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프란치스코 교황이 회칙을 발표하였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에 따르면 회칙은 교회에 대해 교황이 발표하는 공식 사목교서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현대 사회 및 윤리적 문제에 비춰 해석하고 적용 원리와 방안을 제시한다. 교황이 발표하는 최고 권위의 교서가 바로 회칙이다. 환경보호를 주제로 택한 회칙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번 회칙의 제목은 <Laudato Si, On the Care of Our Common Home(우리 공동의 집을 지키기 위한 찬양)>이다. 교황은 회칙에서 기후변화가 대부분 인간 행위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하고 “사람들이 자신을 지구의 지배자이자 주인인 양 여기면서 지구를 마음대로 노략질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고 비판하면서 “잘사는 나라들이 생활양식과 에너지 소비를 바꿔 전례 없는 지구 생태계의 파괴를 피할 것”을 강조했다.

 

회칙 발표와 관련해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도 환경에 대한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인 유흥식 주교는 기자회견을 갖고 생태계 회복을 위한 각계의 인식과 행동의 변화를 촉구했다. 유 주교는 "한국은 탄소 배출량 세계 7위,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12위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국제 사회에 약속할 온실가스 감축 목표안 마저 후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계속되는 가뭄, 기후 온난화, 핵폐기물과 핵발전소의 위협은 이 땅에서 살아갈 미래 세대의 권리와 안전을 침해하고 있다"고 말하고 "재생에너지와 대체에너지를 찾는 노력을 통해 지속적이고 건전한 에너지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5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구성한 ‘전환을 위한 기후행동 2015’ 역시 교황의 회칙은 정치적 당파성과 경제적 이해득실에 갇혀 있던 기후변화 대응을 ‘윤리적인 책무’의 문제로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논평하였다.

 

지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2주일

 

환경주의자들은 교황의 메시지가 기후변화 저지를 위해 올 12월 열리는 파리 유엔 기후회의에 앞서 각국 정부들을 각성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2주일’로 인식되는 12월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 회칙은 기후변화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 앞에서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킴으로써, 느린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신기후체제 협상에 가속도가 붙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산개구리, 맹꽁이, 제비, 소나무, 참나무들도 교황의 회칙을 반길 것이다. 이미 피부로 느끼는 것처럼 우린 이미 기후변화 시대에 살고 있다. 사람보다 힘이 약한 지구상의 생물들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신음한지 오래이다.

 

2001년에 실시된 한 연구에 의하면 앞으로 100년 이내에 기온 상승으로 이 땅 소나무 서식 면적이 급격하게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평균기온이 1℃ 상승하는 2050년이 되면 남한 소나무 생육지의 절반 이상(55%)이 생육 부적합 지역으로 변하며, 북한은 38%가 부적합 지역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또 평균기온이 2℃ 상승하는 2100년이 되면, 2050년에는 수종 변화가 없던 지역들도 대거 생육 부적합 지역이 되어 한반도 전체 면적의 23%만 생육 적합 지역으로 남게 될 것이라 한다.

 

다시 말해 2050년쯤에는 소나무 생육 적합지가 중․남부 지방에서 북․중부 지방으로 옮겨가며, 2100년께는 더 북쪽으로 옮겨가 대부분의 남부 지방에서는 소나무가 자랄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남한 산림 면적의 단 7%에서만 소나무가 자라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어쩌면 더 심각한 상황이 더 빨리 올수도 있겠다. 최근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의하면 2100년에 최악의 경우 평균 4.8℃가 상승할 거란 예측이 있기 때문이다. 30~40년 안에 소나무는 한반도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소나무에게는 올 12월 파리가 자신의 생존을 결정하는 운명의 도시가 될 것이다.

 


 

이제 소나무란 존재는 문헌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나무가 되는 것인가?

 

“옛날 옛적에 소나무란 나무가 있었다. 우리민족에게는 아주 특별한 나무였다. 우리나라 문화를 소나무문화로 칭하는 학자가 있을 정도였다. 태어남을 솔가지로 표시하고,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태어나 죽을 때는 소나무 관에 묻혔다. 배가 고프면 송기떡으로 연명하고 몸이 아프면 솔잎을 씹었다. 사철 푸르러 청명함을 상징하고 오래 살아 무병장수를 기원했다. 소나무의 송(松)이란 한자도 이에 걸맞는 내력을 갖고 있었다. 중국 진시 황제가 길을 가다 소나기를 만났는데 소나무 덕에 비를 피할 수 있게 되자 그 고마움의 뜻으로 나무에게 목공(木公)이란 공작의 벼슬을 주었고 이 두 글자가 합해져서 송자가 되었다. 나무 중에 으뜸이어서 으뜸을 뜻하는 수리가 붙어 수리나무라 했다가 수리가 솔로 솔이 다시 소로 변해 소나무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소나무의 수피가 황소의 누런 빛을 닮아 소나무란 이름이 얻었다는 설도 전해진다. 우리나라 전체 산림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나무로 정말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다. 2100년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한반도에서 멸종되었다.” 어떤 미래냐? 전적으로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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