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꿈을 담은 커피콩’에서 일하는 행복한 아줌마, 신호숙 바리스타

 

 

 ▲ 은평한옥마을 1층에 자리잡은 장애인 카페 '꿈을 담은 커피콩'의 모습  ⓒ은평시민신문

 

진관동에 있는 은평한옥박물관 1층에 들어서면 입구에서부터 향긋한 커피 냄새가 가득하다. 이 달콤한 커피 향의 주인공은 바로 청각 및 언어장애인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카페, '꿈을 담은 커피콩'(이하 꿈콩카페)이다.

 

장애인 일자리창출 공모사업으로 선정되어 지난 3월 25일 개점한 꿈콩카페는 3명의 언어 장애인 바리스타와 매니저, 수화통역사가 함께 꾸려나가고 있다. 그 중 태어나 언론과의 첫 인터뷰에 심장이 두근거린다는 행복한 아줌마, 신호숙씨를 만났다.

 

“꿈콩에서 일할 수 있어 행복해요”

 

"집 근처 카페가 있어도 장애인들은 받아주질 않아요. 게다가 40대 후반인 저는 나이가 많아서 퇴짜만 맞았죠."

 

▲커피를 만들고 있는 행복한 바리스타 신호숙씨  ⓒ은평시민신문

 

커피가 좋아 직접 만들고 싶었고, 배우다보니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땄다는 초보 바리스타 신호숙씨. 성북구 정릉에 사는 그녀는 한 시간이 넘는 거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단지 꿈콩카페에서 일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신호숙씨는 “커피 바리스타는 후각을 이용하여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언어 장애인에게 어울리는 직업 같다”며 이 일을 하면서 가족들도 좋아하고 본인의 삶의 질도 높아졌다고 한다.

 

"전에는 한복 만드는 일을 했어요. 재봉틀을 돌리는 일은 먼지가 많고 환경이 열악해 일하기 힘들었는데 카페는 정말 좋아요. 커피 향도 좋고, 특히 아들한테 라떼도 만들어 줄 수 있어서 기뻐요."

 

실제 주변 장애인들은 냅킨 접기, 오토바이 배달하기 등 근무환경이 좋지 못한 단순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청소만 시켜 커피를 만들 기회조차 주지 않는 카페도 있다고 한다. 기회를 잃은 장애인들에게 꿈콩카페는 말 그대로 꿈의 카페가 아닐 수 없다. 한 번은 자신의 딸도 장애를 갖고 있는데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지 갈피를 못 잡겠다며 고민하던 손님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꿈콩카페에서 일하는 언어 장애인을 보며 우리 딸도 바리스타가 되면 좋겠다며 희망을 얻었다고 한다.

 

 

“입모양을 크게 말해주세요”

 

하지만 언어장애인으로서 카페 일을 해나가는 것이 마냥 편치만은 않다. 커피를 내리는 일은 행복하지만 손님과 의사소통이 쉽지 않아 불편함이 있다고 말한다.

 

"손님 대부분이 수화를 못하시기 때문에 저희는 입 모양으로 메뉴를 알아야 해요. 이마저도 작게 말하시다보니 주문에 혼선이 생기곤 해요."

 

입 모양을 크게 해달라는 문구가 쓰여 있지만 실제로 크게 말씀해주시는 분들은 별로 없다고 한다. 따라서 수화통역사가 투입돼야하고 한 명이 해야 하는 일을 두세 명이 붙어야 한다. 하지만 꿈콩카페에서 처음 도입돼 사용되고 있는 장애인 대화형 POS시스템으로 인해 별 문제는 되지 않는다. 장애인 대화형 POS시스템은 고객이 직접 주문과 결제를 할 수 있는 양방향 시스템이다. 아직은 손님들도 직접 결제가 어색하고 장애인들도 손님용 화면을 볼 수 없어 매니저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고 불편사항만 개선된다면 장애인들이 손님과의 의사소통을 무리 없이 해낼 수 있어 업무자립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대했다.

 

▲ 안내판과 장애인 대화형 POS 화면   ⓒ은평시민신문

 

“꿈콩에 많이 와주세요”

 

행복한 바리스타, 신호숙씨의 꿈은 꾸준히 카페 일을 해서 나중에 자신만의 카페를 차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꿈콩카페가 잘 돼야 한다며 "손님들이 많이 없어요. 많이들 와주세요"라고 너스레를 떤다.

 

수화통역사 조경자씨는 "오히려 너무 한가해서 힘들다. 홍보가 되어있지 않다보니 손님들과 부딪히는 일이 적어 (장애인들의) 사회적응기회도 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꿈콩카페가 활성화가 되면 앞으로 2호점, 3호점이 생겨 바리스타 일자리를 얻는 장애인들도 많아질 것이라며 관심을 부탁했다.

 

장애인이 운영하는 카페임을 알고 그냥 가버리는 손님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언어장애인들은 정말 열심히 일해요. 또한 표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항상 웃으려고 노력해요. 그들에게 편견을 갖지 않고 부족하더라도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라는 부탁의 말도 전했다.

 

꿈콩카페 매니저 이지숙씨는 "앞으로 커피판매 외에도 핸드드립 수업이나 자격증반도 개설할 예정"이라며 “통역사도 있기 때문에 많은 장애인분들이 같이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나아가 장애인과 함께하는 학교 특별활동으로 더치커피 만들기, 커피비누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언어장애인으로서 쉽지만은 않은 카페 일을 행복하게 하고 있는 신호숙씨와 대화하며 장애는 삶에 있어 극히 작은 불편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우유거품이 조금만 잘못돼도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그녀를 보며 부족함을 알기에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한다는 말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신호숙씨는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웃으면서 일하다 보면 모두에게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며 선배 바리스타로서 미래의 바리스타를 꿈꾸는 장애인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실제로 신호숙씨처럼 바리스타 자격증을 갖고 일자리를 구하는 장애인들이 많다. 하지만 현재 그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사업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는 꿈콩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3명의 바리스타가 남양주, 부천 등 전국각지에서 출근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취업을 하게 되면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인연금 혜택을 받을 수 없는데다, 활동지원 부담금과 의료보호 비용도 되돌려 줘야 한다. 정직원이 됨과 동시에 기초생활 수급 장애인들이 수급단절로 인해 삶의 위협을 받는 것이다. 실제로 은평구에 거주하는 언어장애인은 꿈콩카페에 입사하고 싶었지만 수급단절의 문제로 결국 포기했다고 한다.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일자리 공급과 더불어 모순적인 수급 제도부터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만 행복하게 웃으며 일하는 제2의 신호숙씨가 또 나올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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