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 연대도에서 만난 팔방미인

이번에는 ‘돈나무’다. 새해가 시작되었으니 ‘여러분, 부자 되세요!’ 식의 덕담을 위해 고른 나무는 절대 아니다. 그냥, 눈에 띄었을 뿐이다. 그 나무가!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에서 진행한 ‘에너지전환상상학교’의 연대도 현장견학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연대도는 경남 통영시에 위치한 작은 섬이다. 태양의 섬이라고 칭찬이 자자한 그곳을 찾아 에너지자립과 전환의 현장을 확인하는 답사 프로그램이었다. 태양의 섬? 글쎄다. 태양의 섬이라 부르기에는 아직 가야야 할 길이 멀어 보였지만, 과정에서 흘린 땀과 열정 그리고 꿈만은 큰 울림이 있었다.     


5시간여 버스이동 끝에 다다른 통영은 아름다웠다. 500여개가 넘는 섬들과 바다, 그리고 사람들이 만들어 낸 아름다움이었으리라. 통영에서 다시 배를 타고 15분을 내달려 연대도에 도착했다. 1시간이면 족히 둘러 볼 자그마한 섬에 대략 40가구, 100여명이 옹기종기 살고 있었다.


패시브하우스로 지은 마을회관과 탐방객안내소, 그리고 폐교를 활용한 에너지교육센터. 마을 뒤쪽으로는 산중턱에 150kW 용량의 태양광발전소가 있었다. 많은 이들이 10여년 넘게 노력한 결과물이다. 10년 후 이 마을의 모습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자못 궁금했다. 그렇다면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이 꿈꾼다던 10년 후 은평은 어떤 모습일까?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은 남도여행길이었다.  

▲연대도에서 만난 돈나무 Ⓒ민성환

다시, 돈나무! 연대도에는 마을 뒤에 자그마한 산이 있었다. 산에는 듬성듬성 이대와 곰솔이 무리지어 자라고 있었고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상록수인 동백나무와 ‘돈나무’가 마을 빈터와 가장자리 여기저기서 모습을 보였다. 상록수가 거의 자라지 않는 중부지방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경관의 연출이다. 기후가 만들어낸 경관이다.


돈나무는 매서운 바닷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녹색 잎을 자랑하고 있었다. 광택마저 돌았다. 이름이 우선 독특하다.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는 것일까? 찾아보니 이렇다. 나무에서 전체적으로 고약한 냄새가 난다. 잎을 비비거나 가지를 꺾으면 악취가 풍기고, 특히 뿌리껍질을 벗길 때 더 심한 냄새가 난다고 한다. 이 냄새는 불에 태워도 사라지지 않고 더 나는지라 장작으로 때지 않았다고 한다. 이 나무가 살아남은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가을에 열리는 구슬 굵기만 한 동그란 황색 열매는 완전히 익으면 셋으로 갈라지는데 그 안에는 끈적끈적한 빨간 끈끈이로 둘러싸인 씨가 들어있다. 이 점액이 곤충을 유혹한다. 특히 파리가 많이 날아온다고 한다. 끈끈이는 점점 지저분해지고 나중에는 냄새까지 풍긴다. 이런 이유로 제주도에서는 똥낭, 즉 ‘똥나무’라고 불렀다. 어느 날 일본인이 이 나무의 이름을 물었고 똥나무 발음이 되지 않아 돈나무라 부르게 되었단다. 일본에서는 돈나무를 좋은 관상수로 개발하였고 일본에서 묘목과 이 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오면서 아예 일본인의 엉뚱한 발음으로 만들어진 ‘돈나무’가 이 나무의 정식 이름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돈나무는 따뜻한 남쪽지방 해안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이다. 바닷가 식물들은 잎이 다른 식물에 비해 두껍고 단단하거나 반질반질 윤기가 나는 경우가 많다. 돈나무가 딱 그렇다. 과다한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한 고민의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돈나무는 생각보다 쓰임새와 장점이 많은 나무이다. 우선, 한자로는 칠리향, 천리향이란 이름도 있는데 꽃의 향기가 좋아 그리 부른단다. 잎이 조밀하여 방풍림으로도 많이 심는다. 물론 잎, 꽃, 열매 등이 모두 예뻐 관상수로 많이 쓴다. 약재와 목재로도 이용이 가능하다. 돈나무의 목재는 특히 물기에 강한데 고기 잡는 데 필요한 도구를 만드는 데 많이 썼다고 한다. 잎은 사료로도 이용이 가능하고 꽃이 피면 벌이 많이 찾아와 밀원 식물로도 가치가 있다. 팔방미인이다.


재미있는 풍습도 있다. 일본 사람들은 춘분 때 돈나무 가지를 문짝에 걸어둔다. 나쁜 귀신을 쫓는다는 믿음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음나무 가지를 꺾어 출입문에 걸어두는 것과 비슷하다. 음나무의 무서운 가시를 보고 귀신이 얼씬거리지 못한단다. 돈나무는? 가시 대신 고약한(?) 냄새다. 냄새 때문에 귀신들이 들어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돈나무의 일본 이름은 문짝이란 뜻으로 ‘도베라’라고 한다. 


돈나무과(科)에 속하는 식물이 전 세계에 100여 종이 넘게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돈나무 1종만이 살고 있다. 친척이 없어서 외로울까? 그러진 않을 것 같다. 에너지자립과 전환을 꿈꾸는 아름다운 마을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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