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해지기 전 갈현동 주택가 일대에 둘씩 짝지어 쓰레기를 줍고 다니는 노란조끼 청춘들을 보신적이 있나요? 필시 아침에 일어나서 제 이부자리 정리도 제대로 하지 않을 녀석들이지만, 마을청소 당번 날이면 끙자 한번 부리지 않고 쓰레기 봉투와 청소도구를 챙겨 이 특별한 외출을 한달 째 하고 있답니다. 좀 오글거리기는 하지만 일종의 암합의 결과랄까요? 슬쩍… 암합 행동강령 하나를 누설한다면 “마을에서 받은 사랑, 이제 우리도 보답하자!”랍니다. 가오에 살고 가오에 죽는 아이들이 스타일 구기는 노란 조끼를 기꺼이 입고 나서는 것을 볼 때 작공교사들은 음험한 미소를 짓는답니다. ‘40여일 생이별이 헛되지는 않았구나….’,

<작공> 역사 이래 처음으로 겨울방학을 하였습니다. 어쩔 수 없는 방학이었답니다. 날이면 날마다 새롭게 밀려오는 아이들을 감당하기가 사실 벅차기도 했지만, 잦아들지 않는 동네 주민들의 민원에 중대결단을 내려야 했답니다. 주차장에 모여 금지된 장난(?)을 하는 아이들, 거친 언행에 거듭거듭 주의를 줘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아이들을 더 이상 용납하기 힘들다는 이웃 분들의 항의 조처에 섭섭함은 잠시였습니다. 일상에서 겪으실 고충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불편과 불쾌를 조금만 더 감수해 달라고 부탁드릴 염치가 없었습니다. 마을에서 혐오시설로 낙인 찍혀가는 청소년 시설의 존립문제에 저희 역시 심각하게 봉착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작공> 문을 닫고 교사들은 비밀 모의를 하듯 문밖에서 기웃거리는 아이들을 애써 외면하며, <작공> 정체성과 전망에 대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 했습니다. 함께 마을에서, 유쾌하게 공존하며, 함께 성장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생이별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만났을 때 아이들은 성큼 자라있었다. 물론 남북이산가족 만남을 방불케 하는 신파장면이 연출되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절제된 감정에 조심스러워진 행동, 그야말로 품행이 방정하고 타의 모범이라도 될 듯한 범생이 코스프레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별한 보람이 없지는 않았던 게지요. ‘<작공>이 문 닫는 것보다야 우리가 변하는 게 낫다’는 깨달음 아닌 깨달음을 경험했다 할까요?

겸손해져 돌아온 아이들과 달리 교사들은 거만한 사감선생을 연기(?)했습니다. 일단 작공설명회를 개최하여 그 동안의 사태를 정리, 함께 해석해 보았고, <작공>식구가 되어 살아가려면 예외 없이 지켜야 하는 필수 사항을 설명했습니다.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인간적인 예의를 지키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생이별 이후여서 인지 잘 수용하였습니다. (교사들은 이렇게 믿고 싶답니다) 이 필수 활동에는 마을청소, 마을 어른을 초대해 듣는 인생특강 참여, 1인 1동 (적어도 1이상 동아리 활동 적극 참여), 텃밭활동이 있습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아이들은 마음이 하는 이야기는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순식간에 흡수합니다.

<작공>은 이렇게 ‘사랑과 우정을 경험하는 인생 배움터’로 진화해 가려 한답니다. 노란 조끼 마을 청소 결사대는 왕성한 활동을 벌이기 시작했고, 어떤 활동도 놀이화시키는 아이들을 보며 어른들이 잃어버린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됩니다. “어느 학교아이들인데 이렇게 착한 일을 하니?”라고 마을 어른이 물으면 “00 중학교인데요, 저희는 저어기 <작공> 학생들이에요.”라며 이미지 회복을 위해 속보이는 반응을 할 때 교사들은 전혀 상관없는 마을 주민인 것처럼 쓰윽 지나간답니다. 한패로 보이면 곤란한 스파이 영화의 한 장면 같다 할까요?

<작공>의 든든한 친구이신 온마트 팀장님을 모시고 ‘인생특강’을 들었습니다. 녀석들은 여전히 키득거리고 스마트 폰을 만지작거렸지만 팀장님의 굵직하고 진실한 인생이야기를 들으며 아직 살아보지 않은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았을 겁니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다는 것, 사람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것의 소중함…. 고맙습니다, 팀장님!

체육활동, 맨땅에 헤딩(학습지원), 라디오, 모듬북, 노래 개사로 마음치유하기, 씨네마 클럽 등… 생이별 덕인지 아이들이 성장한 덕인지 동아리 활동의 바퀴는 무사히 잘 굴러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에는 서오릉 텃밭에 진출하였답니다. 이영찬 신부님과 미디어 활동가 김현주 샘, 최영하 목공샘, 천인자 인문학 샘이 마음과 시간을 내어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대망의 농사짓기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모여서 텃밭에 가기까지 험난한 기다림을 감수해야 하지만^^, 작공 아이들이 삽질을 시작했답니다. 상추도 기르고 토마토도 기르고, 수박도 심어 그 동안 폐 많이 끼쳤던 동네 어른들을 초대해 대접하겠다고 호기어린 삽질을 하고 있답니다. 아마 여름이 오기 전 비빔밥 파티한다고 녀석들이 동네에 방을 붙이고 다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손으로 씨 뿌리고 물주고 수확해온 야채들로 말이에요. 힘들다고 난리면서도 삽을 놓지 않는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공부가 좋아, 농사가 좋아?” “농사요!!” 
이윽고 한 아이가 묻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농사지으면 먹고 살 수 있어요?”

아이들이 흙 만지며 배워갈 인생에 가슴이 설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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