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3년 사이에 보건의료분야에서 많이 거론된 단어 가운데 하나가 ‘공공의료’이고 ‘공공병원’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진주의료원 폐업이라는 이슈로 우리 주변에 공공병원이 있음을 인식하기 시작하였고 작년 6월에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공공병원 존재 의미를 확인하는 계기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공공병원이 다른 일반병원과 비교할 때 무슨 다른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부딪히면 대답할 말이 궁색한 것도 사실이다. 취약계층 진료와 본인부담 진료비가 저렴하다는 점 외에 특별한 점을 찾기 어렵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기도 하다. 물론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운 시절에 저렴한 병원이 가장 공공적이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지만 그것만으로 세금을 들여 병원을 짓고 운영비를 지원한다고 하면 기존 일반병원을 통한 다른 지원을 통해 취약계층 진료나 본인부담 진료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쉽게 나올 수 있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공공병원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이유가 있을까? 필자는 의료의 공공성이라는 문제에서부터 공공병원의 필요성을 말하고 싶다. 청진기, 해열제, 주사기 등으로 대표되는 의료서비스는 그 자체로 공공성을 따지기 곤란하지만 의료서비스가 주로 부유층이나 도시지역에 집중되어 반면 저소득계층이나 농촌지역 등에서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때 이용하지 못하는 현상 같은 의료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의료공공성 왜곡이 발생한다. 이러한 의료공공성 위축에 대한 대응을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공공병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의료공공성 위축에 대한 공공병원의 역할은 물론 취약계층에 대한 서비스 충실성을 담당하는 것이다. 기초생활수급자 및 장애인분들도 일반병원에서는 진료비 본인부담이 상당히 있기 때문에 공공병원이 나서야 하는 경우가 많으며 무엇보다 보건소 등과 연계하여 질병예방 및 사회복지 문제 해결에 더 나은 여건을 공공병원에서 제공할 수 있다.

다음으로 중요한 의료공공성 문제라면 일반병원은 환자들이 질병에 걸려 병원에 오기를 기다리지만 공공병원은 환자들이 병원에 오지 않도록 미리 환자의 가정과 지역사회로 다가간다는 점이다. 이것은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공공병원이 최근 활발하게 시도하고 있는 내용으로 퇴원을 앞둔 환자들을 평가하여 가까운 시간안에 계획되지 않은 재입원이 발생되지 않도록 다양하게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공공병원은 일반병원처럼 의료서비스에 대한 입소문에 평가를 많이 받지만 시의회나 시집행부에 의해서도 평가와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환자에게 더욱 합당한 진료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의료공공성 영역이다.

무엇보다 보건소 등 지방보건체계에서 다양하게 시도하는 보건사업에 참여하여 의료전문성 영역과의 연계를 높이는데 앞장서는 대표적인 병원이 바로 공공병원이라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한다.

또한 지역사회에 흔한 만성질환과 감염질환에 관한 질병예방 교육에 앞장서고 메르스 같은 신종감염병이 문제가 될 때 이들을 격리하여 진료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한 공공병원의 역할이다.

이처럼 공공병원의 역할은 많은데 문제는 이러한 활동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입이 많거나 난치병을 고쳐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등의 활동은 공공병원에 쉽지 않은 일이고 지역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어려운 이웃을 돌보거나 흔한 질환의 예방을 위해 앞장서며 비상시를 대비하여 훈련하는 등의 일은 잘 알아채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 사회를 위해 필요한 일들이다. 다만 앞으로 이러한 공공병원의 활동에 시민들의 참여가 이루어지도록 공공병원의 문을 열고 기획부터 함께 한다면 공공의료 실천과정에도 시민들의 감시와 협조가 이루어질 것이고 공공의 편익도 훨씬 증가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어려운 이웃의 질병 치료와 간병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기획과정에 이웃주민의 참여가 있다면 실제 그들을 돕는 봉사활동에 이웃주민의 참여가 활성화 될 수 있다.

이처럼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공공의료 실천에 서북병원을 비롯한 공공병원은 적극 앞장서는 것이 필요하다. 비록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때문에 충분한 공공의료 실천이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이러한 공공의료 실현의 비전을 설정하고 적극적인 공공의료사업을 수행해 나간다면 많은 시민이 공감하는 공공병원의 모습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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