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은평에 살면서도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알게해준 고마운 신문

▲은평시민신문 이사를 도운 뒤 활작 웃고 있는 남궁정(왼쪽)과 정민구(오른쪽) 시민기자

2009년 5월. 재수를 시작하고 난 후 어느 더워지기 시작한 초여름 날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무거운 가방을 매고 은평구립도서관에서 내려와 연신문고를 향했다. 시험공부에 힘들고 지친 나에게 2주에 한 번 정도는 휴식을 주자며 문제집을 사고 난 뒤 책을 읽으며 휴식을 가지던 시기가 있었다.

어릴 적 책을 무척 싫어했지만, 재수를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크게 달라졌었다. 나도 모르게 학구열이 생겼던 것인지, 이때부터 다양한 책을 읽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겼던 것이다. 그래서 항상 서점에 가서 빠르게 문제집을 고르고, 억지로 시간을 내어 마구잡이로 책을 읽었다.

또한 이 때 부터 책과 신문을 읽으며 사회 문제에 눈을 뜨기 시작했었는데,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 어느 누구도 진실을 알려주지 않던 언론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고 기자가 되어야겠다는 꿈을 품게 된 것이다. 사소한 이유였고 개인적인 동기였지만, 나는 저널리즘이 세상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된 동시에 신문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될 무렵, 문뜩 내 눈에 띄던 것이 있었다. 매일 같이 다니던 연신문고의 계단 통로에서 은평시민신문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처음엔 호기심 반, 기대 반 해서 신문을 하나 집어 읽었는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평생 이 지역에 살면서 알지 못했던 세상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너무도 신기해서 바로 신문을 갖고 집으로 가서 어머니에게 물어봤다. “엄마 우리 은평구에도 이런 신문이 있던 거 알았어?” 돌아올 대답을 뻔히 알고 있었지만, 역시나 “아니. 그런 게 있었어?”라는 답을 듣게 되었다. 아버지는 초등학교 때부터, 어머니는 결혼한 뒤부터 줄곧 은평구에 살았지만 처음 알게 된 사실이라 하셨다. 창간이 2004년인 걸 감안하더라도 전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관심은 없으셨던 것이다. 물론 나 또한 알지 못했던 것은 당연했다.

나는 주로 진관동과 불광동에 살면서 나고 자라고 배우며 성인이 되었지만, 그동안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는 무관심 그 자체였다. 나의 터전이자, 뿌리이고, 자아가 형성된 물리적인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은평의 역사나 현황, 사회 문제, 지역 갈등 등에는 관심 밖이었다. 기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관심은 오롯이 사회 전반적인 문제에 대한 것뿐이었다.

그렇게 재수가 끝나고 방황 끝에 대학에 입학한 후 난 바로 학교 신문사에 들어가 일을 했다. 정말로 재미있었고, 평생해도 아깝지 않을 직업이 될 것 같다고 여기게 된 시간이기도 했다. 빠르게 1년이 지나고, 군에 입대를 했다. 어느 누구와 같은 군 생활을 하고, 전역을 하게 될 무렵 미래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간절한데, 전공은 저널리즘과는 거리가 멀었다. 또한 언론을 경험할 기회는 독자 혹은 애청자로서 읽고, 시청하고, 스스로 분석하는 정도뿐이었다. 어느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경험이 없을까 생각할 찰나 은평시민신문이 떠올랐다. 이 생각을 주변 친구들에게 얘기를 했을 때 십중팔구 ‘스펙’이라는 얘기를 꺼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전혀 달랐다. 나에게 이 기회는 흔히 말하는 스펙과는 거리가 있었다. 스펙을 위한 경험이 아닌 경험을 위한 경험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지역을 위한 좋은 경험이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평시민신문을 알게 되고 약 5년 만에 신문을 직접 마주했다.

생각대로 은평시민신문은 정말 좋은 경험이 되었다. 신문을 경험하는데 있어서도 좋았으며, 지역을 알고 배우는 것에도 탁월했다. 또한 박은미 편집장님을 더불어 최승덕 기자님, 남궁정 기자님 까지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게 된 좋은 기회였다.

나와 은평시민신문의 인연은 오래 되지 않았지만, 창간 이후 100호를 낼 수 있었던 것에는 많은 지역 주민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 생각이 된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은평시민신문이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언론지로 남았으면 좋겠고, 나 또한 이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신문에 그리고 지역에 참여하고 싶다.

은평시민신문 100호 발행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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