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른 생산시설 없는 서민들의 공간 은평, 사회적경제 기금 30억원 확정




“은평구가 협동조합의 도시가 될 수 있다는 비전이 보인다면 대단한 결심을 할 수 있다.”

 

김우영 구청장이 4월 1일 열린 생활공감 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대단한 결심이란 사회적경제 활성화 기금 설치를 염두하고 한 말이다. 당시 김우영 구청장은 100억 원 규모의 기금을 설치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그 이전인 2014년 11월 김우영 구청장은 캐나다 퀘벡의 협동조합 운동을 시찰하며 사회적경제에 대한 구상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후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구상 하나둘씩 꺼내놨으며, ‘사회적경제 기본조례’ 제정과 ‘사회적경제 활성화 기금’ 설치로 구체화했다.

 

이런 방안이 내년에는 보다 현실화된다. 당장 100억 원까지는 아니지만 30억 원의 사회적경제활성화 기금이 내년 예산으로 확정됐다. 예산부족으로 늘 어려움을 겪던 은평구가 골프장 부지 매각으로 처음 몫 돈을 쥐게 됐는데, 그 돈을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쓰기로 한 것이다.

 

구청 조직도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우선순위로 두고 개편한다. 기존 일자리정책과의 명칭을 사회적경제과로 바꾸면서 각 과로 흩어져있던 사회적경제와 관련 업무들을 집중시킨다. 일자리 정책의 중심이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로 보다 구체화한 것이다.

 

사회적경제 활성화 기금이란?

 

우선 ‘사회적경제 활성화 기금’을 알기 위해서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사회적경제는 일부에선 익숙하지만 아직 많은 주민들에게 낯설고 접근하기에 따라서는 매우 어려운 개념이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개념은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사회적경제 기본법’에 잘 표현돼 있다.

 

‘사회적경제 기본법’에서는 사회적경제를 “구성원 상호간의 협력과 연대, 적극적인 자기혁신과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사회서비스 확충, 복지의 증진, 일자리 창출, 지역공동체의 발전, 기타 공익에 대한 기여 등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모든 경제적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올해 5월 공포된 ‘은평구 사회적경제 기본조례’에도 “양극화 해소, 사회적 안전망의 회복 및 사회구성원 공동의 삶의 질과 복지수준의 향상 등 공공의 이익과 사회적가치의 실현을 위해서 협력과 호혜를 바탕으로 생산, 교환, 분배 및 소비가 이루어지는 경제시스템”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회적경제는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축소되는 다양한 공적서비스를 공동체 구성원들이 연대하고 협력해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방식을 통해 해결해 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역공동체나 시민공동체가 스스로 일자리, 빈곤, 복지, 육아, 교육, 먹거리, 의료, 생태, 주거 등 다양한 삶의 문제를 해결해 가는 것이다. 나아가 빈곤과 사회적 배제라는 신자유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적인 경제체제로서 제시되기도 한다.

 

특히 은평구는 사회적경제 모델을 적용하기에 적합한 지역으로 평가되고 있다. 은평구가 별다른 생산시설이 없는 서민들의 주거 밀집지역이기 때문이다. 삶의 다양한 문제를 풀어갈 공적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많고, 이를 해결하는 방식은 시장이 아닌 주민들 간의 협력을 통해 해결하는 풍토가 강하다.

 

그 결과 서울시 자치구 중 은평구가 회사법인 대비 사회적경제 기업 비율(2014년 말 기준 11.53%)이 가장 높은 것도 이런 경향을 반증한다. 올해는 은평구의 사회적경제 기업은 사회적기업 26개, 협동조합 93개, 마을기업 3개, 자활기업 3개 등 총 125개나 된다.

 

‘협동조합 기본법’ 등 사회적경제 관련법들이 제정된 이후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양적인 성장을 이루었지만 취약계층에게 일자리 및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투자를 통한 사업확대를 하기엔 어려움을 겪었다. 따라서 사회적경제 활성화 기금은 지역의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나선 시민들의 모임, 즉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협동조합 등을 육성하고 지원하기 위한 종자돈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사회적경제 활성화 기금, 어떻게 운영되나?

 

사회적경제 활성화 기금은 구청에서 출연한 30억 원과 서울시에서 2013년에 설치한 사회투자기금 10억 원을 지원받아 총 40억 원 규모다. 물론 은평구의 기금과 서울시의 사회투자기금은 운용 기준을 달리하기 때문에 분리해서 운영할 계획이다.

 

일단 사회적경제 활성화 기금은 사회적경제 기업에 대한 융자금으로 활용한다. 신협 등 지역의 토착금융을 대출 창구로 활용해 시중 금리보다 낮게 사회적경제 기업에 융자해 줄 계획이다.

 

하지만 30억 원 전체가 융자금으로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구청은 20억 원을 융자금으로 올렸으나 은평구의회 예산심사에서 첫 해인 만큼 기금의 안정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해 10억 원만 융자금에 포함시켰다. 나머지 금액은 은행에 예치해 두고 거기서 발행하는 이자수익을 사회적경제 지원사업에 쓸 계획이다. 일단 내년 한 해를 운용해보고 점차 융자금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로 나눠 융자해 줄 사회적경제 기업을 공모하고 심사를 통해 지원 대상을 선정한다. 심사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으며, 구청은 세부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회적경제 활성화 기금이 사회적경제 기업 성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기금의 안정성과 접근성 사이에 조화를 이루는 것이 관건이다. 중소기업육성기금의 경우 융자조건으로 대출금의 100%만큼 담보를 설정하도록 해 기금의 안정성은 확보했지만 중소기업들이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기 어려워 대출실적이 저조한 편이었다.

 

사회적경제 기업 대부분이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 보니 대출조건이 까다로울 경우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나 사회적 가치를 얼마나 실현할 수 있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융자대상을 결정할 계획”이라며 “다른 기금이나 서울시의 사례 등을 좀 더 심층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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