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편지

자공이 정치가 무엇이냐고 스승에게 물었습니다. 스승은 “족병().족식()민신의()고 대답했지요. 그중 부득이 하나를 버리라면 무엇을 택해야 합니까? 자공이 또 물었습니다. “군사력()을 버려라” 스승이 대답했습니다. 그다음 또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택해야 합니까? 자공이 재차 물었습니다 “경제()를 버려라” 스승이 대답했습니다. 그리곤 중얼거리듯 말했습니다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정부는 제대로 설수 없나니..”제가 자주 붓을 놀리는 구절인 무신불립 ()이라는 네 글자를 논어의 안연 편(顔淵篇)에서 얻었습니다.

‘사람의 중심은 아픈 곳이다’라는 말을 곱씹을 즈음 폐지 줍는 노인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노인이 주워 담은 저 새벽의 노동이 얼마의 가치가 있을까’를 생각 했습니다. 쌀 한 포대는 고사하고 라면 한 묶음. 양파 한단 정도 사면 맞아 떨어질 것 같은 분량이지만 노인의 발걸음은 골목 안 능소화 빛깔이 가장 짙은 집 대문에서 잠시 머물다 리어카와 함께 사라지고 어둠을 빠져나가는 리어카의 빈자리는 뒤 늦은 아침햇살이 채웁니다.

오체투지의 간절한 기도로 라싸의 언덕을 오르는 티벳의 순례자로 인해 세계의 평화가 존재한다고 믿는 것처럼 새벽의 어둠을 켜켜이 쌓아 싣고 가는 노인의 손수레로 인해 골목에 아침이 온다는 것도 믿을 수 있습니다. 새벽을 이고 아침으로 떠나는 노인의 거친 이마에 맺힌 땀방울, 그 속에 비쳐진 여명의 영롱함을 한편의 싯귀절로 담지 않는다면 인간의 노동을 표현하는 가장 아름다운 언어는 없는 것입니다. - 졸저 ‘이지상 사람을 노래하다’ 중에서-

쓸데도 없는 무기가 차고 넘치는데 악착 같이 무기를 구입하거나, 잘 나누기만 하면 살만한 살림인데도 더 벌어라 더 벌어라 등 떠밀고, 백성의 아픈 곳은 외면하고 아프다 하면 잡아가두고 궂은 곳엔 등 돌리고 볕 좋은 곳만 찾아 고개 디미는 왕이 있는 나라.

공자가 말씀하신 정치의 본령과는 정 반대로 가는 나라에서, 새벽을 이고 아침으로 떠나는 노인의 땀방울은 한 끼의 밥상을 위한 가난한자의 몸부림에 지나지 않습니다.

‘적당한 갈망 지나친 낙관’란 말을 생의 언저리 쯤 두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무신불’이라는 글귀를 생각하면 그저 낙관만 할 수는 없다는 조바심이 은근히 자리 잡습니다. 희망이란 새날의 기약보다 현재의 극복에 가깝다는걸 알기 때문입니다. 6월의 장마를 기다리며 지난한 현재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어디에 있을지 눈 씻고 둘러보겠습니다.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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