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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뱃속에 있을 때 니 뼈 만들라꼬 내 이빨에서 칼슘을 빼가가지고~ 엄마 이가 썩었다 아이가~”

 

어머니께서는 일 년에 한번쯤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결국 그 치아는 이런 저런 치료를 받다 몇 년 전, 제 손으로 뽑았습니다. 지나고 보니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었어요.

임신기간 중에 충치(치아 우식증)의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은 맞습니다. 입덧으로 인한 구토증상이 입 안의 산도를 높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치아는 혈액을 통한 칼슘이온의 교환이 일어날 수 없는 조직입니다. 즉, 치아에서 분해된 칼슘이 자신의 뼈나 태아로 가는 것이 불가능 합니다. 그러니 어머니 말은 틀렸지요.

 

그렇지만 아래와 같은 환자를 만난 이후로는 어머니 말씀이 맞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 환자가 첫 아이 임신 중, 충치로 인한 통증으로 치과를 왔습니다. 심한 상태였지만 태아 걱정에 출산 후에 제대로 치료를 받겠다 결심하고 임시치료만 받고 갔지요.

 

둘째까지 출산한 후, 발치를 해야 될 정도로 악화된 상태로 다시 왔습니다. 치가 계속해서 통증 신호를 보냈을 텐데 육아와 연이은 임신으로 자신의 몸을 돌볼 사이가 없었을 것이라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어서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또한 임신으로 인한 호르몬의 변화는 ‘임신성 치은염’, 즉 잇몸 염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염증이 생기면 잇몸이 붓고, 붉게 변하거나 잇솔질 할 때 피가 나기도 합니다. 때로는 앞니 사이의 잇몸이 산딸기 모양으로 붓기도 합니다(pregnancy tumor).

 

잇몸에 일어나는 이러한 변화들의 직접적인 원인은 프라그(plaque)입니다. 프라그는 평소에도 잇몸병을 일으키는 원인입니다만 호르몬이 이 과정을 더욱 촉진시키는 것입니다. 따라서 프라그 관리가 적절히 된다면, 즉 잇솔질을 철저히 하면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입덧을 하는 동안은 구역질(gag reflex)이 심해져서 입안으로 칫솔을 넣기도 싫을 때가 많지요. 잇몸이 아프면 더더욱 칫솔을 갖다 대기가 싫기도 합니다만 잇솔질이 프라그를 관리하는 가장 확실하고 쉬운 방법입니다.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치과에 들러서 검진을 받으세요. 아픈 곳이 발견되면 미리 치료를 받고, 관리방법을 제대로 배울 것을 권합니다. 임신 중에 치아나 잇몸이 아프거나, 임신 전 치과 검진을 놓쳤다면 임신 중기(2기)에 치과를 내원하면 됩니다. 잇몸 염증 치료를 위한 스케일링도 임신 중기에 할 수 있습니다.

 

치과에서 하는 국소마취는 임신이나 수유에 큰 영향이 없습니다. 치과 방사선촬영은 납이 들어간 앞치마를 착용하면 안전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응급상황이 아닐 때는 가급적 피하고 있습니다. 방사선 사진이 없는 치과치료는 완벽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임시로 생각하고 출산 후 방사선 촬영을 통해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자기 자신을 잊어버리기 쉬운 시기, 그래서 조심스럽지만, 프라그 관리 잊지 마세요! 치과치료는 묵힐수록 더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가고 성공률도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하셔서 힘들더라도 꼭 치과를 방문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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