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끊는 결심, 동네사람들과 함께

연말입니다. 많은 분들이 한 해를 정리하면서 새해 결심을 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건강과 관련해서는 금연, 체중감량, 운동 중 하나 이상은 마음에 두고 있지 않으신지요? 특히나 올해 말, 정부에서 금연종합대책으로 담배값 인상과 공중이용시설의 금연구역 확대 정책을 발표하면서, 2015년 새해에는 금연을 결심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

담배값 인상 정책의 주 목적이 국민 건강보호라기보다 세수 증가가 아니냐는 비판도 있지만, 주치의로서는, 금연의 노력을 시작하시는 분들이 많아지는 계기가 하나라도 더 생기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지고 있는 터라, 담배값 인상 정책 자체는 한편 반갑기도 합니다.

금연을 권하면서 흔히들 담배를 백해무익하다고 표현하지만,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빡빡한 서민들의 생활 속에서 한 줄기 위안을 주었던 담배의 존재를 생각해보면, 이것을 무익하다고 말할 수 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흡연으로 인한 건강영향은 담배가 주는 정신적 위안에 비해 말년에 치루어야 할 대가가 훨씬 크기에, 이를 아는 의사로서는 적극적으로 금연을 권유할 수밖에 없지요.

담배연기에 포함된 발암물질이 흡연자에게 폐암, 식도암, 후두암, 위암, 구강암, 간암, 방광암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많이들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런데 그 외에도 담배연기의 독성가스는 혈관의 내피를 손상시켜 동맥경화를 일으킵니다. 그래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함께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계질환의 주요 위험인자가 되지요. 남성분들에게는 발기부전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흡연은 위궤양을 잘 일으키고, 골다공증이나 조기폐경과도 연관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담배의 끝에서 나오는 연기(부류연)의 흡입으로 인한 간접흡연의 위험에 대해서도 들어보셨을 겁니다. 일산화탄소의 농도는 부류연에서 2.5배 높다고 하는데요, 이를 근거로 공공장소에서의 금연정책이 이루어지고 있지요. 그런데 이 외에도, 최근에는 3차 간접흡연의 건강 영향에 대한 연구결과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직접 담배를 피우는 것이 1차 흡연이라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근처에 있음으로 인해 부류연을 흡입하게 되는 것이 2차 흡연(일명 간접흡연)이고, 흡연자들과 함께 생활함으로써 옷가지에 묻은 담배 냄새와 연기입자에 노출되는 것이 3차 흡연입니다. 흔히 아버지들이 아이 건강을 위해 담배는 밖에서 피고 집안에서는 안 핀다고 말씀하시곤 하는데, 이렇게 밖에서 핀 담배로 인해서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지요. 흡연자들의 자녀에게서는 천식의 위험이 높고, 소변에서도 코티닌(니코틴 대사물) 농도가 높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시행된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함께 금연을 시도하는데, 배우자가 금연하면 상대방이 흡연을 지속할 가능성이 67% 감소하고, 친구가 금연하면 본인이 흡연을 지속할 가능성이 36% 감소하며, 직장 동료가 금연하면 본인이 흡연을 지속할 가능성이 34% 감소한다고 합니다. 가까운 사람의 금연에 이렇게 영향을 받는다니, 놀랍죠? 새해에는 담배끊는 결심, 동네 사람들과 함께 해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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