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과 함께 짓는 마을학교 4]

▲금암문화예술제에참여한 어린이들이 합창을 하고 있는 모습 ⓒ검바우마을학교

100여명의 아이들이 참여한 마을 방과 후 활동 ‘토요금암문화학교’를 마치고 마을 축제의 서막이 올랐다. 오전부터 금암공원과 학교의 모두배움터, 은빛쉼터 등 마을 곳곳이 분주하다. 공연 리허설이 한창이고, 다른 한 쪽에선 학교에서 진행했던 마을연계수업의 결과물들을 금암공원에 설치하고 무대 꾸미기로 바쁘다. 

“그 어르신은 나오실까요?”. “글쎄요?”. “올해는 제발 배가 아프시지 말아야 할 텐데!” 하면서 수런거린다. 실은 작년에 축문 낭독을 해주시기로 한 10단지 노인회 회장님께서 긴장하셨는지 탈이 나서 펑크가 난 걸 두고 하는 우려다. “인디언, 축문 내용 너무 세게 쓰지 마세요!”

해를 거듭할수록 더 나은 무대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애를 쓴 덕분인지 공연 참가자와 마을 주민들의 수가 점점 늘어난다. 녹색장터팀과 학부모회 어머니들은 음식나누기로, 아버지회는 무대 설치 및 정리 활동으로 행사 준비가 제법 탄탄해졌고, 이웃 학교와 예술 단체에서는 찬조공연을 보태주었다. 북한산초 민요동아리와 물푸레합창단의 공연으로 풍성하고 넉넉한 진용을 갖추게 되었다. 

특히 첫해부터 결합된 마을 청년예술단체인 ‘미닫이공작단’의 연출과 무대 뒷바라지 활동이 미래 우리 아이들의 모습으로 겹쳐져서 감동을 더 한다.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아이들은, “이것 봐, 이번엔 뮤지컬도 하나봐! 헐~” “모두들 무대에서 떨지 말아야 될 텐데!” “연극 대본이 왕창 바뀌었대!” 우려 반 기대 반으로 긴장을 돋운다. 

다시 호명된 민본세상!

드디어 동네 어르신의 축문 낭송을 시작으로 행사의 막이 올랐다. 이 마을에 깃들어 사는 마음 착한 시민들이 모여서 삼가 영, 정조 대왕님의 말씀을 기리는 금암문화예술제를 열었습니다. 

(중략) 영조대왕이시여, 정조대왕이시여! 삼가 고합니다. 이 어진 백성들이 살아가는 이 땅에 작년과 올해에도 많은 슬픈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어른들의 탐욕과 무능 때문에 세월호에 수많은 학생들이 희생되었고, 메르스 사태로 온 나라가 깊은 슬픔에 잠겼습니다. 이에 백성을 귀히 여기고 어여삐 보살피신 두 대왕님의 지혜에 새삼 옷깃을 여미며, 그 뜻을 높이 받들어 어린 학생들이 배움을 청하옵니다. 

영조대왕이시여, 정조대왕이시여, 삼가 아뢰옵니다. 한갓 소도둑에도 나라가 있고, 인권이 있고, 가족이 있음을 헤아려주신 그 뜻을 되새겨봅니다. 오늘도 어진 백성들은 법 아래에서 살고 있습니다. 부디 법이 있는 자들만의 법이고, 지배하는 자들의 법이 아니라, 민생을 살피고 그늘진 곳에도 골고루 미치는 따뜻한 법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이에 두 대왕님들의 본보기를 받들어 모십니다. 이 마을과 은빛초등학교의 학생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잔치를 빚고, 작은 목소리를 모아 천상으로 피어 올립니다. (하략)“

 학교와 마을이 상생하기

식전 행사로 은빛초를 졸업 한 학생들의 모둠북 공연이 올랐다. 혁신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반 중학교에 다니며 졸업생들의 부모들은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교육적 연계성에 대한 고민이 컸다. 그런데 졸업생들이 고리 모임을 통해 마을 잔치에 참여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마을에서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하더라도 마을에 사는 아이들을 함께 키워낼 수 있는 울타리를 만들어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본 공연 첫 무대는 ‘금암기적비’노래를 함창하면서 시작되었다. 작년까지는 아이들의 시(詩)를 공모해서 만든 노랫말로 ‘하얀 나라’라는 곡에 가사를 붙여 불렀는데, 올해 은빛초 교사이신 원이정선생님의 작곡으로 드디어 곡이 완성되었다. 예쁘게 한복으로 차려입은 아이들의 청량한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가 금암기적비를 감싸고 울려 퍼지는 광경은 너무나 감동적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렸다.

다음 무대는 어린 왕자 연잉군과 참관이 등장하고, 소도둑의 재판 현장을 재현한 역할극이다. 무대디자인반 아이들이 애써서 만든 의상과 무대소품으로 10여명의 아이들이 연극을 진행했다. 아이들이 손수그린 무대를 배경으로 소도둑의 딱한 사연과 백성의 처지를 헤아리며 민생을 해결하고자하던 영조대왕 선정의 현장이 잔잔히 그려졌다.

세 번째는 올해 처음 만든 연극뮤지컬이 올랐다. 처음 시도 한 프로그램이고, 여건상 10회밖에 활동을 하지 못해, 연습기간이 부족하다는 뮤지컬선생님의 우려가 되돌아왔다. 그래서 노래는 내년으로 미루고 율동과 연극형식으로 조합하여 무대에 올렸다. 의외로 뮤지컬의 인기가 좋았고 초청공연 의뢰가 들어와 한 차례공연을 다녀왔다. 그리고 곧 열릴 ‘혁신교육 한마당’ 초청공연을 위해 또 연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뒤이어 은빛초 학부모동아리의 자랑인 기타동아리와 이웃동네 ‘물푸레합창단’의 연주와 합창무대가 이어졌다.

마을 잔치는 계속되었다. 마을 사람 모두가 참여하는 전래놀이와 ‘미닫이공작단’이 준비한 ‘움직이는 놀이터’로 온 공원이 놀이터가 되었고, 마을 잔치의 꽃인 음식나누기 한마당이 이어졌다. 연을 만들어 날리고, 재기를 만들어 차며, 어른과 아이들이 동심으로 들어갔다. 떡메치기를 하면서 “마님~!”이라며 포효하는 아버지들 틈에서, 아이들은 맛있게 떡고물을 묻혀서 먹었다. 신나는 놀이터는 금세 땀으로 흠뻑 적고, 어머니들이 준비한 음식나누기 장터가 왁자지껄해졌다.

큰일 난 마을, 큰일 낸 사람들.

클로버가 후기에, ‘큰 일 난 금암문화예술제’ 라고 하였다. 하지만 인디언은 ‘큰 일 낸’이라고 응답하였다. 작은 한 걸음 한 걸음이 큰일을 내고, 큰 일 날 세상을 만든다. 뒤풀이를 하며 우리가 일궈낸 작은 성취 큰 행복에 대하여 다시 이야기를 나눈다. 마을축제이며 마을 잔치로 해를 거듭하는 금암문화예술제를 몇 가지 단상으로 정리 해 본다.

우선 이 작은 행사를 통해 주민들은 마을과 학교가 상생을 하는 가능성을 보았다. 학교와 마을이 함께 추진위원회를 꾸리고, 교사와 주민들이 함께 방과 후 활동을 진행하고 마을행사를 치렀다. 교실 내에서도 학년에 맞게 마을연계형 수업이 이루어지고, 마을이 학교활동에 참여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다음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의지로 마을행사를 꾸리고 학교가 기꺼이 참여하면서, 아이들뿐만 아니라 주민들도 함께 배우면서 누구나 주인공이고 주체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마지막으로 마을의 주체로 설 수 있다는 자존감 회복과 시민력을 획득하는 자리였다. 뉴타운으로 이사 와서 파편화된 개인이 동질성을 회복하면서, 무엇이든 상상하고 실천하면 재미있게 마을살이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응집해준 행사이다.

그리고 우리는 또다시 <우리동네 베짱이음악회>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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