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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용량 초과의 날’이라고 들어 보셨는지 모르겠다. 그런 날이 있다. 영어로는 Earth Overshoot Day라고 하는데, 매년 지속가능한 연간 소비 수준을 초과한 날을 ‘기념’하는 날이란다. 그날 이후부터는 지구가 제공하는 생산량 이상의 자원을 소모하고, 흡수하는 양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생태학적 적자가 발생한다. 씀씀이가 헤퍼 은행 이자로는 감당하지 못해 원금을 찾아 쓰는 꼴이다. 그 날짜가 매년 앞당겨지고 있다는 보고다. 1992년에는 10월 21일이었는데 2014년은 8월 19일이었다. 8월 19일 이후로는 지구의 속살을 갉아먹으며 살고 있는 셈이다. 이런 식의 삶은 언제까지 가능한 것일까?

한 자료에 의하면 2009년 한해에만 식용으로 도살된 동물들의 수가 대략 이렇다. 낙타 1,700,000마리, 물소 24,000,000마리, 암소 293,000,000마리, 염소 398,000,000마리, 양 518,000,000마리, 칠면조 633,000,000마리, 토끼 1,110,000,000마리, 돼지 1,300,000,000마리, 오리 2,600,000,000마리, 닭 52,000,000,000마리였다. 잡식동물이어서 육식을 마다하지 않겠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다. 인간을 위해 기꺼이 자기 목숨을 내준 동물들의 명복을 빈다. 원래 삶이란 끊임없이 다른 생명을 취해야만 유지되는 것이다. 나 또한 살아서 또는 죽어서 다른 생명의 밥이 될 것이고, 그리하여 모든 생명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다. 우리가 관계론적 존재인 이유이며 우리가 다른 생명에게 보여주어야 할 예의의 근거이다.

나무에게도 그래야 한다. 전 세계에 모두 몇 그루의 나무가 있을까? 미국 예일대 토머스 크라우더 박사를 제1저자로 하는 연구팀은 9월 2일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정답은 3조 그루 이상 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이 지표 실측 자료와 인공위성 사진 등을 종합해 추정한 결과이다. 현 인구 72억으로 나누면 1인당 417그루인 셈이다. 모든 나무를 돌보는 건 쉽지 않다. 그렇지만 417그루라고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전히 힘들겠지만,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위해 나의 나무 417그루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도록 돌볼 수 있다면 그만큼 지구는 더 풍요로워지고 아름다워 질 것이다. 다 자란 참나무는 70만 개의 잎을, 느릅나무는 500만 개의 잎을 달고 있으며, 나무 한 그루 당 잎의 표면적은 1천㎡가 넘는다고 한다. 그 잎으로 큰 나무 한 그루가 생산해내는 산소량은 평균적으로 두 사람이 하루 동안 숨 쉴 수 있는 양이며, 광합성 작용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한여름에는 최대 40명이 호흡할 수 있는 산소를 만들어낸다. 나무가 없다면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

나무는 경이롭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리버사이드의 산업 지대에 살고 있는 파머 참나무는 나이가 1만 3,000살로 추정된다. 자그마치 1만 3,000살이다. 최대 7,000살로 추정되는 일본의 조몬 삼나무, 4,500살로 보이는 중국의 리지아완 은행나무, 4000살로 회자되는 이란의 조로아스터 사이프러스 나무, 2000살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바오밥 나무도 있다. 우리나라에도 장수 나무들이 있다. 울릉도 관문인 도동항 입구 왼쪽 산꼭대기에 자라는 향나무의 수령이 2,000~3,000살인 것으로 밝혀졌다. 가장 오래된 나무다. 경남 하동군 화개면 국사암에 있는 사천왕수라 불리는 느티나무는 1,200살, 경기 양평 용문사 대웅전 앞에 있는 은행나무는 수령 1,100~1,500살로 그 뒤를 잇는다. 사람은 고작해야 100여년,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던 사람의 수명도 250여년이다. 지구의 역사에서 보면 인류의 역사는 찰나이다. 자연이 딱히 인간만 특별하게 여기지는 않는다. 생물종으로서의 인류는 지구의 관점에서 보면 아주 짧은 순간만 존재할 뿐이라는 냉혹하지만 분명한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런 직시 후에 오는 삶과 하루하루는 훨씬 더 소중하게 다가올 것이다.

새해가 들어서자 매년 그렇듯 계획을 세우며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을 했다. 문득 나이계산을 달리 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을 약 80살로 치자. 인생을 산을 오르는 걸로 자주 비유한다. 산을 오르고 내리는 것이 마치 인생의 흐름과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태어나서 꾸준히 산을 올랐다. 그렇게 40년을 보냈다. 어느 덧 정상이다. 이제 내려가야 할 시간이다. 출발했던 원래의 자리로. 정상을 떠난 지 7년이 지났다. 33년 후면 출발자리에 도착하겠지? 나의 생이 처음 시작했던 그곳으로. 이제 산을 내려오기 시작한 이후로는 해마다 나이를 하나씩 빼기로 했다. 현 나이는 그래서 33살! 나에게 주어진 33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니 매일 맞이하는 하루하루가 허투루 생각되지 않는다. 내년에는 32살, 그 후로는 31살, 30살, 20살, 1살 그리고 0! 어떻게 재미지게 산을 내려갈지, 어떤 방법으로 누구랑 함께 내려갈지 매일 매년 생각하며 살기로 했다.

산 아래에 도착할 무렵, 인공지능이 일반화되는 세상을 맞이할 것이다. 레이커즈와일은 2045년이면 특이점의 시대가 온다고 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해 그 이후의 시대는 예측불가능할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인류는 2016년 3월 9일과 3월 13일을 중 어느 날을 더 중요한 기념일로 추억할까? 산을 내려가는 과정에 반드시 확인할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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