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과 함께 짓는 마을학교 6]

포도밭의 작심은 한 여름 밤의 꿈처럼 사라지고 학교로 공간을 이동하여 마을의 음악 축제로 꾸리기로 하였다. 아버지들과 교사 몇 분과 준비 모임을 꾸리고 행사 프로그램을 정리해 나갔다. 그러나 곧 난관에 봉착했으니 마을에서 음악 관련된 사람들을 거의 찾기 힘들뿐더러 학생들은 학교 축제인 ‘아람제’에서 발표하는 내용과 성격이 많이 겹쳤다. 

그냥, 아버지들이 주최하기로 하였으니 ‘우리가 무대에 올라서 서툴지만 흥겨운 무대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의견으로 좁혀졌다. 공동육아를 할 때 매년 송년회를 ‘해보내기 밤’이라는 작은 행사를 마련했는데 거기에는 부모들이 모여서 연습하고 무대에 올라 ‘망가지면서’ 노래와 율동, 연극 등의 무대를 꾸민 경험이 있어서 자신감을 얻었다. 모두 “그렇군요, 까짓, 한 번 해봅시다!” 라는 뜻을 모아 결행하기에 이르렀다.

아이들은 객석에서 부모들은 무대 위로!

항상 아이들이 무대에 올라서 솜씨를 뽐내거나 배운 재능을 뽐내는 형식에 익숙해져 있는데 이 무대는 역할 바꾸기다. 아이들은 객석에서 관객이 되고 어른들이 무대에서 솜씨를 자랑하는(?) 곤욕스러운 행사로 치러진다. 

1부에는 아이들이 평소에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장르의 음악과 무대공연들을 섭외해서 완성도와 흥미를 보태기로 하였다. 그리고 횟수가 보태지면서 이웃에 있는 ‘물푸레 합창단’, ‘꿈꾸는 합창단’ 등 지역사회와 연계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자연스런 파장의 확산이다.

이렇게 첫 해 공연이 실행되었다. 아버지 몇몇이 모여서 프로그램을 정리해 나갔고 1부의 외부 섭외는 인디언이 맡기로 하였다. 기획 및 연출은 인디언과 아버지회 담당인 김성수 선생님이 맡기로 하고 음악회 이름도 지었다. 

‘일만 하는 개미와 노래와 연주만 하는 베짱이’가 화제에 올랐다. 이 시대 아버지들은 아이들에게 ‘일만 하는’ 개미같은 노동하는 존재로 인식되어진다. 그래서 ‘노래하며 노는’ 베짱이가 부러울 뿐이다. 아버지의 일하는 일상적 긴장(tension)을 잠시나마 노래하며 즐기는 이완(relaxation)의 마을살이로 채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뜻이 담겨져 있다. 그래서 <우리동네 베짱이 음악회>로 정해지게 되었다.

음악회 준비는 투 트랙으로 진행되었다. 1부에서 진행 할 외부 초청공연의 섭외 및 조정이 진행되고 2부에 올릴 아버지 합창과 율동 무대 연습 및 가족단위의 음악 솜씨자랑 섭외로 진행되었다. 아버지회의 자발적, 강압적(?) 출연진이 꾸려져 나갔고, 그 외 가정통신문을 통해 출연 신청자와 가족 신청이 이루어 졌다. 인디언은 협소한(?) 인맥 망을 통해 초대할 대상들을 물색해 나갔는데, ‘이럴 줄 알았다면, 음악가들과 더 친분을 쌓아 둘 걸!’하면서 노심초사 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학교와 마을이 행사 홍보를 진행하면서 참여를 견인해 나갔다.

베짱이가 무대에 오르다

무대공연의 하이라이트로 설정한 아버지 합창단 공연연습이 쉽지 않았다. 합창곡과 율동곡도 정했지만 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서 평일 날 퇴근 후 시간을 맞추기에 애를 먹었다. 하는 수 없이 토요일과 일요일에 보충 연습을 하기로 했고 보기에 딱했던지 학교 선생님들도 여럿이 참여해서 분위기를 잡아나갔다. 

또 다른 고비는 인디언 같은 ‘음치’에 ‘박치’인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노래에 자신이 없을 뿐 아니라 노래방 분위기가 싫어서 안간 것이 후회되는 대목이다. 계속되는 삑사리(?)에 음정도 잘 안맞는지라 그야말로 민폐였다. 몇 번이고 중도에서 그만두겠노라고 이야기 했는데, “인디언 같은 사람이 있어야 재밌다”라든지, “합창이니 입모양만 잘 해”라고 격려인지 놀림인지, 암튼 기다려줬다. 그리고 솔로 대목도 떠맞게 되었다. 인디언이 낭패로다.

그러나 아버지는 용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연습에 속도가 붙었고 섭외 및 프로그램 준비도 순조롭게 진행되어 나갔다. 드디어 마을과 학교가 힘을 모아서 무대공연을 올리게 된 것이다. 눈사람, 보자기, 인디언, 달팽이 등 20여명의 00아빠와 00샘들과 함께 만드는 무대의 막이 오른 것이다. 다른 출연진에 비하면 실력 면에서는 많이 뒤떨어지지만 자신감만은 하늘을 찌를 태세다. 그러나 모두들 마음속에는 아버지를 떠올리고, 무대 밑에서 지켜 볼 가족과 아이들을 생각하며 초조하게 순서를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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