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과 함께 짓는 마을학교 2]

 

▲공부모임을 하는 아이들

마을엔 사람이 산다. 사람이 마을을 만들었지만, 아파트로 점령당한 부동산공화국 체제 속에서는 거꾸로 마을에 사람이 들어와 살게 된 것이다. 아파트로 마을을 건설하는 꼴이다. 자고로 마을의 형성은 집 한 채 놓는 데에서 부터 비롯되었다. 물길, 바람길, 그리고 해가 다니시는 길을 살피어 집 한 채 들여다 놓고, 비로소 사람길을 만들었다. 사람길을 이어서 집들이 어깨를 겯고 마을을 만들었다. 사람의 마음에도 무늬가 있고 손가락 지문, 손바닥 무늬가 서로 다르듯이 자연이 일러주는 대로 마을을 짓고 사람의 땀과 체취가 마을에 풍기면 드디어 마을의 무늬가 되고 지명이 되고 고유문화로 전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 동네는 예전에 한양주택이라는 살기 좋은 공동체 마을이 있었다는데, 이마저 지워버리고 땅의 무늬, 이른바 지문이 없는 아파트촌으로 바꿔놓았다.

“인디언이 왜 아파트에 살아요?” “그러게요... 학교가 거기 있어서?” “그 학교가 그렇게 좋은 학교인가요?” “아뇨! 공부 많이 안 시킨다고 떠나는 부모들도 많아요! 전교조 좌빨선생님들이 많아서 기피하기도...” “헐~ 대박, 이상한 학교가 맞군요?” 그리고 인디언이 대답했다. 단호히 “네, 이상한 학교 맞아요!” 인디언은 오늘도 이상한 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아파트에 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직면한 현재성은 우리가 이 동네에 들어와서 사는 주민이라는 사실이다. 그 동네에 ‘혁신’이란 것을 하겠다는 초등학교가 하나 들어와서 자리를 잡았고, 드디어 학부모들은 교육을 위해 모이고 교육공동체라는 지향성을 가지고 마을살이를 할 수 있었다.

신영복선생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사람은 삶의 준말이고, ‘사람’의 분자와 분모를 약분하면 ‘삶’이 된다고 하니, 삶과 사람을 통분하면 ‘마을’이라 터전이 공통분모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마을과 사람이 교육을 매개로하여 관계를 맺고 있다.

▲아빠와 함꼐 동네에서 놀기를 진행하고 있다.

놀며 공부하기, 공부하며 놀기

주거환경 때문이거나 혁신교육 때문이거나, 어찌되었든지 요상하게 이름 지어진 새마을 ‘뉴타운’에 찾아와 함께 살게 되었다. 서로 살아 온 이력과 환경이 각자에게 붙여진 별명처럼 달랐다. 그래서 우리 마을에는 인디언, 보자기, 무지개, 초원, 파랑새, 클로버 등의 별칭을 가진 사람들이 산다. 같은 마을에 사는 우리는 ‘주민되기’ 보다는 앞서 ‘학부모되기’를 시도하였다.

어느덧 동네 사거리 모퉁이에 있는 호프집이 사랑방이 되고, 서로 어울리며 교육에 대한 토론의 거점이 되었다. 동네 물푸레카페, 학교안의 모두배움터, 호프집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교육 혁신, 학부의 주체형성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고 독서토론으로 이어졌다. 물론 학교 교실에서 진행되는 정규교육과정은 이해하기기 정도 수준의 공부였고, 주로 비정규교육과정의 학부모 참여 문제와 교육혁신의 방향성과 교육과 만나는 마을의 새로운 상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이들과 동네에서 놀면서 공부하기 정도랄까?

조금씩 각자의 생각을 보태고, 간헐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놀기 시작하였다. 주말에 텐트 준비하여 생태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남경수목원 등지에서 ‘1박2일’, 마을 뒷산에 올라가서 ‘인디언 티피만들기’ 노작활동, 마을 지도를 들고 10여 곳 정도가 되는 단지 내 놀이터를 탐방하며 ‘놀이터 이름 짓기’ 와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마을 익히기를 시도하였다.

처음에는 뜻이 맞고 준비된 몇몇 가족들과 조출하게 시작하였다. 조금씩 가족들이 늘어나고, 부모들과 아이들에게 서서히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들의 상상력에 항상 감복하면서 함께 놀았다. 한 예를 소개하면, ‘놀이터 이름짓기’는 지도에 순번을 정하고 그 놀이터에 가서 30분에서 1시간 남짓 놀아보고, 특징을 잡아서 아이들이 스스로 토론하여 이름을 지어준다. 10단지 중간영역에 있는 놀이터가 ‘파초놀이터’로 결정했다며 좋아한다. 파초라니? 이야기인즉, 입구에 나무로 만든 도마뱀과 기린 모양의 조형물이 있는데 초등저학년 수준의 최고의 표현을 빌어서 ‘파충류와 초식동물’ 그리하여 ‘파초놀이터’가 되었고, 아직도 우리끼리는 그렇게 불러준다. 지금은 제법 소녀티 나는 학년이지만 더 어렸을 때 지어준 이름으로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되기 쉬워요?

학교와 마을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워밍업이 되었을 무렵, ‘혁신학교 학부모 공부모임’을 발족하고 서울시지원사업을 통하여 실행하기에 이르렀다. 취지는 씨앗을 뿌리기 전에 밭에 가서 토양의 상태를 살펴보는 수준이다. 스스로를 확인하고 다짐하는 마중물 같은 공부모임이었다. 학부모와 주민들에게 교육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도모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마을에 교육문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주체형성과 무형의 커뮤니티 공간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다. 우선, 보자기와 그린씨 그리고 인디언이 머리를 맞대어 기획을 하고,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회, 아버지회가 주축이 되어 약 3달에 걸쳐 주말을 이용하여 진행하였다.

우선 크게 세 가지 활동으로 구분하였다. 첫 번째는 선진 교육사례를 중심으로 한 ‘부모 교육’으로, 우리 마을과 학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는 자리로 네 분의 강사를 모시고 진행하였다. 두 번째는 우리 마을의 역사적 장소와 내용을 알아 가면서 마을학교의 교과서가 되어야한다는 생각으로 구석구석을 살펴서 이야기를 엮는 탐방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고, 마지막으로는 참여한 모든 가족이 캠프를 하며 생태적 놀이와 평가회를 곁들이면서 마치는 일정으로 전체 얼개를 구성하였다.

드디어, 보물을 찾았다!

몇 사람이 시작한 길에 동행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도대체 뭐하는 모임이지?’하면서 그냥 온 부모부터, 취지에 적극 공감하고 주체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온 주민들까지 그렇게 공부모임이 시작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놀면서 익히는 공부놀이이다. 물론 시험도 치르지 않는 공부하기이며 평가도 마을을 향한 따뜻한 마음만 있으면 통과되는 새로운 형식의 공부하기인 것이다.

이 행사를 통하여 우리 학교 교육혁신의 핵심을 이해하고 다른 학교의 학교살이를 곁눈질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핀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의 교육 방향과 지역 커뮤니티로써의 학교의 역할을 공부하며 우리의 마을학교에서 학교와 마을이 어떻게 만나야하는지를 함께 고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다시 고민은 우리만의 환경과 실정에 맞는 마을 또는 학교, 더 나아가서 우리의 마을학교에 대한 정체성 찾기, 색깔 입히기라고 추후 과제를 모았다.  

아직도 문을 닫지 않은 상태로 마을학교를 향해 이 열차는 움직이고 있다. 그 다음 해는 그 취지를 이어받아, 반짝별, 눈사람 그리고 인디언이 작당(?)하여 ‘아빠와 함께 동네에서 놀기’ 프로그램을 세 달 동안 진행하였다.(*추후 자세히 소개 예정) 개문발차라지만 속도를 조절하면서 타고 내리는 것이 자유로운 우리의 여행길은 상상력의 터널을 지나고 재미있는 그림동화책도 쓰면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드디어 우리는 마을에서 보물을 찾았다. 호기심으로 떠난 길에서 ‘금암기적비’ 만나게 된 것이다. 동네에 있는 금암문화공원 모퉁이에 눈길도 받지 못하고 서있는 검은 비(碑

저작권자 © 은평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