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신내를 무대로 춤추는 알바돼지 인터뷰



몇 달 전부터 페이스북 내에서 운영되는 한 은평구 페이지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인물이 있다. 바로 돼지인형 탈을 쓰고 돌아다니며 춤을 추는 돼지 탈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이다. 연신내를 자주 가는 젊은 층 사이에선 이미 ‘알바돼지’, ‘핑크돼지’라고 불리며 유명인사로 자리 잡고 있다. 길거리를 자유롭게 누비며 춤을 추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끼를 발산하는 연신내 ‘핑크돼지’를 만나보았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저는 20살이고 조리과를 다니는 대학생입니다.

 

은평구 주민인가요.

중학교 3학년 때 이사 와서 5년째 대조동에 살고 있는 은평구 주민이에요.

 

인형탈 알바는 언제 시작한건가요? 인형탈 일을 해본 적이 있나요.

올해 5월 초에 시작했어요. (현재 일하고 있는 족발가게) 사장님이 인형 탈 아르바이트를 구하는데 마침 아는 형이 그 곳에서 일하고 있었죠. 저에게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추천해줬고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서빙이나 출장뷔페 등 아르바이트는 많이 해봤지만 인형 탈 알바는 처음이었어요.

 

덥고 힘든 아르바이트인데 흔쾌히 수락했네요.

원래 인형 탈 알바를 해보고 싶었어요. 탈 안에 얼굴이 가려지니까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게 재밌어 보였거든요. 마침 제의가 들어왔고, 딱 더운 5월부터 하게 됐죠.(웃음)

 

여름이면 정말 더웠을 것 같은데, 어때요?

정말 더워요. 일 시작하고 10kg가 빠졌어요. 그래도 더운 만큼 사장님이 잘 챙겨주세요. 일 자체도 하루에 5시간 정도 밖에 하지 않고, 일이라고 생각을 안 해봤어요. 여름에도 사장님이 말리셨지만 제가 먼저 하겠다고 했어요.

 

정말 열심히 했는지 한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인기스타가 됐어요. 이렇게 관심을 많이 받을 줄 알았나요?

생각도 못했죠. 그냥 쓰고 돌아다니면 ‘돼지 탈 알바구나’라고 생각할 줄 알았거든요. 처음엔 영상 올라오는 걸 보면서 내심 흐뭇했어요. 그러다가 페북스타에서 4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재생하는 걸 보고 이정도인가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좋았어요. ‘춤 잘 춘다. 귀엽다. 이 돼지 보러가자’라는 댓글들을 보면 정말 뿌듯했어요.

 

SNS에서 보면 각종 인형 탈을 쓴 사람들이 인기가 있는데 염두 한 것이 아닌가요?

전혀 아니었어요. 처음엔 그냥 돌아다녔는데 사장님께서 이왕 돌아다니면서 춤을 추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셨어요. 그래서 지나가다 노래가 나오면 춤을 췄어요. 대신 쉬고 싶을 때 쉬고 춤을 추고 싶으면 노래에 맞춰 춤추고, 자유롭게 행동했죠.

 

홍보 대행 쪽으로 나가도 될 것 같아요.

실제로 일하면서 홍보행사 제의를 받은 적도 있어요. 다른 지역에서 오셨는데 가게가 오픈한다면서 직접 찾아오셨죠. 세 곳이나 같이 일하자고 연락이 왔어요. 그래도 (돼지 탈 아르바이트를) 이미 하고 있으니까 거절했습니다.(웃음)

 

4개 월 가량 일하면서 에피소드는 없나요?

좋은 경험은 아닌데 인형 탈을 쓰면 아프지 않을 줄 알고 세게 때리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 덕에 안경이 부러진 적도 있었죠. 아, 일하면서 친해진 사람들도 있어요. 한창 더운 날 일할 때, 저한테 다가와서 ‘힘들지는 않냐’면서 커피를 사주신 형들이 계세요. 그 이후에도 몇 번이고 마주칠 때마다 음료수를 사주셨어요. 나중에는 얼굴도 공개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해졌죠. 지금은 연락도 주고받는 친한 형, 동생 사이에요.

 

고생이 많네요. 앞으로 (인형 탈) 일하면서 마주칠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 없어요?

오래 돌아다니다 보면 땀을 많이 흘려서 심하게 냄새가 나요. 그런데 사람들이 냄새가 나지 않는 것처럼 다가와서 사진을 찍으시곤 해요. 일부러 오지 마시라고 하는데도 오셔서 찍으시는 데 그때 마다 정말 민망해요.(웃음)

 

알바는 언제까지 할 생각이에요?

사장님이 그만하라고 하실 때까지 계속 할 생각이에요. 전 정말 즐겁게 일하거든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한마디

10월 10일 날 가게에서 족발 빨리 먹기 대회를 합니다. 많이들 관심 갖고 와주세요. 그리고 연신내에 돌아다니는 돼지 예쁘게 봐주세요.

 

끝나는 순간까지 가게홍보를 잃지 않는 유쾌한 ‘핑크돼지’. 그는 조리학과를 졸업하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게 꿈이라고 한다. 미래의 가게오너로서 인형 탈 홍보를 해볼 생각이 있냐는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절대 하지도, 시키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힘든 일이지만 웃음을 잃지 않고 일하는 그가 연신내에서 더 활짝 피어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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