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시민신문이 뽑은 2014년 은평 10대 뉴스

 '多事多難'. 한 해를 마무리할 때 꼭 짚고 넘어가는 사자성어다. 365라는  숫자보다 더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그 일들은 날짜별로 정리되고 기억돼 있다. 하지만 올해는  하나의 사건, 하나의 숫자가 각인되어 있는 느낌이다. 어떤 이들은 한 해를 돌아보며 2014년이 아예 없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만큼 아픔이 큰 한 해였다. 하지만 없애고 잊는 것이 아니라 더  또렷이 기억해야  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내일엔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고 해도.  '0416, 잊지 않겠습니다.'

2014년이 저물고 있다. 은평에도 독자들을 가슴 아프게도 하고 기쁘게도 한 뉴스가 많이 쏟아졌다. 2014년을 정리하며 은평시민신문이 2014년을 달군 10대 뉴스를 정리해 봤다.

1. 세월호 참사와 은평 촛불  

4월 16일 오전 8시 50분경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했다. 해양경찰청과 정부의 미흡한 초동 대처, 부처간 혼선, 부실한 구조인원 투입 등과 같은 이유로 탑승자 476명 중 172명만이 구조되었다. 배가 침몰한 이후로는 단 한명도 구해내지 못했다. 온 국민이 마음을 모아 모두 살아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랐으나, 이루어지지 못했다. 세월호의 침몰 원인과 초기 구조작업 지연 등에 대해 수많은 의혹이 있으며, 유가족을 비롯한 국민들은 진상 규명을 위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원했으나, 이마저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206일만에야 국회를 통과하기도 했다.

한편 은평에서도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진상규명을 바라는 촛불 집회가 매주 열었다. 또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개인 명의의 현수막을 120여개 걸기도 했다. 9월 26일에는 은평지역사회네트워크에서 세월호 유가족 2명을 초청해 ‘세월호 참사 이후 : 조직문화 개혁, 조직설계의 방향은?’이라는 제목으로 강좌를 열기도 했다.

2. 6.4전국지방동시선거

6월 4일에는 지방자치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 행사인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졌다. 이번 선거는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지 얼마 안 돼 실시됐기 때문에 그 여파를 직접적으로 받았다. 정부의 책임론이 대두됐고, 은평구민들의 표심은 ‘세월호 심판론’이었다.

그 결과 구청장 선거에서는 김우영 구청장이 상대 후보를 14% 정도의 표 차이로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4석이 걸려 있는 시의원 선거에서도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들은 전승을 거두었다. 구의원 선거에서도 새정치연합의 승리로 마무리 됐다. 3명의 구의원을 뽑는 대조‧역촌 선거구에서 2명의 새정치연합 후보가 당선됐고, 새정치연합은 제7대 은평구의회 다수당이 됐다.

선거 결과는 새누리당의 패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진보세력의 패배이기도 했다. 녹색당, 노동당, 정의당, 통합진보당 등 진보정당 후보들은 구청장 선거를 비롯해 시의원 선거와 구의원 선거에 출마했지만 거대 양당의 벽을 넘지 못했다. 시민사회도 ‘시민후보’라는 이름으로 1명의 구의원 후보를 냈지만 구의회 진출에 실패했다.

3. 통합진보당 해산

12월 19일 통합진보당을 해산하고 소속 국회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한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헌정 사상 최초의 정당해산심판이다. 헌법재판소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숨은 목적을 가지고 내란을 논의하는 회합을 개최하는 등 활동을 한 것은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며, “실질적 해악을 끼치는 구체적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정당해산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선고했다. 또 소속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위헌정당의 해산을 명하는 비상상황에서는 국회의원의 국민 대표성은 희생될 수밖에 없으므로”라고 근거를 들어,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은 위헌정당해산 제도의 본질로부터 인정되는 기본적 효력이라고 판단”했다.

헌재의 이번 판결은 공교롭게도 박근혜 대통령의 2주년 기념일에 나왔고, 이른바 ‘정윤회 게이트’로 국정이 어지러운 와중에서 나왔다. 한편 헌재의 판결이 유럽을 중심으로 60개 국가가 가입해 있는 국제헌법자문기구인 베니스위원회의 ‘정당해산 지침’에 어긋나는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4. 은평구의회 공무 국외여행 보고서 표절과 주민감사 청구

제6대 은평구의회 의원들은 올해 1월 말 두 팀으로 나눠 공무 국외여행을 다녀왔고, 2월 28일 보고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2012년 안동시의회의 보고서를 그대로 베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구의원들의 해외시찰 경비에 대한 세부지출내역을 작성하지 않고, 일부 보고서가 누락되는 등 부실한 결산이 드러났으며, 심의위원회의 불성실한 심의 과정과 불투명한 예산집행 과정도 문제가 되었다. 이에 노동당 은평구당원협의회, 은평녹색당, 은평지역사회네트워크 등의 회원들은 약 한 달동안 은평구민 366명의 서명을 받아 서울시에 주민감사를 청구했다.

서울시는 9월 12일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시는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 비정상적 운영, 여행목적을 이탈한 해외시찰 진행 등 해외시찰 전반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시는 은평구의회가 2012년부터 실시한 해외시찰에 대해 총 10건의 부적정한 진행을 확인하고 구청장과 의회사무국에 시정 1건, 주의 3건, 권고 2건 및 신분상 5건의 주의 조치를 내렸다. 이에 주민감사를 청구했던 주민들은 다시 ‘외유비 반환’과 ‘책임있는 사과’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고, 9월 23일 정례회 본회의에서 장창익 은평구의회 의장이 사과를 표했다.

한편 10월 11일 누리축제에서 장창익 의장은 본인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아들이 여행가면 용돈 주듯이, 직원격려금을 연수비로 돌려쓰는 것은 관행”이라는 부적절한 발언을 했으며, 김우영 구청장은 제228회 은평구의회 제2차 정례회 구정질문에서 “외유가 잘못된 겁니까?”라고 묻는 등 지난 제6대 은평구의회의 외유성 해외시찰을 두둔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5. 늘어나는 은평구 문화 거점들 

2014년에는 은평에 여러 문화 거점들이 문을 열었다. 3월 29일 첫 장터를 연 <재미난장>은 지역에 거주하는 문화예술가들이 지역 주민들에게 자신의 창작물을 소개하고 또 판매하는 장터다. 갈현2동 길마공원에서 한 달에 한 번 열린다. 달마다 꾸준히 참가하는 예술가들이 늘었고, 보러오는 주민들도 점점 더 늘어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재미난장> 덕분에 가까이에서 예술작품을 만나고, 예술가들과 주민들이 서로 소통하며 마을공동체를 이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한 해였다.

6월 2일 문을 연 <마을예술창작소>는 일명 ‘마술소’로 불린다. 고지대인 갈현2동 일대에 수돗물을 공급하다가, 2000년대 중반 그 수명이 다해 흉물로 전락했던 구산가압장 자리에 들어섰다. 창작소는 전문 예술이 아닌 생활형 문화예술로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문화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10월 7일에는 진관동에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2012년 착공해 2년 만에 문을 연 박물관은 2002년 은평뉴타운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굴한 통일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유물 500여점과 2009년 진관사 개‧보수 공사중 발견된 독립운동 관련 자료 등 전통과 근대를 망라하는 내용을 갖춰 은평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11월 19일 사업설명회를 연 <은평음악창작센터>는 수색역 광장에 들어섰다. 80명 내외의 인원을 수용 가능한 공연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변형 리허설 스튜디오, 20명 내외의 인원이 참여할 수 있는 중ㆍ대형 규모의 합주실, 가녹음(데모)을 할 수 있는 악기 및 보컬 녹음실 등의 시설들을 갖춰 프로나 아마추어 연주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6. 역사가 쌓여가는 시민사회단체

올해는 은평에서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의 기념식 행사가 많았다. 2월 24일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은 20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복지관은 올해 20주년을 맞아 기념책자를 발간하고, 옛 직원들의 홈커밍데이를 열고, 연중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9월 13일 30주년을 맞은 풍물패 <터울림>은 사단법인으로 전환해 창립총회를 열었다. 또 10월 19일에는 30주년 기념 가을 굿판을 벌였다. 이번 굿판에는 그간 터울림과 인연을 맺었던 많은 이들이 모두 모여 신명 나는 잔치를 펼쳤다.

10월 24일에는 <열린사회은평시민회> 15주년 후원파티가 열렸다. 축하공연, 축하영상, 사진전, 이그나이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흥겨운 자리를 마련했다. 또한 <은평시민신문>도 올해 10주년을 맞아 12월 5일 후원의 밤을 열었다. 올해 <은평두레생협> 역시 10주년을 맞았다.

7. 은평의 그물망, 더욱 촘촘해지다

은평은 네트워크의 시대다. 기존 은평의 시민사회는 은평지역사회네트워크라고 하는 큰 협의체를 중심으로 소통하고 활동을 했다. 하지만 시민사회가 더 확장되고 구성원이 늘면서 분야별로 더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네트워크가 늘어나고 있다. 올해에만 은평아동청소년네트워크 준비위원회, 작은도서관협의회, 은평시민정치네트워크, 은평인권네트워크(준), 은평미디어모임, 은평전환마을네트워크 등 새로운 네트워크들이 생겨나 더 촘촘한 그물망이 짜여 지면서 내실을 다져가고 있다.

교육 분야의 은평아동청소년네트워크 준비위원회는 신나는애프터센터, 학교밖징검다리센터 작공, 은평교육복지센터, 청소년수련관, 평생학습관, 은평씨앗학교, 은평지역아동센터연합, 은평지역사회네트워크, 열린사회은평시민회, 서부교육청 교육복지파트의 활동가들이 개인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 2013년 신나는애프터센터가 제안한 아동청소년 주제의 컨퍼런스에서 네트워크 구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으며 2014년 지방선거 대비 아동청소년 정책제안 회의를 하며 본격적인 구성준비를 하고 있다.

은평아동청소년네트워크 준비위원회는 2014년 하반기 은평 지역의 아동청소년의 행복한 삶에 주목하며 그동안의 논의과정을 정리하여 교육전문가 토론회, 다양한 단위의 네트워크 설명회, 소셜픽션 100인 워크숍을 진행했고 2015년 본격적인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은평시민정치네트워크는 은평지역사회네트워크가 6.4지방선거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시민정치 분야의 협의체다. 지난 선거에서는 시민사회의 가치를 담아낸 12개 분야의 정책을 만들고 구청장 후보들에게 제안해 김우영 구청장과 협약을 맺었다. 앞으로는 정책협약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정치와 생활정치를 주제로 은평구가 시회사회의 가치가 녹아있는 지역으로 만들기 위한 정치적 실천을 고민하고 있다.

은평인권네트워크(준)은 장애인인권 사업을 벌이기 위해 장애인단체들이 주축이 돼 만든 협의체이다. 하지만 지역에서 인권 전반에 대해 활동이 미비하다는 판단에 따라 여러 인권단체와 인권취약계층을 포괄하는 네트워크로 확장시킬 계획이다.

은평미디어모임은 동네스튜디오, 아줌마들의동네탐방나들이, 거북이라디오, 자몽, 동네싸롱, 영상인 모임, 은평시민신문 등 미디어 단체와 활동가의 모임이다. 지역에서 개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미디어 활동을 한 데 모아 상승효과를 내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미디어 활동가들의 열악한 상황을 감안해 함께 교육하고 서로의 콘텐츠를 공유하며, 나아가 지역의 미디어 정책 개발과 공동의 공간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12월 23일에는 은평미디어모임 학예회를 열어 한 해 동안 만든 콘텐츠를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은평전환마을네트워트는 지난 11월 29일 ‘전환마을 설명회’를 통해 만들어진 연대단체로 기후변화와 피크오일에 대비하는 마을공동체 운동인 ‘전환마을 운동’을 펼쳐나가기 위한 모임이다.

8. 재개발 출구전략은 어디에?

은평구는 단독주택의 비율이 높고 노후화된 건물들이 많다보니 재개발과 재건축 구역이 많다. 은평구청 홈페이지에서 재건축‧재개발 구역 현황을 보면 51개의 구역이 지정돼 있다. 은평구의 상당 면적에서 재건축이나 재개발 추진 움직임이 있지만 잡음 없이 진행되는 곳은 많지 않다. 갈현1동의 경우 2004년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돼 사업을 추진했지만 현재는 멈췄다. 추진해 봤자 이익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올 해초 증산동과 수색동 일대 집집마다 붉은 깃발들이 걸렸다. 재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사표시였다. 헌 집을 내줘도 새 집을  분양받을 수 없다. 분담금을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제 집을 내주고 다른 곳으로 전세살이를 떠나야 하는 주민이 나선 것이다. 심지어 녹번1-2구역 주민들은 감정평가금액이 공시지가 수준밖에 안 돼 적절한 보상도 받지 못하고 떠나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지역에서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재개발을 원하는 외지투자자들이 이미 5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추진되더라도 조합과 반대 주민사이에 갈등과 분쟁이 심하다. 증산2구역에서는 시공사의 뇌물 사건과 조합의 규정 위반과 관련해 2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재개발 사업이 거의 마무리 됐더라도 문제가 생긴다. 응암8구역의 경우 추가분담금 문제로 시공사와 조합이 분쟁하고 있다.

주민들의 합의로 아예 재개발 구역을 해제하고 도시재생사업으로 전환한 곳도 있다. 불광동 23번지 일대가 그렇다. 재개발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대신 재개발로 인한 갈등으로 시끄러웠던 동네가 평화로워 졌다.

9. 재정난 가중, 지방자치 위기

지난 8월 12일 김우영 구청장이 서울시 브리핑룸 연단 앞에 섰다. 기초연금에 대한 자치구 분담금을 정부가 책임지지 않으면 기초연금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복지 디폴트를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 올해 은평구는 기초연금, 영유아보육료 등 필수경비 72억을 편성하지 못했다. 내년 예산에도 기초연금 증가분 80억 원과 무상보육 추가지원 8억 원을 편성하지 않았다. 비정상적인 예산편성이 계속되고 있다.

작년 은평구는 부족한 예산을 메우기 위해 옛 골프장 부지 매각을 결정했다. 경매에서 3차례나 유찰되고 연내 매각은 이뤄지지 않았다. 매각이 불발 시 대책으로 통합관리기금에서 끌어오겠다고 했지만 매각을 전제로 미리 계상했던 100억 원에 대해 일정 부분 재정 결손은 불가피해 보인다. 올해를 보내며 보릿고개를 하나를 넘었을 뿐이다. 문제는 계속, 더 험난한 보릿고개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10. 마을 속 축제 더 풍성해져

올해는 은평누리축제를 비롯 마을 안 축제들이 더 활성화되고 자리잡는 한 해였다. 특히 은평누리축제는 영화제, 파발제, 합창, 체험광장 행사 등 풍성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또한 사전에 축제기획자 양성과정을 열어 주민들이 함께 축제 기획, 홍보, 자원활동 운영 등을 논의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올 해 누리축제는 주민참여 진행자만 13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주민 주도로 이루어진 축제로 평가받고 있다. 각 동별 축제와 단체별 축제도 다채롭게 열렸다. 역마을한마음축제, 물빛한마음축제, 비단산문화축제, 도서문화축제, 벚꽃축제 등이 은평 곳곳에서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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