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주치의

▲충분한 수면이 중요하다 Ⓒ 사진출처:다음이미지


날씨가 슬슬 따뜻해져 오면 여기저기서 나른한 오후가 시작되지요?


어렸을 때부터 잠이 오면 주체할 수 없었던 저는, 이렇게 졸리는 시즌이 되면 의대 시절의 친구가 떠오릅니다. 어지간히도 잠이 많은 친구였는데, 신기하게도 놀 때는 신나게 잘 놀고 수업시간만 되면 주체할 수 없이 꾸벅거렸습니다.


이 친구가 마침 수면의학을 전공하신 정신과 교수님의 수업시간에 신나게 졸다가 딱 걸렸습니다. 잔뜩 야단을 맞을 줄 알고 긴장했는데, 이 교수님께서는 친구의 조는 모양을 유심히 보시더니 자네 조는 모양이 이상하군, 수면다원검사를 받아보게라고 하셨고, 결국 그 친구는 기면병으로 진단받았다는 얘기입니다.


이 얘기를 듣고, 의대생 시절의 우리는 모두가 기면병에 걸리고 싶어했습니다. 왠지 그 병이라고 진단받고 나면 수업시간에 졸아도 야단맞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그러나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기면병은 그리 흔한 병이 아닙니다.


여튼 이런 끝없는 졸림은 공부하는 학생에게도, 직장인에게도, 주부에게도 문제가 됩니다. 의학적으로도 과도한 주간 졸림이라는 게 있는데요, 이것은 단순한 피로감과는 좀 다릅니다. ‘과도한 주간 졸림이 깨어있으려고 애를 씀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잠에 빠져드는 경향이라면, 피로감은 기운이 없고 무기력한 것이 두드러집니다.

그럼 나도 과도한 주간 졸림인가 의심이 드시나요? 아래 문항들을 한번 체크해보십시오. 이 상황들에서 항상 꾸벅꾸벅 졸고 있다면, 그냥 단순히 피곤한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 전혀 안 졸린다 0

- 간혹 꾸벅거린다 1

- 종종 꾸벅거린다 2

- 꽤 꾸벅거린다 3


1. 앉아 있거나 무언가를 읽고 있을 때

2. TV를 보고 있을 때

3. 공공 장소에서 특별한 움직임 없이 앉아 있을 때 (극장, 회의 등)

4. 1시간 정도 멈추지 않고 달리는 차를 타고 갈 때

5. 오후에 누워서 쉬고 있을 때

6. 누군가과 얘기하면서 앉아 있을 때

7. 술은 마시지 않은 채로 점심 식사 후 앉아 있을 때

8. 밀리는 차 안에서 몇 분간 있을 때

이런 과도한 주간 졸림의 원인 중에 기면병이 있기는 하지만, 역시 가장 흔한 원인은 수면부족입니다. 한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 중 40%7시간 미만의 수면을 취하고 68.7%8시간 미만의 수면을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몸의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고 피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8시간 이상의 수면이 필요하고 하니, 국민 대다수가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지요.


수면부족은 기력 저하, 집중력과 학습능력의 저하, 과민한 성격, 충동조절 실패, 불안정한 기분으로 연결될 수 있고, 교통상황에서는 졸음운전으로 인해 큰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지요. 봄철 졸리는 오후, 깨어있으려고 노력해도 잘 되지 않을 때는 절대적인 수면량이 부족하지 않은지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수면부족의 영향은 축적되는 경향이 있어서, 필요한 절대 수면량을 채우기 전까지는 회복되지 않는답니다. 충분한 시간 동안 잘 잤음에도 불구하고 낮에 졸린다면, 그때는 수면무호흡증이나 기면증, 일주기 리듬의 장애 등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러나 우선은 잘 자는 것이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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