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치의일기

제가 최근 1~2달 전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는 두통을 종종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두통이 심할 때면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꼭꼭 눌러가며 진료를 하여야 했고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의학지식이 있으니 CT나 MRI를 찍어야 하는 뇌종양 같은 문제가 아니라 가장 흔히 발생하는 두통인 ‘긴장성 두통’이라고 진단은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위험한 것이 아니라며 그대로 방치하기에는 두통이 점점 심해져 결국 도저히 참기 힘든 지경이 되어 간호사님께 부탁을 드렸습니다. 저의 목 뒤와 양쪽 어깨에 제가 지시하는 위치에 주사를 놓도록 하는 셀프 치료를 받은 것이지요.

제가 이런 ‘긴장성 두통’을 겪은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의대생-인턴-전공의 시절에 내내 관자놀이 양쪽이 지끈거리는 두통을 달고 살다가 코어운동에 습관을 붙이게 되면서 겨우 두통과 결별했었지요. 그런데 다시금 몇 년 만에 두통을 겪었으니 위험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 원인을 찾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결론은 노트북! 원래 진료실을 떠나면 전혀 컴퓨터를 쓰지 않던 제가 올 2월에 노트북을 사서 집에서 이것저것 글을 쓰기 시작한 것입니다. (지금도 이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있어요 ^^;;) 최근 운동도 잘 하지 않으면서 노트북을 만지작거렸더니 오래전 헤어진 두통이 다시 찾아 올만도 했지요.

많은 분들이 두통으로 진료실을 찾습니다. 그리고 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설명을 드립니다. 우리는 하루 중의 많은 시간을 앉아 있습니다. TV 앞에서, 컴퓨터 앞에서, 운전을 하면서,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이렇게 앉아 있을 때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무시무시한 두통이 뒤따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TV나 컴퓨터, 스마트폰 화면을 볼 때, 운전을 할 때 시선이 화면에 빨려들 듯 고정되어 목이 앞으로 쏠리는 이른바 ‘거북목’이 되기 쉬운데, 거북목이 되면 거의 무조건 ‘긴장성 두통’이 따라오게 됩니다.

호주 배우 F.M 알렉산더(Frederick Mattias Alexander)는 점차 성대가 안 좋아지면서 결국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상황을 겪은 후, 문제의 원인이 자신의 움직임과 자세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할 때마다 미세한 긴장으로 인하여 머리가 뒤로 당겨지면서 후두부를 누르고 불균형하게 구부러진 척추 때문에 호흡과 발성에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입니다. 이렇듯 잘못된 자세는 두통뿐만 아니라 신체의 다른 부분들에까지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봄입니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일에 적응해야 하는 분들이 많으시지요. 학생들도, 직장인들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중에 무의식적으로 굳어진 자세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혹 새롭게 장만한 스마트폰을 잠자리에서 만지작거리고 있지는 않은지요. 지끈지끈 두통이 생길 때는 최근 나의 생활에서 달라진 부분들이 없는지 먼저 체크해보세요.

거북목이라 생각이 되면 우선 굳어진 근육을 늘리는 스트레칭, 그리고 그 다음엔 올바른 자세를 몸에 익히는 코어 운동이 필수입니다. (저도 이 글을 쓰면서 척추가 무너져 거북목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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