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사고 계기로 창립, 은평을 에너지 전환과 자립의 도시로!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터진지 벌써 5년이 흘렀다. 아직까지 후쿠시마 사고는 수습되지 않았으며, 지속적인 방사능 유출로 후쿠시마는 생명이 살기 어려운 땅이 돼버렸다. 후쿠시마 사고는 핵발전과 중앙집중식 발전에 대해 반성하는 계기가 됐으며, 이후 세계는 탈핵과 소규모 지역분산형 발전을 통한 에너지자립이라는 전환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은평구에도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에너지자립을 실천하는 주민들의 모임이 있다. 핵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사회운동뿐만 아니라 햇빛발전소를 세워 착한 전기를 생산하고, 절전운동을 펼친다.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민주적 참여방식인 협동조합을 통해 이런 활동을 풀어간다. 조합원을 ‘에너지농부’라고 부르며 더 생태적이고 안전한 방식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주민들의 협동조합,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이다.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은 2013년 4월 19일 창립총회를 거쳐 그해 6월 법인으로 인정을 받았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지역에서 탈핵과 에너지자립을 고민하는 진보신당(현 노동당)과 녹색당 소속 당원들과 은평두레생협, 생태보전시민 모임 등 활동가들이 모여 만든 ‘핵없는 세상을만드는 은평시민연대’가 그 전신이다.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민성환 이사장은 “당장은 후쿠시마 사고가 던지는 충격이 커서 활동의 동력이 됐는데 시간이 지나고 일상의 삶을 살다보면 문제의식도 사라지지 않을까 고민을 했다”고 한다. 때마침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면서 협동조합을 통한 에너지전환 실천방법과 성공 사례들을 공부하면서 에너지협동조합에서 대안을 찾게 됐다.

후쿠시마 사고에 대한 문제의식이 컸던 만큼 협동조합의 출발은 순조로웠다고 한다. 특히 은평은 은평두레생협과 살림의료사협과 같은 협동조합의 기반도 있고 탈핵이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주민들이 많았기 때문에 협동조합을 만들기로 결의한지 한달만에 100여명의 조합원을 모아 협동조합을 출범시킬 수 있었다.

 
▲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창랍총회 

1·2·3호기 건립, 전기를 생산하다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에 있어 2014년은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어낸 한 해였다. 3월 29일 수색에 위치한 은평공영차고지 정비동 옥상에 태양과바람1호 발전소 준공식을 열고, 3월 31일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1호 발전소는 시설용량 50kW로서 연간 60mW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으며, 이것은 일반가정 20가구가 사용하는 연간 전력량이다. 이후 7월 12일에는 2호기 준공식을 열고, 7월 16일에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부지 역시 은평공영차고지 관리동 옥상으로 시설용량은 49.5kW이다.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은 2기의 햇빛발전소를 올리면서 참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재정마련은 둘째 치고 적합한 부지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은평구가 관리하는 공공건물, 서울혁신파크, 은평소방서 등 후보지를 물색했지만 건물의 안전성, 건물의 소유와 관리부처, 부지의 임대료 등 예상 밖의 문제에 부딪쳤다.

이런 어려움은 3호기 건립에서도 계속 됐다고 한다. 관내 학교, 북한산국립공원 주차장, 은평병원, 서부도로사업소 등의 부지를 알아봤지만 모두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교의 경우 학교 측과 교육청의 비협조로 어려움을 겪었다. 유력한 후보지로 선정한 서부운전면허시험장은 구조안전 진단을 통과하지 못했다. 다행히 서울시가 소개한 마포 난지물재생센터 유압펌프장이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 2015년 12월 12일 태양과바람3호 발전소(99.82kW)의 준공식을 열 수 있었다. 태양과바람1·2·3호 발전소는 정말 산전수전 끝에 맺은 결실이다.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은 작년 총회에서 올해에는 조합원에게 출자금의 3%만큼 배당금을 주기로 약속했었다. 하지만 3호기 건립이 지연되고 햇빛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가격이 폭락하면서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전력가격이 폭락한 이유는 신재생에너지의 이용과 보급을 촉진하고자 정부가 도입한 공급의무화제도(RPS제도)가 오히려 소규모 생산자의 수익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은 조합설립 이후 낸 적자를 만회하고 적은 액수지만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한다. 조합원들이 앞장서서 서울형 발전차액지원제도의 확대와 기후변화기금 융자제도 개선 등 서울시의 제도개선을 이끌어냄으로써 태양광발전 사업의 어려운 국면을 버틸 수 있게 됐다. 올해는 3호기를 가동하고 4호기를 추가로 건설하게 되면 규모의 경제를 이뤄 향후 협동조합이 지속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태양과바람2호 발전소 

에너지 감수성과 연대 감수성 높은 에너지농부들의 힘

협동조합의 역량은 조합원의 힘에서 나온다.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은 착한전기를 생산하는 가치지향적인 생산자들이며, 에너지 감수성이 높은 에너지 농부들이다. 탈핵과 에너지자립이라는 분명한 목적을 의식을 가지고 참여하며, 이런 열의는 밀양 송전탑 반대운동이나 국가의 에너지 전환을 요구하는 운동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연대활동으로 이어졌다.

민성환 이사장은 협동조합 자랑을 해달라는 말에 “열정적인 이사진들과 에너지 감수성이 높은 조합원들”이라고 답했다. 이어 “조합원들은 협동조합 일에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고민하고 끊임없이 연대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짧은 시간 안에 적자를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조합원들의 참여와 힘 덕분이라 강조했다.

“우리는 멋진 에너지 농부들이다. 은평구의 모든 옥상에 햇빛발전소, 모든 가정이 에너지절전소가 될 때까지 협동의 힘으로 한발 한발 성큼성큼 걸어가자. 우리가 서울을 바꾸고 대한민국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것은 어려울 지 몰라도 은평을 에너지 전환과 자립의 도시로 바꾸는 것은 할 수 있다.”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은 2015년 한해 총 113,642Wh의 전기를 생산했다. 이는 4인 가족 기준으로 약 37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기량이다. 또 깨끗한 햇빛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해 679,968kg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는 244,788구루의 어린 소나무를 심은 효과와 같다.

 
▲태양과바람3호 발전소 준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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