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대안의회 정진임 의장을 만나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진임씨.

“사실, 의회가 뭘 하는지도 모르겠고 의회에 뭘 요구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죠”

솔직한 말이다. 쉽게 구의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막상 구의회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구의원들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있는 주민들은 많지 않다. 그런 면에서 정진임 은평대안민회 의장의 이야기는 정직하다.

“의장이라는 말은 쑥스럽구요. 이런 거 한번 해보자하고 은평사람들이 모였는데 제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는 이유로 덜컥 의장직을 맡겨 버린거죠(웃음)”

정진임 씨의 말처럼 어디어디 의장 혹은 사무국장이라는 직함이 조금은 무거워 보일만큼 앳된 얼굴이다. 하지만 앳된 얼굴과 달리 정보공개센터에서 일한지 7년이 되는 활동가이며 2년 전 은평에 신혼집을 차린 이후 줄곧 은평이 신기한 새댁이기도 하다.

“남편도 은평에 살고 있었고 특히 정보공개센터 옆 사무실에서 계신 살림의료사협 민앵이사장님이 은평이 좋다고 은평으로 이사와야 한다고 늘 얘기하셨어요. 근데 은평에 살아보니까 참 좋더라구요. 좋은 사람도 많고 산이 가까운 것도 좋구요”

은평이 좋아지고 은평에서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은 은평을 좋은 동네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게 했다.

“그래서 주민들과 함께 ‘어떻게 하면 은평이 좋은 동네가 될 수 있을까’ 공부하는 자리를 만들어 보려고 해요. 지방재정을 보는 법, 의회가 돌아가는 과정, 주민들은 어떻게 의회를 견제하고 감시할 것인가 등을 공부하는 자리죠. 중요한 건 공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함께 대안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구요”

그래서 이름도 ‘은평대안의회’로 정했다. 문제제기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까지 고민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난다. 올 상반기에는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은평구 내 가로수 농약살포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유럽에 자전거도로가 잘 되어있는걸 부러워하면서도 우리동네 자전거도로는 고민을 안 하죠. 부러워만 말고 고민하고 방안을 찾다보면 우리도 그렇게 살 수 있는데 말이죠. 정치가 바뀌려면 특히 지역정치가 바뀌려면 이런 삶의 모습을 하나하나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봐요”

정진임 씨는 동네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가 하나하나 쌓여야 결국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결국 생활정치를 실현하는 것이 은평대안의회가 하고자 하는 일이다.

“현실정치를 잘 아는 의원을 초대해서 강의도 듣고 교육과정을 마치고 나면 의원수료증을 주는 작은 퍼포먼스도 진행할 예정이에요. 교육 이후에는 몇 가지 의제를 정해서 은평실태를 조사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만들어 볼 계획입니다”

은평대안의회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좋은예산센터, 에너지정치센터, 민중의집 랄랄라, 초록길도서관이 함께 지역주민들이 지역의제를 찾고 대안을 만들자는 취지로 출발했고 마침 서울시 NPO지원센터의 지원을 받게 되면서 사업내용을 구체화 시켰다.

“축제 때 우리활동을 알리고 의회 방청도 할 거에요. 의장단들은 업무추진비를 이렇게 사용하더라, 의회는 이런 일을 한다는 걸 같이 공부하고 우리가 공부한 걸 신문형태로 만들어 주민들에게도 배포할 예정입니다”

은평대안의회가 특히 중점을 두는 건 이 사업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게 하는 것이다. 꾸준히 지역을 모니터링 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의회 모니터링이라고 해서 의원들 출석률이나 행정사무감사 등 형식적인 것을 보는데 그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재정보는 법, 정보공개청구가 말은 어렵지만 조금만 공부하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어요. 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건 내가 직접 해결해보는 경험을 쌓는 게 필요합니다”

무더위가 한풀 꺾이는 8월말부터 진행되는 은평대안의회 ‘나도 의원이다’가 생활정치의 새로운 시작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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