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고 공익제보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비를 같이 맞아주는 것

국정 감사장에서까지 하나고를 둘러싸고 코메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비리 의혹을 제기한 전경원 교사의 운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그는 하나고에 의하여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어 있으며 담임 직위도 강제로 박탈당한 상태이다.

서울교육청과 참여연대 등에서 전경원 교사를 공익제보자로 인정하여 그에 대한 불이익 조치를 중단하고 시정하라고 요구하고 있음에도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하나고는 수업까지 빼앗지 않은 것이 봐주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는 수업에서도 배제될 수 있고, 나아가 징계위원회 결과에 따라서는 학교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 이미 학부모와 일부 교사들을 중심으로 전 교사를 학교에서 내쫓아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학부모들이 검은 옷을 입은 채 교무실에 들어와 사퇴를 주장하는 시위를 하고, 한 부장교사는 학생들을 통한 전 교사의 수업 사찰 논란까지 제기되었다.

“전경원 교사에 대해서 편드는 교사들이 한 명도 없냐? 학부모들이 저렇게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하면서 전 교사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면서 원래 전경원 교사가 문제 많은 교사였다는 소문도 흘리고 있다. 악의적인 물타기다.

공익제보자에 대해서 언제나 되풀이되어 온 배제 전략이다. 전경원 교사가 훌륭하니까 상을 달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 이러저러한 비리가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전경원 교사의 사생활을 문제 삼고 나온다. 달을 보라고 하니 손가락을 보는 꼴이다.

우리 사회 영웅이 되었지만 고난의 길을 가야했던 공익제보자들

어디에서 많이 본 장면이다. 이지문 중위, 윤석양 이병, 한준수 연기군수, 이문옥 감사관에서부터, 김용철 변호사, 조연희와 김형태, 안종훈 선생님, 그리고 최근의 KT 이해관 씨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가 기억하는 공익제보자들을 떠올려 보자.

우리 사회의 영웅으로 불리지만 그들의 당시 삶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영웅은커녕 탄압 받고, 해고당하고, 심지어 구속되는 고난의 길을 걸어야 했다. 이들의 공익 제보가 국민들에게는 박수 받았을지 모르지만 당시 그 누구도 그가 속한 조직 내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교육계의 공익제보자도 마찬가지이다. 동일학원의 수십억 비리를 고발한 조연희 교사는 학교에서 쫓겨나 7년을 거리의 교사로 살아야 했고, 상록학원의 비리를 고발한 김형태 교사는 지금도 복직하지 못하고 있으며, 최근 동구학원의 비리를 고발한 안종훈 교사 역시 파면과 복직을 반복하며 지금은 수업권을 박탈당한 상태로 고통 받고 있다.

그들이 폭로한 사학비리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나 이사장이 형사처벌을 받거나 임원 승인 취소를 당했지만 이 교사들은 학교에서, 아이들 곁에서 쫓겨나는 비운을 맞아야 했다. 이것이 한국 현대사에 줄기차게 이어진 내부고발자, 공익제보자들이 숙명처럼 걸어온 형극의 길이다.

호루라기 부는 사람들, 누가 그들을 지켜줄까?

그들의 주장은 옳았고, 그 결과가 한국사회 민주화에 크게 공헌했지만 그들은 직장에서 쫓겨나고 감옥에 보내졌다. 직장 동료 대부분은 등을 돌리고, 돌을 던지기까지 한다. 배신자로 낙인 찍혀서 왕따 투명인간 취급 받았다. 온갖 유언비어, 인신공격과 협박은 덤이다.

호루라기 부는 사람들. 누가 그들을 지켜줄까?

하나고의 비리를 세상에 알린 전경원 교사의 현실 역시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우리 사회 대표적 공익제보자들이 조직 생활을 잘 했고, 인간성이 훌륭하다는 것이 아니다. 그들도 흠이 있고, 허물이 있을 것이다.

비 내리는 거리에 혼자 서서 발가벗겨진 채 호루라기를 불며 돌팔매를 맞고 있는 우리 사회 공익제보자들, 특히 하나고의 한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비를 같이 맞아주는 것부터이다. 그리고 그 돌팔매를 멈추게 하는 일, 다시는 혼자 호루라기를 불 일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에게 우리 사회 공익제보자들이 걸었던 숙명과도 같은 형극의 길을 혼자 걸으라고 내버려 둔다면, 그건 우리 사회가 지난 30년 공익제보자들의 형극의 고통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고, 우리 사회가 전혀 민주화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과연 어디 서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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