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예산제, 일회성 극복하고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야

▲4월1일 은평구청 은평홀에서 열린 '은평구 주민참여예산제, 미래를 말한다' 토론회 모습 Ⓒ은평시민신문


4월 1일 은평구청 은평홀에서는 '은평구 주민참여예산제, 미래를 말한다'는 주제로 주민참여예산제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우영 구청장과 황도연 참여예산위원장을 비롯해 참여예산위원, 구청직원, 구의원, 주민 등 2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지난 주민참여예산제 4년의 성과와 진단을 바탕으로 개선방안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주민참여예산제 발전은 은평의 과제


은평구의 주민참여예산제는 지난 민선5기 은평구의 참여구정을 대표한다고 할 정도로 은평구 구정의 핵심이다. 2011년 11월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먼저 주민참여예산 주민총회를 개최하였고, 2012년 9월에는 직장인과 학생 등 더 많은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모바일 투표를 도입했다. 은평구의 참여예산은 타 자치구에도 많이 알려져 벤치마킹을 하고 있으며, 2012년 지방자치단체 예산효율화 대상을 수상하는 등 대외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식의 냉정한 평가도 엄연히 존재한다. 2013년 은평구청 공무원노조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구청 직원들은 가장 불필요한 사업 1위에 주민참여예산제를 꼽기도 했다. 업무는 과중하지만 그에 비해 성과가 적다는 등의 이유였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주민제안사업의 선정 방식이 지나치게 동별 경쟁을 유도해 동원 선거와 대리 투표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며, 선정된 사업의 내용도 CCTV 설치와 같은 민원성 사업이 선정되면서 참여예산이 아닌 주민 민원에 대한 일반적인 행정절차를 통해 해소되어도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직접 예산 결정과 집행에 참여함으로써 예산의 낭비를 막고, 직접적으로 주민들의 권익을 실현하며, 행정과 시민 사이의 벽을 허물어 참여민주주의를 강화한다는 그 취지에 공감하지 못하는 시민들은 없다. 따라서 참여예산제도는 끊임없이 토론하고 개선점을 찾아 보완해 나가야할 시민의 숙제이다. 

 

"참여예산제, 일회성을 극복하고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야"


이날 토론회도 주민참여예산제도에 대한 진단을 통해 개선점과 대안을 찾기 위해 은평의 여러 주체들이 머리는 맞대는 자리였다. 전문가와 참여예산 관계자 등이 패널토론자로 나서 여러 진단들을 내놨으며, 주민들도 다양한 의견들을 쏟아냈다. 

 

황도연 참여예산위원장은 "최근 지역의제가 주민 다중의 편의보다는 일부 지역과 관련한 협소한 골목의제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원인에 대해 "지역회의가 정기적 모임이 아닌 일시적 회의로 운영되다보니 각동에 골고루 분포된 주민이 아닌 일부 통이나 골목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그는 "지역의제 선정시 주민편의시설이나 민원 중심 의제 발굴에서 더 나아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관련 의제로 발전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대안으로 그는 “현재의 주민참여제도의 골간이 흔들이지 않게 지금처럼 지역의제 2가지 제안 중에서 주민공통 민원사항과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 안건이 제시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패널토론자로 나선 신희정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기반조성2팀장은 “참여 예산은 주민의 참여가 전부는 아니”라며 “주민의 욕구가 건강하게 반영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기 위해 지역 의제에의 합의, 실행 주체의 공익적 마인드와 책임성 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참여예산 제도와 사회적경제 조직간 연계는 필연적”이라며 “지역주민의 필요를 스스로 발굴하고, 발굴된 의제에 참여토록 하고, 지역 내 사명을 가진 조직으로서, 일회성을 지양하여 지역 내 신뢰를 쌓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참여예산 제도에 참여하는 조직을 자치구에 한정하지 말고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혜택을 통해 다양한 사회적경제조직을 유치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아울러 주민참여 예산제도 시행주체로 참여토록 하기 위한 협동조합, 마을기업의 단순 설립은 지양되어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김흥렬 갈현2동 참여예산 지역위원장은 주민참여예산제가 일부의 주민들의 헌신을 통해 발전해 왔다며 보다 성숙해지기 위해서라도 일정한 보상을 통해 더 많은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주민제안 사업이 주민들의 불편해소보다는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그 일자리가 주민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으로 영역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패널토론자로 나선 김규배 은평구의회 의원은 참여민주주의의 확대와 주민의 필요에 따른 예산투입 등의 성과 함께 사업의 소요 예산 산출 실패, 모바일 투표 과열 경쟁, 사업실행부서의 편중, 지속적인 사후 관리 부족으로 인한 관리비 증가 등을 문제로 꼽았다.


그는 사후관리에 대해 “업무를 참여예산위원회에 이관해 지역위원들에게 부여된 권한과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최소예산을 편성·집행하는 것이 적극적인 주민 참여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아울러 그는 서울시 제안사업과 구 제안사업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업규모가 큰 주민들의 숙원사업은 서울시 제안사업으로 하고, 구 제안사업의 경우에도 일정금액 이상의 사업에 대해서만 순위경쟁투표로 선정하자는 것이다.


패널토론을 마친 이후 참여예산위원들과 주민들은 미리 나눠준 질문지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는 시간을 가졌다.


주민제안사업에 대해서는 “불광천에 쌓인 토사를 제거하는 협동조합을 만들어 일자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소모성 예산편성을 지양하고 일정 예산을 비축해서 협동조합지원기금을 창설하기를 바란다”. “사람을 개발하는 사업도 이뤄졌으면 좋겠다”, “CCTV나 도로정비보다는 주민들이 살맛나게 하는 콘텐츠가 선정됐으면 좋겠다” 등의 의견이 쏟아졌다.


"협동조합 도시 비전 보이면 대단한 결심 할 수 있다"


구산동에 사는 한 주민은 “1년 동안 하는 문화 사업이나 일자리·복지 사업들은 기획주체와 실행주체가 필요한데 현재는 제안자가 모두 책임지는 구조로 운영돼 왔다”며 “이런 부담을 제거해야만 주민들이 다양하게 발상하고 실행할 수 있으며 동주민센터가 주민들을 훈련시켜 공공실천 단위로 조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총회와 관련해서는 “지역 사정을 잘 모르는 외지인이 모바일 투표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모바일 투표가 너무 어렵다”는 등 모바일 투표의 문제점을 가장 많이 지적했다. 또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제비뽑기 방식도 생각해 보자”, “동에서 정말 필요로 하는 소액사업은 순위와 상관없이 추진하자” 등의 의견도 나왔다.


김우영 구청장도 패널토론자와 주민들의 의견들에 대해 답변하며 앞으로의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참여예산제과 사회적경제와 마을만들기는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협동조합발전기금 설치와 관련해 “100억 정도의 기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답했다. 김우영 구청장은 “신협이나 마을금고 등 지역의 토착금융과 함께 해 지역에서 협동조합을 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돈을 빌려 쓰거나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대단한 고민을 하고 있다”며 “은평구가 협동조합의 도시가 될 수 있다는 비전이 보인다면 대단한 결심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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