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 최초 협동조합주택 ‘구름정원사람들’

북한산으로 올라가는 등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길목 독박골. 불광중학교 뒤쪽 으로 올라가는 길에 6번 마을버스 종점과 수양관이 있고, 불광사 입구 조금 못 미쳐서 생태공원 조성공사가 한창이다. 그 바로 아래쪽에 특별한 집이 하나 생겼다. 바로 은평의 협동조합 주택 1호 ‘구름정원사람들’(이하 구름정원)이다.

지난 25일 개관식을 한 구름정원은 511㎡(154평) 규모에 지하1층, 지상4층으로 지어져 입주가 결정된 총 8세대가 들어올 예정이다. 구름정원은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 가입한 이들이 출자금을 내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주거 관련 전문교육을 받으면서 자신이 살 집의 설계 및 건설과정에도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지어졌다.

에너지 효율 극대화한 생태적 ‘패시브하우스’ 지향

구름정원사람들은 기후변화와 앞으로 다가올 피크오일(peak-oil, 석유고갈)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를 지향한다. 이를 위해 건축소재도 가능한 한 신소재를 찾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한다.

구름정원의 창호는 전부 3중유리로 되어있다. 아르곤, 클립톤 가스를 충전한 창호인데 복사열은 잘 받되, 실내의 따뜻한 공기는 잘 빠지지 않는 고성능 단열창이다. 여름에는 내부에서 차양을 내려 일사량을 차단할 수 있다.

또한 옥상에는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 가급적 제로형 에너지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리고 마당에는 공동텃밭 공간이 있는데 도시농업으로써 텃밭 가꾸기를 하며 작은 규모지만 먹거리도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준비해놓은 것.

▲구름정원사람들 외부모습과 내부모습

 

효율적인 공동공간, 집 주인 취향 맞춘 세대별 설계

한 채의 건물에 두 세대 이상이 각자의 요구를 조정하여 공동사용공간과 세대전용공간을 효율적으로 나눠서 설계한 주택을 코하우징(Co-housing) 주택이라고 한다. 구름정원사람들은 바로 이 코하우징 방식으로 설계됐다.

우선 보일러실을 1층과 3층에 공동으로 두고, 그 안엔 공용세탁기를 둘 예정이다. 물론 세대마다 세탁기를 따로 둘 수도 있다. 각층마다 있는 테라스는 이웃과 교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남겨두었다.

4층에는 게스트룸으로 쓸 수 있는 커뮤니티홀인 독립공간이 있는데, 손님맞이 기능뿐 아니라 향후 소규모 워크샵이나 모임,영화관람. 행사를 열고 이 부근을 찾는 사람들이 묵고 갈 게스트하우스의 기능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각 세대별 구조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을까? 각 세대마다 집 주인의 직업이나 필요?취향에 따라 방의 개수와 크기, 거실의 모양새, 문과 창문의 배치도 달랐다.

집에 강아지가 있는 집은 현관문 안에 방음문이 하나 더 설치되어있다. 강아지가 짖는 소리로 이웃에 줄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배려인 것. 어린이가 있는 집의 벽에는 마음껏 낙서할 수 있게끔 화이트보드가 매립되어있다.

출판 관계자와 작가 부부가 사는 집은 거실에 있는 문을 열면 약 2㎡ 넓이의 노출 발코니가 외부로 달려있다. 바깥바람도 쐬며 사색할 수 있는 휴식공간이다. 목회자 가족이 살 집에는 방 한켠에 홀로 조용히 기도와 묵상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작은 채광창이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구름정원사람들의 각 세대에는 곳곳에 ‘다락방’이 숨어있다. 예를 들어 화장실 위에 9~13㎡(3~4평) 정도의 빈 공간이 있는데 계단을 통해서 들락거릴 수 있게 되어있다. 집 주인이 원하는대로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구름정원사람들의 또 다른 매력은 복층 구조에 있다. 현재 단층으로 이루어진 세대가 5곳, 복층 3곳인데, 예를 들어 2층에 있는 남향집 현관을 열고 들어가 계단을 올라가면 3층은 북향으로 되어있다. 계단의 위치나 복층 간 공간의 용도와 위상은 각 세대마다 또 다르다.

▲하기홍 구름정원사람들협동조합 이사장

 

“은퇴 후 시니어들의 공동체 주택, 마을과 함께하는 삶 지향”

그런데 이런 집을 짓기 위해서 모인 사람들끼리 의견 조율을 하고 서로 신뢰하는 과정이 힘들진 않았을까? 하기홍 조합이사장은 “동서남북 사방위나 일조권, 공기순환의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살 집의 문제를 타인과 이야기 나누는 것이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었을 터.

그는 평소 공동체가 복원되고 이웃과 단절되지 않은 삶의 형태를 꿈꿔왔다. 그러면서 혈연적 가족보다 확장된 ‘사회적 가족’이라는 개념을 생각했는데, 마포의 코하우징 주택 ‘소행주’를 눈여겨보게 되고 은평에서 코하우징 주택을 짓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그래서 작년 여름, 주거문제 전문가로 활동 중인 ㈜공정건설의 기노채 이사장과 함께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에서 소단위 주택조합을 설립했다. 뜻이 맞는 사람들을 모으는 작업도 병행됐는데 이 과정이 난제였다.

“컨설팅을 받으면서 사람을 모으는 그 과정에 7~8개월 정도가 걸렸어요. 처음엔 신문에서 소식을 읽고 오는 분, 재테크 개념으로 찾아오는 분들이 있었는데 ‘공동체의식’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으신 분들이 많더라구요. 작년 10월부터 거의 매주 만나서 협동조합, 코하우징 사례, 갈등치유 등을 공부했던 분들 중 8세대가 최종 확정됐어요”

이렇게 모인 사람들이 구름정원주택을 짓기 위해 한 가구당 들인 비용은 약 2억 4천여만 원 정도. 여기에 공동소유인 1층, 지하 상가를 위해 한 집당 7천 8백여만 원씩을 추가로 들였다. 하기홍 조합이사장은 “하우징쿱의 제대로 된 시범모델로 공을 들이다보니 금액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구름정원사람들은 단순히 ‘집 짓고 살기만 하는’ 것만이 목표가 아니다. 향후 상가 시설은 협동조합 운영과 마을공동체에 기여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할 계획인데 구체적 계획은 더 논의해야 한다고.

“마포 소행주의 경우 공동육아를 고민하던 분들이 모인 곳인데, 우린 노후대책의 방법 중 하나로 자연과 하나되는 사람들 즉 ‘시니어들의 생활공동체’를 지향합니다. 시설 공간을 활용해서 인생 이모작을 돕는 일거리를 만들고, 서로의 전문성과 경험을 살려 은평 지역사회와 마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하는 하기홍 조합장의 얼굴에 자신감과 열정이 묻어있다. 구름정원이 대안적인 주거형태의 또 하나의 모델이 되고, 그러한 전망을 보여줄 수 있는 은평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를 수 있을지 향방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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