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을 위한 수많은 노력이 무너지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 마련돼야 한다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정책 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선택하고 만들어낸 대표적인 정책은 누가 뭐라 해도 ‘친환경무상급식’입니다.

 

2014년 기준으로 전국의 초등학교 가운데 94%, 중학교 76.3%가 친환경무상급식을 실시(2015년은 경남도의 재정 지원 중단으로 인해 727개교에서 무상급식이 중단, 전체 5.3% 감소)하고 있으며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식재료가 공급되던 급식현장에 친환경식재료 사용률 70%라는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무상급식 중단을 위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주민투표나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재정 지원 중단, 복지 포퓰리즘 논란 등의 난관이 종종 조성되기도 했지만 보편적 복지의 일관된 흐름 속에서 친환경무상급식은 적지 않은 성과와 발전적인 과제를 역동적으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런 과정에 최근 충암고에서 벌어진 급식사태의 과정은 가히 충격적입니다.

"급식비 안 냈으면 밥 먹지 마." 친구 앞에서 공개망신 준 충암고 교감의 막말로 시작하여 학교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재정상황이라 급식비 납부 지도에 나서게 됐다는 거짓변명, 그리고 "식용유 열 통을 들여오면 네 통은 무조건 먼저 빼돌리고 나머지 여섯 통을 갖고 새카매질 때까지 반복해 썼어요."

 

최악의 저질급식에 대한 조리원의 증언은 결국 4년간 4억1000여만 원의 급식비 횡령비리로 화려한 막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충암고는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서울시교육청의 현지감사를 거부하며 교육기관으로서 최소한의 양심마저 저버리고 있습니다.

 

이런 충격적인 사태를 지켜보며 급기야 충암고 고3 학생들이 나섰습니다. 학생들이 직접 등굣길에 충암고 급식비리를 다룬 기사를 선후배, 동기들에게 배포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친환경무상급식 5년이 된 지금, 충암고 급식사태의 제도적 해법을 함께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첫째, 학교현장의 급식 시스템을 투명화해야 합니다.

 

투명화의 핵심은 급식비와 식재료의 선정과 사용입니다. 매일 이루어지는 학교급식의 식재료가 어떻게 선정되는지, 선정된 재료가 어떤 계획으로 얼마만큼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이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급식비 책정과 사용이 투명해야 합니다. 이는 담당자들에 의해 당연히 공개되어야 하며 학생, 학부모, 교사 등 학교 구성원들과 지도관리를 책임지는 감독기관이 이를 실시간 모니터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충암고의 경우 교육청 감사결과 4년 동안 4억이 넘는 급식비 횡령이 드러났다는 것은 사실상 기간 지도관리 감독 자체의 시스템이 어떻게 운영되었는지 심각하게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식재료의 선정은 안전성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해 자치구의 공동구매나 공공조달기관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자치구의 지도관리 감독권한을 확대하고 학교현장의 급식 운영을 다변화해야 합니다.

 

현재 학교급식은 재정과 책임에 있어서 서울시, 교육청, 자치구의 세 박자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현장의 지도관리 감독권한은 교육청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권한을 자치구로 이원화하고 이를 토대로 학교 현장의 급식 운영을 다변화해야 합니다. 교육청이 모든 학교를 지도관리 감독할 수 있는 인력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자치구가 학교운영에 참여하는 실질적인 구성원들을 비롯한 지역사회와 지속가능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자치구의 인력과 지역사회의 토대를 바탕으로 학교 구성원을 넘어 전문가들과 지역 사회의 참여의 폭을 확대하여 급식 운영을 다변화해야 합니다. 특히 학교 운영에 있어 보다 독립적이고 폐쇄적일 가능성이 높은 사립학교의 경우 학교 측의 입장으로부터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애정 어린 지역 사회의 다양한 참여가 이번 충암고와 같은 급식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셋째, 중고등학교까지 의무▪무상급식을 확대해야 합니다.

 

2014년 기준으로 중학교 친환경무상급식 실시율은 76.3%, 고등학교 13.3%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번 급식사태는 충암고 자체의 여러 가지 문제가 오랫동안 축적된 문제이지만 ‘급식비 안 냈으면 밥 먹지 말라’는 시발의 핵심은 급식 자체가 교육과 인권, 공공성의 문제라는 가치 실종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친환경무상급식은 선별적 차별급식이 아니라 보편적 복지의 무상급식을 지향해 왔던 것입니다. 중고등학교 역시 초등학교 수준으로 의무▪무상급식을 확대해야 하며 이를 단계적으로 실시하기 위해서 학교급식법을 개정하여 중앙정부의 재원 마련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의 현지감사도 두 차례나 거부하는 충암고의 막가파식 대응을 보며 교육기관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마저 포기한 행태에 분노가 치밉니다. 위에서 제도적인 해법을 살펴봤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충암고가 교육기관으로서의 자기반성과 성찰을 통해 지금이라도 제대로 본연의 자기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친환경무상급식에 참여해왔던 충암 동문의 한사람으로서 이번 충암고 급식사태를 둘러싼 수많은 사건들이 정말 가슴 아프기만 합니다. 그 동안 학교급식을 위한 수많은 노력이 학교 현장에서는 이렇게 귀결될 수도 있다는 허무감과 함께 제도적인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깁니다.

 

학교 급식을 위한 수많은 노력과 그 결실이 학교현장의 우리 아이들에게까지 고스란히 전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충암고는 하루빨리 서울시교육청의 현지감사를 수용하고 재단과 학교 당국 스스로 비리와 횡령에 대해 투명하게 밝혀야 합니다. 그것이 오랜 기간 지역사회의 대표적인 학교로 동문들과 주민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던 충암고가 지켜야할 최소한의 모습일 것입니다.

 

 

저작권자 © 은평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