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기후변화협상 최종 합의문이 타결되었다는 소식이다. 일정정도 예상했었던 결과다. 제정신이라면 파국을 선택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이제 모든 나라가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기로 했다.

 

또 2020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를 조성해 가난한 나라가 기후적응을 할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이번 세기말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무엇보다 지구평균 기온을 1.5℃ 상승에서 억제하기로 결정했단다. 이제 큰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향후 수십 년 내 화석연료 0%, 재생가능에너지 100%의 시대가 도래 할 것이다.

 

탄소경제에 의존해왔던 성장지상주의는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고 법과 제도, 정부구조, 기업경영, 생활양식 등이 모두 변해야 할 것이다. 발 빠르게 대응하고 변화하지 못한다면 그 충격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바야흐로 전환의 시대다. 거의 대부분의 나라와 환경단체가 합의문 타결 소식에 환영일색의 목소리를 냈다. 물론 냉철한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약속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걸 맞는 실천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다.

 

지금 현재 각 나라가 제출한 온실가스 저감 목표로는 지구온도 2.7℃ 상승을 어쩔 수 없다. 우리나라는 특히 심각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세계 각국이 제출한 온실가스저감약속을 분석하여, 2030년의 1인당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분석하였더니 한국은 9.4이산화탄소톤/인으로, 러시아(12.0), 미국(10.9)에 이어서 세계 3위를 차지할 전망이란다.

 

아니나 다를까. 독일 민간연구소 저먼워치와 유럽기후행동네트워크가 발표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은 세계 최하위권(58개국 중 54위)인 것으로 평가됐다. 한마디로 기후불량국가다. 위정자들,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참으로 생각대로 되지 않는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관하자! 잘 될 것이다.

 

“엘리자가 말했어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진 것 같아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난다는 거니까요.”

 

『빨간 머리 앤』이라는 소설에 나오는 말이란다. 멋진 말이다. 생각보단 쉽지 않을 테고 생각대로 되지 않는 일도 많겠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로 세상은, 그리고 미래는 그래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거라는 낙관으로 2015년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싶다. 2016년을 맞이하고 싶다.

 

세계는 늘 상 그랬다지만 12월 들어 지역사회에서도 참으로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단연 압권은 2016년 예산안 심의와 관련해 구의회에서 벌어진 구태였다. 억울하다 하겠지만 그 구태로 상처받고 분노하는 이들이 있으니 사과함이 마땅하다. 그랬으면 좋겠다. 즐겁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2016년을 서로 시작할 수 있게!

 

그래서 오늘 나무이야기 대상은 사과나무다. 사과나무는 키가 중간 정도로 자라는 과실수다. 열매인 사과는 과일의 대명사다. 우리가 요즘 먹는 사과는 서양에서 들어온 과일이다. 우리나라에 사과를 들여온 사람은 19세기 말 선교사들이었다. 이 사과가 퍼져 나가 황해도 황주와 대구가 이름난 사과산지가 됐다.

 

그 전에 있던 능금은 중국을 통해 고려로 전해졌는데, 서울의 자하문 밖, 지금의 세검정 일대와 황해도가 능금으로 이름난 곳이었다. 지금은 아쉽게도 맛보기가 힘들다. 일제강점기가 되면서 사과과수원은 거의 일본 사람들의 차지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육종도 거의 다 일본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후지나 홍로 같은 품종도 모두 일본에서 들여왔다. 요즘 가장 많이 먹는 종류는 부사나 시나노 스위트가 아닐까 싶다. 부사는 11월 중순 이후로 수확하고 저장성이 뛰어나 겨울철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과일 중 하나가 되었다.

 

우수한 사과 품종은 눈이나 가지를 잘라서 뿌리가 있는 아그배나무나 야광나무에 붙여 키운다고 한다. 이렇게 접붙이기를 한 나무는 3년 뒤에 꽃이 피고 열매인 사과를 맺지만, 씨앗을 심어 가꾸면 13년 넘게 자라야 꽃이 핀단다.

 

그래서 과수원에 가면 사과나무 사이로 듬성듬성 심겨진 아그배나무나 야광나무를 볼 수 있다. 모든 농사가 다 그렇겠지만 사과나무 농사도 손이 많이 가는 중노동이다. 크게 일손이 필요한 일은 가지치기, 적과(摘果-큰 열매가 적당히 열리도록 꽃을 따 내는 작업) 그리고 수확이다. 요즘 농촌에선 일손이 부족해 모든 일들을 할머니들이 해낸다. 그분들 모두 돌아가시면 농사는 누가 지으려나 모르겠다. 이주노동자?

 

일손 부족만큼이나 농가를 힘들게 하는 건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이다. 그보다 더 힘든 상황은 농산물 개방, 경제난 등으로 사과를 제대로 팔지 못한다는 것! 아침에 먹는 사과는 보약이라고 했다. 농촌을 돕는 일은 어렵지 않다. 이왕이면 우리 농산물을 착한 가격으로 구입해 먹어보자. 몸에도 좋고 농부님들에게도 좋다!

 

남에게 사과한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행위이다. 용기가 없어 사과가 힘들다면 사과 하나를 건네며 사과하는 방법은 어떨까? 사과는 사과할 때도 쓸 수 있다.

 

2016년은 올해보다 좀 더 행복한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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