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e품앗이 장형선 운영위원장을 만나다

▲은평 e-품앗이 장형선 위원장 ⓒ은평시민신문

은평e품앗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2년 전쯤 된다. 은평구에 서로의 재능을 나누는 제도가 있는데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다는 막연한 설명만 들었기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고 있었다. 잊고 있던 은평e품앗이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역촌 역 평화공원에서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 열리는 공유장터를 통해서였다.

은평e품앗이가 주최하는 공유장터는 회를 거듭할수록 그 규모가 커지고 행사의 질이 높아져 왔다. 지난 8월 둘째 주 토요일에도 게으른 역촌동민인 기자의 무거운 엉덩이를 들게 할 정도로 왁자지껄한 행사가 벌어졌고 궁금함에 찾아갔다가 다른 지역 주민에게 열정적으로 e품앗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던 장형선 운영위원장을 만났다. 그리고 그와 짧게 이야기를 나눈 후 따로 인터뷰를 하기로 약속을 했다. 아래는 장 위원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연희초등학교 행정실에서 근무하며 주말에는 교회에 나가던 평범한 가장이었던 장형선 위원장은 13년 전 교회 안에서뿐만 아니라 세상 사람들과도 사랑 나눔을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을 품고 열린사회시민회의 문을 두드렸고, 열린사회시민회의 회원으로서 집수리 활동에 참여했다.

열린사회시민회를 통해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의 집수리를 해주면서 활동을 해왔는데 문제는 한 달에 한 번 집수리를 해주는 것으로 대상 가구와의 관계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웃과 함께하려는 마음과 달리 관계가 단절되는 것을 경험하며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마침 TV에서 서울시 복지재단에서 노원, 양천을 중심으로 지역화폐가 시범적으로 운영된다는 뉴스를 보았다.

이거다 싶어 서울시 복지재단을 찾아간 것이 2010년 10월. 서울시 복지재단 측에 은평구에서 독립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의향을 전하고 6개월 이상 공부와 준비 후에 2011년 5월에 첫 출범식을 열었다. 초창기엔 자신의 집 공간에서 자신의 재능인 목공기술을 통해 이웃에 소품을 만들어 가기도 하고 집에서 소유하고 있는 전동공구 및 생활용품을 진열하여 은평e품앗이 물품공유소를 마련하기도 했다.

▲은평공유장터의 e-품앗이 안내부스    ⓒ은평시민신문

하지만 지역사회에 아무런 인맥이나 자원이 없던 장 위원장 혼자 힘으로 이 커다란 일을 해내기란 불가능했다. 가상의 지역화폐를 설명하기도 어려웠고,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도 대부분 한두 번의 반응은 보이지만 지속적으로 활동을 기대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무엇보다도 홍보물이 없어 입에서 입으로 전한다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그래도 장 위원장은 포기하지 않고 퇴근 후 집 주변 상점에 들러 품앗이 가맹점이 되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한 노력이 차츰 결실을 맺어 민관협력으로 응암1동 주민센터에서 품앗이 토요가족배움터로 사용하도록 장소를 내줬고, 녹번종합사회복지관의 적극적인 협조도 있어서 어려운 시간을 넘어설 수 있었다 그리고 장 위원장이 은평구청을 찾아가 지원을 요청하자 구청에서도 지원을 약속했고 그에 힘입어 은평구청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e품앗이 행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공무원들의 반응이 매우 우호적이었고 행사도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이에 자신감이 생긴 그는 녹번복지관 주관, 은평구 협력으로 2011년 8월 은평의 지역활동가들과 25개 자치구의 공무원들을 초청해 포럼을 열었다. 하루 종일 이어진 포럼 분위기는 매우 뜨거웠지만 문제는 그 후 후속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

아무에게도 연락이 없자 장 위원장은 품앗이 회원과 함께 소그룹 활동 및 품앗이 놀이학교를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이어진 활동은 각자 재능 나눔을 하는 소그룹 모임은 별도로 하고, 지역화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각자 집에서 쓰지 않는 물품을 나누는 품앗이 놀이학교도 36회(2013년 기준)에 이를 정도로 활발해졌다.

▲품앗이 놀이학교 ⓒ은평시민신문

지역화폐 활성화를 위해 소그룹 활동과 품앗이 놀이학교 시작

그렇게 3년의 걸친 노고의 열매가 바로 하나는 은평평화공원에서 벌어지는 공유장터이고 다른 하나는 물품공유센터이다. 공유장터는 올해 서울시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는데 마을장터, 재능수리병원, 열린 공연, 가족스포츠대회 네 가지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구에서 지원받는 예산은 공연장비와 텐트, 테이블 대여에 쓰이는데 올해까지만 지원받고 내년부터는 자립할 계획이라 한다.

현재 장터에서 물품을 파는 장터팀만 50개 팀에 이를 정도로 활성화됐고, 지방에서 농산물과 생필품을 물물거래 하고 싶다는 제의까지 들어올 정도다. 또한 서울시로 부터 12억의 예산을 확보해 불광동에 물품공유센터를 지을 예정이다. 이 곳을 통해 집에서 평소에 쓰지 않는 공구나 캠핑장비 등의 물품을 공유하고 재능 나눔의 자리도 만들 계획이다.

이외에도 장 위원장이 하는 일은 많다. 예전부터 해오던 집수리 봉사도 계속 하고 있고, 독거노인 분들을 중심으로 어르신 합창단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또 지역의 중학교에서 진행한 품앗이 놀이학교를 통해 아이들이 직업과 공유 경제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장 위원장은 지금까지의 활동과 관계를 통해 행복한 나눔을 이루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고 그 과정에 만남의 기쁨, 헤어지는 아픔도 있었다고 한다. 어려운 시간들이 있었지만 부족한 자신을 떠나지 않고 자신보다 더 품앗이에 애정을 가지고 지금까지 함께해준 지역 교회 목사님들과 청년들 덕분에 은평e품앗이가 여기까지 왔다고 영광을 돌린다.

그리고 정작 본인의 가정엔 소홀하다고 자평하는 장 위원장은 은퇴 이후 할리데이비스를 사서 아내와 함께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게 꿈이라며 웃어 보인다. 나누는 e세상, 커지는 이 세상. 그 세상을 향한 그의 바람이 머잖아 이 은평에서 이루어지길 함께 꿈꿔본다.

<은평e품앗이 홈페이지를 통해 가입을 신청하고 승인을 받은 후, 회원으로 활동하도록 통장을 발급받고 지역화폐인 문(1문=1원)을 적립할 수 있다. 아직 본인의 재능을 못 찾은 이들을 위해 마이너스 통장도 사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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