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는 이번 달 ‘주치의 일기’를 메르스가 아닌 다른 질환으로 해보려고 생각했어요. 온 나라가 메르스 이야기로 가득해서, 굳이 나까지 메르스를 얘기해야 할까 싶었고, 이렇게 지면으로 밝히지 않더라도 많은 분들이 인터넷을 통해 이미 잘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편집장님의 설득에 넘어가고 말았죠.

 

감염병/전염병은 국가에 대하여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정부의 총체적인 무능을 지탄하는 글에 어떤 이들은 “대통령이 메르스를 퍼뜨렸냐? 왜 계속 대통령만 물고 늘어지는 거냐?”고 댓글을 달기도 합니다. (“대통령이 세월호를 침몰시켰냐? 왜 계속 대통령한테 책임지라는 거냐?”는 댓글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 하는 것은 지도자의 가장 큰 책무이며, 예로부터 역병 관리는 국가의 중대사였고, 조선시대 나랏님들에 대한 평가도 평소 민초들의 의식주 및 위생 관리를 통해 역병을 예방하는 것부터 역병의 통제, 역병 이후의 대처에 이르기까지를 포괄하였으니, 대통령/정부/국가에 대해서까지 고민하게 될 수밖에 없지요.

 

사실 근대 국민국가의 형성에서 감염병에 대한 관리는 무척 중요한 부분입니다. 감염병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게 되는데, 이것이 궁극적으로는 국민을 더 보호하는 길이라 믿어지기 때문에 일시적인 자유의 제한을 국민들이 받아들이게 되는 암묵적 합의가 일어나는 것이죠. 그러나, ‘어떤 국민을 통제함으로써 어떤 국민을 보호하려고 하는가’, ‘누구까지를 국민으로 볼 것이며, 무엇을 국익으로 규정할 것인가’, ‘국민의 자유에 대한 국가의 통제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 것인가’와 같은 민감한 문제들은 여전히 남습니다.

 

그래서 메르스에 대한 현 정부의 대처는 단순히 ‘무능’의 문제를 넘어, 국가와 국민에 대해 이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기본적인 정보를 비밀로 하면서 통제하고 감시해야 할 대상으로 우리 국민들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왜 정보를 공유하고 협조를 구해야 할 파트너로서 우리 국민들을 바라보지는 못하는 것인지 그저 답답한 마음입니다. 이런 정부, 이런 국가에서도 어쨌든 우리는 살아가야 하니, 스스로와 이웃을 지킬 메르스 예방법을 잘 알아야 하겠습니다.

 

 

1. 술, 담배를 줄이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합니다.


메르스는 백신과 치료제가 없으나, 그것은 감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감기가 불치병이 아닌 것처럼 메르스도 평소 면역력이 좋을 경우 이겨낼 수 있으니,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합니다.

 

2. 손을 잘 씻습니다.


비누/알코올로 20초 이상, 손가락 끝을 집중적으로 씻습니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공기 전파가 나타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결국 환자의 비말을 통해서 배출된 바이러스가 주변 환경에 묻어 있다가 손을 통해 옮겨집니다.

 

3. 마스크를 씁니다.


특히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 밀폐된 공간에서 마스크가 필요합니다. 마스크는 본인이 호흡기 증상이 있을 때도 쓰고 (타인 보호용), 주위 사람들이 호흡기 증상이 있을 때도 쓰는 것이 좋습니다. (본인 보호용) 꼭 N95 마스크가 아니어도 쓰는 것이 좋습니다.

 

4. 가능하면 개인이 사용 중인 휴대폰을 알코올 솜으로 소독합니다.


(화장실부터 침실까지 안 가는 곳이 없죠.) 자영업자들은 출입구 손잡이/화장실 문고리 등을 알코올/환경소독제로 소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5. 메르스 환자를 낙인찍지 않습니다.


사회적 낙인 때문에 사람들이 감염병의 증상을 숨기거나 환자 접촉 사실을 숨기게 되면 바이러스를 차단하기가 어렵습니다. 메르스 병원이라는 낙인이 두려워 일선 병의원들이 메르스 의심환자를 거부하게 되면, 바이러스 차단과 환자 치료가 더욱 어렵습니다.

 

6. 조심하는 사람들을 비난하지 않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손을 자주 씻는 ‘유난을 떠는 사람들’이 있어야 바이러스가 차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스로의 면역력에 자신이 있는 젊고 건강한 사람들이 메르스에 걸린 후 주의를 게을리 한다면, 본인은 경미한 증상만 겪겠지만, 이로써 메르스 바이러스를 더 퍼뜨릴 수도 있습니다. 신종 감염병의 대유행은 결국 그 사회에서 가장 면역력이 약하고 정보에서 소외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히게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내가 걸리지 않도록 조심함으로써, 면역력이 취약한 이웃까지도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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