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심사 책임져야할 위원 또 위촉, 구의원과 친분 있거나 이해관계자로 위원회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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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해외시찰 여행보고서 표절로 물의를 빚은 은평구의회는 서울시로부터 감사까지 받았다. 그 결과 공무국외여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는 등 해외시찰 제도를 손질했다. 

구의회가 개정한 것 중 하나가 해외시찰을 떠나기 전에 심의를 철저히 해 외유성 연수를 사전에 차단하자는 것이었다. 여행의 적정성과 타당성, 여행경비의 적절성을 좀 더 공정하고 꼼꼼하게 점검받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심의위원회에 민간위원의 비율을 늘이고 위원장도 민간에서 담당할 수 있도록 해 여행 당사자인 의원들의 입김을 줄이도록 규칙을 개정했다. 

규칙 개정 이후 심의위원회는 개정 취지대로 운영되고 있을까? 심사위원회 회의록을 살펴본 결과, 실상은 개정 전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A 위원 -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당연직 위원장을 호선으로 선출하는 것으로 변경된 것 같은데요. 제 생각으로는 현 위원장(고영호 부의장)이 재추천을 받아도 상관은 없는 거죠? 꼭 민간위원이 위원장을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는 거죠?” 

공무국외여행 심사회의록 중 민간위원들의 발언 내용이다. 민간위원이 위원장이 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했지만 한 민간위원이 스스로 그런 권리를 포기하고 과거의 관행대로 하자고 먼저 제안하고 다른 위원들은 그대로 동의한다. 회의 시작부터 조례를 개정한 취지가 무색해 졌다. 

이번 여행이 꼭 필요한지, 방문지는 적절한 곳인지, 적정한 경비가 책정된 건지 등에 대한 심사는 어땠을까? 여행계획서에는 켄터베리의 도시기반시설과 사회복지시설을 견학한다고 돼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시설을 방문하는지 알 수 없다. 방문하는 시설이 무엇인지 질문이 나올 법도 하지만 묻는 심사위원은 없었다. 

일본 시찰단의 일정 중에는 그린투어리즘 연수를 위해 일본의 아지무 마을 견학이 있다. 그린투어리즘은 농촌의 주민들이 소득 증대를 목적으로 도시민들에게 농촌생활체험, 자연생태체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광프로그램이다. 농촌관광프로그램이 50만의 도시 은평구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 지 따져볼 법도 하지만 이 역시 심사하지 않았다.

회의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심사라기보다는 조언에 가깝다. “여행보고서에 의원들의 의견을 피력해서 써 달라”, “여행의 효과가 있든 없든 잡음이 없게 해 달라”는 등의 주문이다. 여행의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따져, 없다면 이를 막는 것이 위원들의 역할인데도 말이다. 그 외에는 “잘하신 것 같습니다”, “심사자료를 보니깐 너무 잘하신 것 같습니다”라는 등의 칭찬 일색이다.

‘NO’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제도를 개선했지만 과거와 다를 바 없는 형식적 심사가 되풀이되고 있는 셈인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위원회 구성부터 은평구청과 직간접적 이해관계가 있고 의원들과 친분이 많은 사람들로 채워져 있어 엄밀한 심사를 할 수 없는 구조이다. 

청소용역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 위원은 은평구청에 청소용역을 제공하고 있다. B 위원은 현재 주민자치위원이며, 이전에는 주민자치위원장을 지낸 경력이 있다. C 위원 역시 위촉할 당시 은평구청이 운영하는 기관의 소장이었다.

‘공무국외여행에 관한 규칙’에는 대학교수 등 전문가도 위원에 참여시키도록 돼 있는데 D 위원이 이에 해당된다. 하지만 D 위원이 교육행정학과 교수로 있다는 H대학에 문의한 결과, 교양학부에서 강사로 한 학기를 강의했을 뿐이며 교육행정학과 교수가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전문가로서 자격이 부족한 셈이다.

대개 심사위원을 오래 하다보면 공무원이나 의원들과 친분이 생겨 유착이나 온정적 심사할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임기를 정하고 연임을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지만 현 공무국외여행에 관한 규칙에는 관련 규정이 미비하다. 그러다보니 E 위원의 경우 2005년부터 11년째, A 위원은 2007년부터 9년째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 

특히 작년 서울시 감사 결과, 해외시찰에 대한 심사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판정을 받았다. A 위원과 E 위원이 참여한 심사가 부실했다는 것인데 구의회는 두 위원을 또 다시 심사위원으로 위촉했다. 

결국 형식적인 심사위원회 운영이 부실한 심사로, 부실한 심사는 부실한 해외연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해외시찰을 개선하겠다는 구의회의 약속이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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