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5일 발표된 2015년 상반기 태양광발전 공급인증서 판매사업자 입찰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입찰 가격이 점차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은 있었지만, 이렇게 급격하게 떨어질 줄은 몰랐다. 애초 정부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ㆍ이용ㆍ보급 촉진법(약칭 신재생에너지법)’에 따라 신재생에너지를 보급하고 촉진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RPS)' 제도를 도입했으나, 덕분에 태양광발전 산업은 죽어가고 있다. 취지와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시민들이 출자금을 모아 태양광발전소를 설치, 운영하는 협동조합의 연합인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는 5월 18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5월 27일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RPS)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서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최승국 상임이사는 “RPS 정책 그 어디에도 태양광 산업, 특히 재생가능에너지의 근본 취지인 소규모, 지역분산형 발전에 부합하는 소규모 태양광산업을 지원하고 육성하고자 하는 안전장치는 존재하지 않았다.”면서, RPS 제도를 실패로 규정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이고, 왜 실패한 제도라고 규정한 것인지 살펴보자.

태양광 공급인증서 입찰가, 3년 만에 1/3 수준으로 폭락!

공급의무화제도(RPS)에 따른 공급인증서(REC) 판매사업자 입찰은 2011년 하반기에 처음 시작했으며 당시 입찰가는 1 REC 당 219,977원이었다. 이후 공급인증서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했으며, 특히 2014년 상반기 112,591원에서 2015년 상반기에는 70,707원으로 약 37% 폭락했다. 또 3년 반 전인 첫 입찰가에 비해 무려 68% 폭락해, 1/3 가격이 되었다.

또한 입찰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2014년 상반기 5:1의 경쟁률을 기록해, 태양광 발전사업자들 간의 제 살 깎기 가격경쟁으로 내몰았고, 2015년 상반기에는 무려 10:1의 경쟁률로서 많은 발전사업자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앞으로 이 경쟁률이 더 심각해질 것이고, 더 극심한 가격경쟁 때문에 지속적으로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규 발전소는 3년 안에 장기입찰(12년 이상)에 성공하지 못하면 더 이상 입찰에 응할 수 없고, 현물시장에서 시세에 따라 판매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작년과 올해 상반기 입찰에 선정되지 못한 사업자들은 올해 하반기와 내년 입찰 시장에 계속해서 몰릴 수밖에 없고, 사활을 걸고 가격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지금까지 생산해서 쌓여있는 공급인증서의 처리도 문제다. 앞으로 현물시장의 거래가격도 지속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공급의무화제도(RPS)의 문제점

만약 정부가 원래 의미대로 신재생에너지의 이용과 보급을 촉진하고자 한다면 공급의무화제도인 RPS제도는 처음부터 잘못된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RPS는 일정 규모 이상 전력을 생산, 판매하는 발전사업자에게 일부를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해서 공급할 것을 강제하는 의무할당제도이다. 이 제도의 문제점은 3가지이다.

첫째 의무할당량을 부여받은 발전사업자가 소수이고, 그 발전사업자들에게 강제하는 비율도 너무 낮다. 현재 500MW 이상의 발전설비를 보유한 17개 발전사업자가 그 대상이이며, 의무할당 비율은 3%이다. 문제는 이 의무할당량으로는 현재 태양광발전사업자가 보유한 공급인증서를 모두 소화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공급사업자는 많으나, 수요는 부족한 상황으로, 자연스럽게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겉으로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키워주겠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격렬한 싸움터에 밀어 넣고, 어디 한번 해보라고, 살아남아 보라고 팔짱 끼고 지켜보는 격이다.

둘째 재생가능에너지의 뜻를 살리는 지역의 소규모 발전소들을 무한가격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최저가격을 명시하지 않은 입찰에서 소규모 발전사업자는 무조건 질 수밖에 없다. 백전백패다. 대규모 발전사업자는 설비단가가 낮고, 운영단가도 낮기 때문에 경쟁할 수가 없다.

정부가 진정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육성할 계획이라면 무한가격경쟁으로부터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을 보호해줄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했어야 한다. 키워줄 테니 맘껏 발전소를 지으라고 해놓고, 판매를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리면 도대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단 말인가?

마지막으로 이 제도는 시민들이 돈이 아닌 가치를 위해 태양광발전소를 세우고, 지역의 에너지 전환과 자립을 위해 활동하는 에너지협동조합들을 죽이고 있다. 기업과 달리 에너지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출자금을 한 푼 두 푼 모아 발전소를 올린다. 시민들의 출자금을 통해 큰 돈을 모으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에 기업처럼 대규모 발전소를 짓기는 어렵다. 비록 규모가 크지 않아도 매일매일 햇빛으로 생산하는 전기가 지역 에너지 전환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생각으로 자부심을 갖고, 수익보다는 가치에 중심을 두기 때문에 조금 수익률이 낮아도 태양광발전소를 올리고 운영하는 곳이 에너지협동조합이다.

하지만 현재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은 입찰 시장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 에너지협동조합은 태생적으로 소규모일 수밖에 없다. 전국 약 30여 개 협동조합 중 현재까지 입찰에 성공한 곳은 거의 없다.

공급의무화제도(RPS) 대신 고정가격제도(FIT)를 도입해야

정부는 이번 입찰 결과에 대해 발전설비단가의 하락과 금리 인하가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본질을 가리고 시장을 왜곡하는 처사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RPS는 태생적으로 재생에너지 산업을 죽이는 제도이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를 봐도 알 수 있다. OECD 가입국과 재생에너지 위주로 국가 에너지 정책을 전환한 대부분의 나라들은 고정가격제도(FIT)를 채택하고 있다. 아직 취약한 재생에너지 산업이 경쟁력을 갖기까지 최소한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고정 가격으로 구매를 보장해주는 제도로, 소규모 사업자들도 판매 걱정 없이 마음껏 발전소를 세우고 운영할 수 있다.

은평을 에너지전환마을로 만들고자 지난 2013년 창립한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은 2014년 4월과 7월 각 50kW급의 태양광발전소를 세워 79,115kWh의 전기를 생산했다. 이는 22가구(4인 가족 300kWh 기준)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그리고 올해는 100kW급의 3호기와 4호기를 올리기 위해 다방면으로 애쓰고 있다. 하지만 힘이 빠진다. RPS 제도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조합의 미래가 어둡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도 잘못된 제도를 바꿀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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