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생산, 당일판매로 은평구 대표 빵집으로 자리 잡은 우명진 대표의 창업스토리


▲갈현초교점에 위치한 티나의 식빵 ⓒ이지선 기자



같은 길을 지나다니다 보면 하루가 멀다 하고 수많은 가게들이 생겨나고 사라진다. 지난 10년(2004-2013년)간의 통계를 보면 949만개의 자영업 창업자 중 793만개가 폐업했다고 한다. 이렇듯 한 자리에서 5년, 10년 자리를 잡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기 힘든 세상에서 차별화된 아이템과 경영철학으로 창업에 성공하는 가게들이 있다. 은평구 대표 식빵집 ‘티나의 식빵’ 또한 그러하다.

 

2011년 9월에 동명여고 뒷골목 6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시작해 지금은 은평구의 대표 빵집으로 자리 잡은 ‘티나의 식빵’. 현재는 연신내 갈현초교점과 동명여고점 두 곳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티나의 식빵’ 우명진 대표의 창업스토리를 들여다보자.

 

 

4년 동안의 경력을 놓고 시작한 제과제빵

 

“회사를 다니면서 제가 정말 원하는 것을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큰 결심을 하고 회사를 나왔죠.”

호텔외식경영을 전공한 우명진 대표는 전공과는 무관한 분야에서 일을 하다가 돌연 퇴사를 했다. 그리곤 평소 배우고 싶었던 제과제빵을 배우기 시작했다.

 

“대학교 시절, 제과제빵 실습을 했던 순간이 가장 재밌었어요. 따뜻한 빵이 나와서 바로 먹던 그 기억이 좋았죠.”

그렇게 9개월 동안 제과제빵을 배우며 그녀가 결정한 창업 아이템은 바로 식빵이었다. 처음부터 식빵을 하겠다고 단정 지은 것은 아니었다. 배우면서 재밌는 아이템을 갖고 해보고 싶었고 컵케이크를 할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컵케이크는 매일 먹을 수 있는 빵은 아니었고, 컵케이크를 전문으로 하는 프렌차이즈 체인점도 많았다.

 

“대중적으로 매일 먹을 수 있고 질리지 않는 빵을 찾다가 딱 식빵이 생각났죠.”

사실 식빵은 체인점에서도 많이 판매하는 기본식품이다. 하지만 식빵을 전문점으로 하는 곳은 없었고 대부분 식빵은 토스트나 잼, 버터를 발라 먹어야 한다고만 생각하는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

 

갓 구운 식빵의 본연의 부드럽고 쫄깃한 맛을 전달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만큼 우명진 대표는 티나의 식빵에 대해서 늘 자신 있게 말한다. “식빵 외의 다른 빵은 다른 곳에서 드셔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저희 식빵을 꼭 한번 드셔보셨으면 좋겠어요.”

 

 

6평 남짓한 작은 곳에서의 시작

 

많은 장소 중에서도 그녀가 창업 장소로 선택한 곳은 은평구에서도 외진 동명여고 뒤편 골목길이었다. 4년 동안 모아온 전 재산을 투자하여 창업비용에 보탰지만 임대보증금과 기계구입을 하면 턱없이 부족했다.

 

작은 공간이라도 점포임대료가 저렴한 곳을 찾아다녔고, 동명여고점은 그녀에게 제격이었다. “보름동안 부모님, 친구들과 함께 실내인테리어를 직접 했어요. 장비는 중고로 사고 싶지 않았어요. 인테리어에서 아낀 돈으로 장비에 투자했죠.”

 

사람들은 왜 이렇게 외진 곳에 냈냐고 물어봤지만 우명진 대표는 승산이 아주 없지 않은 장소라고 생각했다. 가게 바로 앞에는 어린이집이 위치해 있었고 여고가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 식빵은 여럿이 나눠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어린이집 어머니들과 여고생들이 사갈 것이라고 생각했고, 맞아 떨어졌다.

 

전단지를 돌린 적도 없었고 그 흔한 SNS 광고를 해본 적도 없었지만 입소문만으로 조금씩 성장했다.

 

“빵이 나오려면 7시간정도 반죽하고, 오후가 되면 다음날 빵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광고할 시간도 없었어요. 제가 기대했던 것도 입소문이었고요. 다행히 한번 드셔보신 분들이 나눠드시고, 주변 분들에게 소개해주시면서 서서히 성장할 수 있었어요.”

 

사실 초반부터 자신이 있었던 건 아니다. ‘티나의 빵집’이 문을 연 2011년은 터줏대감이던 동네빵집들이 프렌차이즈에 밀려 다 문을 닫던 시기였다.

 

“동네 빵집이 대부분 외관적으로 깨끗하지 못하고 지저분하다는 느낌이 많았어요. 정감이 있긴 하지만 사람들은 깔끔하고 깨끗한 걸 원할 때였죠.”

그래서 작은 공간이었지만 내부 인테리어도 최대한 깔끔하고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또한 신선하게 믿고 먹을 수 있는 빵이라는 모습을 주기 위해 오픈키친으로 만들었다. 직접 새벽부터 반죽하고 빵을 만드는 모습을 손님들이 볼 수 있도록 해 믿음을 준 것이다.

 

또한 가끔 오시는 손님들이라도 기억하고 말을 건넸다. “지난 번 사신 빵은 아직 안 나왔어요. 우유 식빵 드릴까요?” 등 손님들에게 먼저 다가가며 기억해드리는 작은 행동이 티나의 식빵을 더 성장할 수 있게 만들었다.

 


 

▲티나의 식빵 내부의 모습 ⓒ이지선 기자

 

당일 생산, 당일 판매로 사람들을 사로잡다

 

‘티나의 식빵’의 경영철학은 당일 생산, 당일 판매이다. 대부분의 베이커리들이 이미 포장되어 있는 유통기한이 표시된 식품을 판매한다. 하지만 그녀는 당일 만든 식빵의 맛을 전달하고 오늘 만든 빵만 판매하자는 철학이 있었다.

 

그래서 그날의 생산량을 정하고 생산하며 전 제품을 그날 소진하고 있다. 예약과 주문 또한 받지 않고 있다. 판매량이 많다고 무조건 많이 생산하다 보면 빵의 맛도 변하기 때문이다. 최대한 손님들이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만들면서도 맛은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현재 티나의 식빵은 동명여고점와 갈현초교점 두 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동명여고점은 친언니가 맡아서 하고 있어요. 조금 더 넓은 장소를 찾다가 갈현초교점에 티나의 식빵을 열게 되었지만 첫 창업 장소인 동명여고를 버려둘 수 없었죠. 열고나서 체인점문의가 들어오는데 확장해갈 생각은 전혀 없어요.”

 

그렇다면 ‘티나의 식빵’의 미래 계획은 무엇일까? 그녀는 그저 조금 여유가 된다면 식빵 만드는 것을 궁금해 하시는 분들을 위해 클래스를 열고 싶다고 한다. “10년 동안 자리를 지켜가면서 하나를 오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격적인 조건이 주어진다면 이 자리에서 계속해서 빵을 만들고 싶어요. 그게 제 바람이에요.”

 

요즘에는 하나의 아이템에 집중하는 전문점이 대세이다. 실제로 ‘티나의 식빵’처럼 식빵만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식빵집도 많이 늘어났고, 베이글, 파이, 케익전문점 등 그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하나를 벤치마킹하여 선택과 집중을 한다면 어려운 창업시장에도 승산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쉽게 성장할 수 있는 만큼 쉽게 지기도 하는 게 현 상황이다. 결국 나만의 가치와 철학을 갖고 자기와의 싸움을 이겨내는 사람만이 어려운 창업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우명진 대표는 말한다.

“자리를 지키면서 계속 해나가는 것은 결국 손님들이 꾸준히 찾아와야 가능해요. 그래서 저 또한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빵을 만들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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