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시민신문 100호를 축하하며

인터넷 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그 효용가치나 사회적 지위가 현저히 격하된 것 중 하나가 바로 신문이다. 1990년 중반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전체 가정의 75%에서 신문을 정기구독했는데,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그 비율이 이제는 20%내외로 줄었다. 한때 지하철에서 무료로 나눠주던 신문이 인기를 끌었지만, 이제는 승객들에게 귀찮은 존재로 전락했다. 종이신문의 구독자가 줄어드는 것은 나라 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현상이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신문을 보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신문읽는데 사용하고 있다. 다만 종이대신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통해 신문을 읽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독자들이 종이신문을 외면하는 것은 “종이”때문이 아니라, 종이신문에는 “쓸모없는 뉴스”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에게 필요한 뉴스나 재미있는 뉴스만을 골라볼 수 있는 인터넷으로 독자들이 옮겨간 것이다. 게다가 인터넷신문은 구독료도 내지 않는다는 매력이 있다.

독자들이 종이신문에서 인터넷신문으로 뉴스의 주된 공급원을 바꾸면서 신문업계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일단 종이신문, 즉 일간신문이나 주간신문은 독자가 줄었고, 그로 인해 광고가 줄었고, 경영이 어려워졌다. 인터넷신문들도 경영사정이 좋지 않긴 마찬가지이다. 종이신문처럼 구독료를 받지 못해 안정된 수입원이 없고, 광고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데 광고주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종이신문이나 인터넷신문 모두 최소한의 비용으로 신문을 제작해야하고, 뉴스의 질적 수준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요즘 대부분의 신문기사는 보도자료를 베끼거나 짜깁기 한 것들이다. 경영타개 책으로 요즘 신문사들이 선택한 방법이 소위 “낚시 제목”이다. “충격,” “폭로,” “대박” 등 기사내용과는 관련없는 제목으로 독자를 유인하고, 그렇게 유인한 독자들의 숫자를 근거로 광고주에게 광고료를 받는다. 독자와 광고주에게 모두 사실상 “사기극”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정직하게 독자와 광고주들을 상대하고 있는 신문들이 있다. 바로 풀뿌리 지역신문들이다. 물론 풀뿌리를 자처하는 대다수 지역신문들은 사실상 “독초”나 다름없다. 지역주민들을 위한 신문이 아니라, 자신들과 자신들의 후원자들을 위해 만드는 신문들이다. 지역유지의 뒷돈이나 자치단체의 보조금에 의존하는 신문들이다. 제호만 신문이고 그 내용은 광고지나 전단지만도 못한 지역신문들이 허다하다.

그렇지만 드물게 “보석”과 같은 지역신문들이 존재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지역사회 권력집단을 감시하는 신문들이다. 타 지역에서 흘러들어온 부초 언론과는 달리, 지역사회에 깊은 뿌리를 박고 지역 주민의 눈과 귀가 된 신문 들이다.

지역주민들의 확고한 대변자로 자리잡은 덕분에 인터넷시대의 높은 파고를 헤쳐 나아가는 데에도 큰 어려움이 없다. 대다수 지역주민들이 가장 신뢰하고 가장 많이 이용하는 언론매체로 자리매김했다. 아쉽게도 그런 “보석”같은 지역신문이 아직은 많지 않다. 국내에 등록된 500여개의 주간지역신문 중 불과 20여개의 신문만이 진정한 풀뿌리 지역신문이다.

세계 최고 부호 중 한 명인 미국의 투자자 워렌 버핏은 미디어 제네럴(Media General)이라는 미국 신문기업을 인수했다. 이 회사는 63개의 중소규모 지역일간지와 지역주간지를 발행하고 있다. 버핏은 “강한 지역공동체 정신이 남아있는 지역에서 지역신문만큼 중요한 존재는 없다”면서, 건강하고 수익성이 보장되는 지역신문사들에 대한 높은 신뢰감을 표시했다. 투자자들이 탐내는 풀뿌리 지역신문들이 대한민국에도 늘어나길 간절히 소망한다.

지령 100호를 맞은 <은평시민신문>이 디지털 시대의 진정한 풀뿌리 신문으로 재도약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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