께했습니다.

오늘의 별칭 만들기로 몸을 푼 후에 본격적인 치과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내가 꿈꾸는 협동치과>라는 주제에 맞게, 그 동안 치과를 이용하면서 좋았던 경험과 나빴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크게 진료 만족도, 진료비, 의료진 및 직원에 대한 만족도 등 3가지 분야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무조건 발치를 권유하는 치과가 있는가하면, 자신이 갖고 있는 본래 치아만큼 좋은 것은 없다며 치아를 보존할 수 있게 치료해 준 곳도 있었고, 똑같은 치아 상태를 보고도 10배 이상의 진료비 차이가 나기도 했고, 두려운 마음을 갖고 치과를 찾았을 때 치과의사의 친절한 설명과 세심한 진료에 마음이 놓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엔 해당 치과를 다시 찾지 않는 것은 물론 치과 진료를 회피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살림치과에 바라는 모습들을 적어보았습니다. 진료에 대한 바람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직원들의 근무 환경까지 생각하는 의견도 보였습니다.

이어서 치과전문의 박인필 선생님에게 치과 진료의 종류와 치료과정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사려깊으면서도 정직하고 솔직한 설명과 종합적인 사례를 접하면서 치과 진료에 대해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치과 진료 특성상 심미적 요소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데, 그 때 고려할 점들을 차근히 짚어주셔서)

치과 개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입지=목=자리=접근성이라고 합니다. 조합원과 미래의 조합원이 이용하기 편리한 장소를 찾기 위해 살림의료사협 유여원 상무이사가 은평구를 샅샅이 돌아보는 중이며, 현재 돌아본 부지에 대한 소개와 개원 절차에 대한 내용을 알렸습니다.

이 좋은 내용을 오늘의 참가자만 알고 있어서는 안되죠. 많은 조합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성공적인 치과 개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조합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다짐해 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SNS에 개원애벌레 내용을 공유하고, 개원 출자에 동참하고, 오늘 회의 내용을 친구에게 알리고, 다음 회의 때는 친구를 데려오겠다는 소소하지만 정겨운 약속을 나누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마을 주치의 살림의원 추혜인 원장이 제안한 ‘협동의자 만들기’를 통해 믿고 의지하며 하나 되는 시간을 확인하면서 1차 개원애벌레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습니다.

먹는 일이 자유롭지 않으면 그것만큼 괴로운 것이 없다고 합니다. 치아 건강을 통해 삶의 재미를 찾는 일, 살림치과 개원 동참으로 시작하세요~

저작권자 © 은평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