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시민신문, 창간 10주년을 맞이하여 2004년 신문 창간 당시의 이야기를 듣고 지금까지의 일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고생과 보람이라는 두 글자로 표현되는 신문 10년의 시간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들여다 보자 -편집자 주

참석자 : 윤건(전 발행인), 홍승권(전 이사), 김영미(전 기자), 민성환(이사), 

             박정아(편집위원), 박은미(편집장), 최승덕(기자)

▲역촌동 초록길도서관에서 함께 모여 발송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신문 만들어 놓고 기자들 고생하는 거 보면서 미안했죠. 10년 되었다는 게 놀라워요. 부미경 전 발행인도 제일 고생 많았고 참 고생들 많이 했는데 그렇다고 지금은 뭐 쉬운가? 지금도 고생스럽겠죠” 발행인이라는 짐을 내려놓았지만 윤건 씨의 말 속에는 은평시민신문을 향한 애정이 충분히 느껴진다.

“근데 신문이 꼬박꼬박 나오니까 신문이 어려운 줄 잘 모르더라구요. ‘잘 돼서 잘 나오는 줄 알았어요’ 하는 사람이 많아요” 경험을 해봐서 아는 걸까? 옆에서 보는 사람이 더 안쓰럽다며 김영미 씨가 이야기를 거든다.

신문이 출발한 2004년 은평은 이제 막 시민사회가 조금씩 꿈틀대기 시작하던 때였다. 생태보전시민모임에서 행사를 하면 은평시민넷 회원들이 출근길에 들러 천막을 치고 다람쥐 탈을 쓰며 머릿수를 채웠다.

충암학원 교육환경개선, 일제고사 반대교사 해임, 한양주택철거, 은평뉴타운 재개발, 친환경급식조례제정 등 굵직굵직한 은평이슈들이 생겨나고 단체별 연대가 힘을 받기 시작하면서 지난 10년 은평역사가 쓰여졌다.

“은평지역사회 구심점 역할을 한 건 분명하죠. 2004년만 해도 지역연대 이런 거는 상상하기 힘들었는데 은평지역사회네트워크가 구성되고 은평시민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된 건 분명해요” 자리를 함께 한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인터넷 뉴스사이트 만으로는 지역신문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으로 2009년 종이신문 내기 시작한다. 종이신문이 나오기 시작하니 독자들에게 신문을 발송하는 일, 지역거점에 신문을 배포하는 일 등이 시작되었다.

2009년 종이신문이 발행되면서부터 신문이 나오는 날이면 너나할 것 없이 신문사 사무실에 모여 신문을 접고 끼우고 라벨지를 붙이는 일이 시작되었다. 일손이 많이 모이면 순식간에 해치우는 일이지만 일손이 부족하면 재미도 없고 고된 일이 되어버린다.

김영미 씨는 “종이신문 발송작업하면서 부담없이 나오기 시작한 동네주민들이 이제는 지역활동가가 되었어요. 신문 접으면서 수다도 떨고 기사거리도 나왔죠”라고 이야기한다.

신문을 지역에 배포하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신문사 내 차량도 없고 운전을 할 만한 사람도 없어 자원활동가들이 자신들의 차를 이용해서 신문을 실어 날랐다. 지역연대로 함께 신문배송작업을한 생태보전시민모임 이영진 씨는 2년 남짓한 시간동안 매번 차량지원과 운전을 도맡았고 임세환 씨가 함께 자원활동을 했다. 임세환 씨는 2년 넘는 자원활동 이후 은평시민신문 기자로 일하면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었다.

종이신문 발행은 지역신문의 역할과 위상을 한껏 높여주었지만 신문기획, 취재, 편집, 발송작업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쉽지 않았고 인쇄,편집비 등 신문제작에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았다. 신문이 출발하고 8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2012년에는 열악한 지역신문상황과 상근자들의 극심한 피로도가 겹쳐 신문운영을 계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기도 했다. 헌신적인 노력을 보여 준 부미경 전 발행인도 이런 상태로 신문운영을 유지하는 것은 힘들다는 생각으로 발행인 자리에서 물러나고 종이신문발행도 잠정 중단상태에 들어간다.

“너무 힘들면 접으면 되는 거죠. 일정정도 역할을 했고 중간에 실패하는 것도 나중에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었어요. 실패도 좋은 경험이니까요. 하지만 속으로는 접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어떻게든 돌파구를 만들거니까” 민성환 씨의 말이다.

▲발행된 은평시민신문을 한 곳에 모아보았다

종이신문 발행 중단 그리고 복간, 협동조합으로 돌파구를 마련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당시 이사회와 편집위원들을 중심으로 시작되고 ‘우리동네미디어공동체 3.0 UP!'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지역신문사례, 공동체미디어, 협동조합 등을 공부하고 대안마련에 나서기 시작한다.

3개월가량 중단되었던 종이신문발행은 2012년 12월 다시 복간되었다. 준비가 충분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새로운 동력과 대안은 신문을 만들면서 나오는 것이 클 것이라는 상근자들의 판단이 앞섰다.

협동조합에 대한 고민도 꾸준히 이어져 마침내 2014년 2월 주식회사 은평시민신문사에서 은평시민신문협동조합으로 전환작업이 이루어진다. 협동조합이 대세이니 일단 가보자는 판단이 아니라 주민이 함께 만드는 신문이라면 갖추어야 할 원칙과 규정을 하나씩 만들어 가보자는 취지가 크게 작용했다. 그 형태가 주식회사보다는 협동조합이 맞겠다는 판단을 내리는데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2013년에는 은평구 내 복지시설을 혐오시설이라며 말한 은평문화원장과 구의원에 대한 문제가 기사화 되면서 ‘장애인비하발언’이 지역이슈가 되었다. 당시 복지시설, 장애인단체 등여러 시민사회단체가 크게 이의를 제기하고 결국 은평문화원장은 잘못을 인정하고 연임하지 않고 사퇴하는 선에서 일단락되었다. 이 사건은 지역신문이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가 되었다.

또 하나의 사례는 2014년 은평시민신문이 은평구의회 해외연수문제점을 제기한 일이다. 해외연수 후 작성된 보고서가 여행블로그, 안동시의회 보고서 등을 베껴쓴 것이 드러나자 은평주민들은 해외연수문제로 서울시에 감사청구를 하게 된다. 3개월간 벌인 감사결과, 서울시는 은평구해외연수에 문제점을 발견하고 시정, 및 주의를 권고했다.

홍승권 씨는 “은평시민신문은 서울에서 거의 유일한 지역정론지”라는 말로 신문의 의미와 역할을 이야기한다. 시작부터 지방자치 견제와 발전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갖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들이라는것이다.

은평시민신문을 한마디로 정의해 달라는 말에 “존재가 의미”라는 김영미 씨, “은평시민신문은 ING”라는 민성환 씨, 두 사람의 말처럼 존재가 곧 의미가 되고 항상 꿈틀대고 꿈꾸는 신문이 되길 기대해본다.

<은평시민신문이 10년 역사를 만들어 온 것은 많은 시민들이 함께 마음을 모으고 행동해 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은평의 많은 시민기자님들이 정성스럽게 원고를 써서 보내주었고 신문이 발행되어 나올 때면 매번 지역의 활동가와 주민들이 발송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지면관계상 일일이 감사 인사를 전하지 못했지만 늘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힘을 모아 주신 후원회원, 조합원, 시민기자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