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함연대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토론회 “내가 쓰는 전기는 내가 결정한다” 개최



냉장고, 김치냉장고, 휴대폰, 텔레비전, 컴퓨터, 세탁기, 청소기 등 우리는 일상에서 많은 전자제품을 사용한다. 우리는 이미 전기 없이 살 수 없을만큼 전기에 의존하는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 전기가 어떻게 만들어져서 우리가 사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또한 그 중요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장기 국가 정책에 대해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 작년부터 송전탑 건설로 인해 마을 공동체가 파괴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밀양 할머니들과 연대하는 활동을 벌여온 은평과밀양이함께하는탈핵연대(이하 은밀함연대)에서 이러한 국가 차원의 장기 정책에 대해 살펴보는 토론회를 열었다.

 

7월 3일(금) 저녁 7시 은평상상허브 상상홀에서 은밀함연대가 주최한 토론회가 열렸다. 6월 초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발표해, 곧 국회에서 승인할 예정인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한 토론회였다. 금요일 저녁임에도 대략 20여 명이 참석했다. 토론회는 민성환 은밀함연대 대표가 진행을 맡고, 한재각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의 발제와 최승국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상임이사의 토론을 들은 후 모든 참가자들이 함께 논의하는 순서로 이어졌다.

 

과도한 수요 예측을 통해 원전 2기 늘리겠다는 계획

 

한재각 위원장은 우선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무엇인지 설명했다. 산업자원부와 전력거래소가 2년에 한번씩 수립하는 것으로 여기에서 신규 발전소 건설과 송배전 선로 건설을 결정하고, 수요관리 목표를 설정한다. 즉 국가 에너지 정책의 가장 기본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어 이번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긴 내용들을 설명했다. 한재각 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계획의 핵심은 해마다 2.2%씩 전력사용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여, 신규 원자력발전소 2기를 건설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정부측의 예측은 과도한 것으로 지난 2011년 이후 전력사용량 증가율은 해마다 눈에 띄게 줄었으며 작년 증가율은 0.6%에 불과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전력 사용량은 한동안 비슷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설비예비율을 과도하게 책정하여 더 많은 발전소를 지으려고 계획하고 있다. 발제에 의하면 한전 내부 문건에 나온 적정한 설비예비율은 12%이지만, 정부는 22%로 설정하고 있다. 과도한 수요 예측과 과도한 설비예비율은 결국 신규 원전을 짓기 위한 핑계로 작용한다.

 

현재 건설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원전 11기에 신규 2기를 추가하면 총 13기의 원전이 늘어난다. 후쿠시마 핵폭발 사고 이후 전 세계는 원전을 포기하거나, 더 늘리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계속 원전을 더 늘리겠다는 계획만 세우고 있다. 원전을 새로 지으면 그 전기를 옮겨오기 위해 송전탑도 또 새로 지어야 한다. 단순히 원전을 짓고, 송전탑을 짓는 돈도 어마어마하겠지만, 신규 원전 부지를 결정하고, 송전선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도 엄청날 것이다.

 

앞으로 국가 차원의 에너지정책은 원전과 송전탑 건설이 아닌 지역 분산형 재생에너지로 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당장 이러한 전환을 이뤄내기는 어렵기 때문에 그 중간단계에서는 기후변화에 영향을 덜 미치는 LNG 발전을 중심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한재각 위원장은 정부의 계획과 대비해 녹색당에서 만든 대안 계획에 대해서 소개했다. 전력소비 증가율을 현실적으로 책정해(연평균 0.09%) LNG 발전을 중심으로 만든 시나리오에 의하면 건설중이거나 계획된 신규 원전 13기를 하나도 짓지 않고, 가동하다가 수명이 다 된 노후 원전 12기를 폐쇄해도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

 

에너지 절약하고 생산하자!

 

한재각 위원장의 발제에 이어 최승국 상임이사는 은평지역에서 앞으로 어떤 활동을 펼쳐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들려줬다. 민관이 협력하여 에너지전환도시를 만들자는 제안에서부터 각 가정이 에너지 클리닉을 받고, 소비를 줄이는 절전소 운동과 베란다나 옥상에 미니 태양광을 설치하거나, 에너지협동조합에 출자하여 에너지 생산자가 되자는 제안 등이 담겨 있었다. 또 터무니없이 싼 전기요금을 현실화 하자는 캠페인이나, 재생에너지를 홍보하는 캠페인, 여름철 에너지 절약 캠페인 등도 제안했다.

 

이어지는 전체 토론에서는 주로 수요 관리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았다. 산업용 전력의 값싼 전기요금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실천과 은밀함 연대가 할 수 있는 차원의 다양한 활동에 대한 제안도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신규 원전 부지로 지적된 영덕의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보고, 은밀함연대가 밀양과 함께 해왔지만, 앞으로는 영덕하고도 연대해달라는 부탁이 있었다.

 

한편 정부는 지난 6월 18일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한 공청회를 진행했으나, 참가자들에게 사전입장권을 배부하는 등 진행에 문제가 있었다. 7월 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통상·에너지소위는 논의를 통해 국회 차원에서 다시 한번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7월 14일 국회 논의 이후에 곧바로 전력정책심의회를 통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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