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 테이스티 로드 - <여름 음식 편>

365일 다이어트와 자나 깨나 운동을 부르짖는 본 기자. 그러나 놀랍게도 3년간 1킬로그램도 감량이 없어 도대체 운동을 하긴 하는 거냐? 얼마나 밥을 먹기에 그렇게 효과가 없느냐 등의 놀림을 받기 일쑤라 기자 조차도 회의감이 컸다.

그 와중에 올해 초 은평시민신문의 맛집 소개 코너까지 진행하면서 더더욱 다이어트의 길과는 멀어졌으니 올여름 식스팩을 만들겠다는 야무진 계획은 안드로메다로 간 지 오래. 이에 이왕 버린 몸, 곧 죽어도 때깔 좋은 몽달귀신이 되도록 실컷 먹고 나 죽자는 심정으로 악마의 기획을 만들었으니 이른 바, 은평 테이스티 로드!

모 케이블 방송사의 맛집 기행 프로그램처럼 이 맛집, 저 맛집 돌아다니며 배 터지게 먹고 죽는 기획되시겠다.

기존의 맛집 기행이 음식점 하나를 골라 그 가게의 연원과 메뉴까지 다양하게 소개해 주는 기획이었다면 이 기획은 테마를 정해 그에 맞는 음식점을 여러 군데 방문하는 콘셉트이다. 그 1탄은 바로 여름 음식 특집! 그런데 안타깝게도 원조 테이스티 로드는 두 미녀 MC가 진행하는데 반해 본 기자는 미남이 아닌 데다 파트너를 구하지 못해 그때그때 파트너를 바꿔가며 취재를 진행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

<콩국수>

여름의 대표 음식 하면 뭐니 뭐니 해도 고소한 콩국에 국수와 오이를 말아먹는 콩국수 아닌가? 그리하여 인터넷에 은평구 콩국수로 검색했더니 첫머리에 바로 뜨는 곳이 ‘윈첼지리산생고기집’! 본 코너를 같이 진행해 주신 분은 나고 자란 이래 60평생 은평구 진관동에서 살고계신 박애련 여사. 구파발 한의원집 딸로 태어나 대를 이어 은평뉴타운에 살고 계신 분이시다.

프라이버시상 개인 소개는 이만 하고 둘이 함께 네비게이션을 켜고 찾아가니 바로 역촌시장 초입에 자리 잡고 있다! 갈현동에 있으면서 왜 역촌시장인지 알 수 없는 역촌시장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윈첼지리산생고기집의 이름도 특이한데 그 기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수입 도너츠인 윈첼 도너츠 체인점 자리에서 10년간 윈첼 분식점을 하시다가 업종변경을 해서 윈첼지리산생고기 집이 되었다 한다!

영주서리태를 직접 갈아 만든 콩국수, 역시 국물 맛이 기가 막히다. 그런데 소 뒷다리 쥐 잡는 격으로 콩국수 먹으러 갔다가 무심코 시킨 코다리 정식 또한 끝내준다. 직접 만든 육수에 파송송 썰어 넣은 국물맛이 절로 소주 한 병쯤은 가뿐히 넘길 것 같은 맛!

더욱 더 놀라운 것은 기자 일행 이후에 들어온 다른 손님들께서 우리가 나가려고 하자 이 가게에 들어온 이상 일행이라며 같이 고추장 주물럭을 먹자고 잡는다. 그야말로 사해만민, 취객은 한 식구라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 아쉽게도 그넘의 살 안 빠지는 운동 한다고 나서는 스스로가 너무 미웠다.

<은평구 갈현동 489-17>

<장어구이>

다음 날 아침, 기자의 어머니께서 근처에 사는 둘째 누나와 함께 장어를 먹으러 가자고 하신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고백하자면 기자의 둘째 누나는 유방암에 걸려 제거 수술을 했고 현재 요양 중이다.

암환자의 원기 회복엔 특히나 민물장어가 좋다고 해서 자주 먹는 중인데 둘째 누나의 조카까지 네 사람이 함께 장어구이를 먹으러 찾아간 곳은 역촌동의 대표적인 횟집 다진 수산! 작년까지만 해도 일반 횟집이었는데 올해 들어 풍천민물장어까지 취급하고 있다.

역촌역 부근 장어구이 집 세 군데의 가격과 서비스를 비교해 보고 가장 저렴하다 싶어 찾아간 곳이긴 하지만 장어뿐만 아니라 각종 회와 냉면도 팔고 있고 밑반찬도 섭섭하지 않게 나와 골고루 먹기에 좋은 곳이다. 서울에서 민물장어가 가장 싼 경동시장(1kg에 42,000원)과 비교해도 각종 밑반찬이나 서비스를 고려하면 밑지지 않는다. 장어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강추한다!

<은평구 녹번동 144-1>

<추어탕>

여름철 보양식으로 빼놓을 수 없는 건 삼계탕이지만 복날을 기준으로 무수한 닭들이 희생당하는 게 마음이 아프다는 의견에 따라 삼계탕 대신 추어탕을 선택했다. 은평구에도 아주 많은 추어탕집이 있는데 역촌역 부근 가구 골목에 있는 할머니 추어탕을 찾았다.

비록 프랜차이즈 점이지만 영양돌솥과 함께 나오는 추어탕이 7,000원밖에 안 하는데다 반찬으로 나오는 어리굴젓은 따로 포장해서 판매를 할 정도로 맛이 좋다. 게다가 밥은 돌솥밥으로 미리 준비되어 있어 주문한 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상차림이 완성된다.

이번에 함께 식사를 한 분은 바로 은평시민신문의 박은미 편집장님! 아드님이 추어탕을 엄청 좋아한다고 해서 함께 먹기로 했는데 일요일 늦은 아점(아침과 점심)을 먹은 이후라 함께 오지는 못했다는 사연. 두 사람 함께 추어탕을 먹으며 은평시민신문과 기자 본인의 미래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으나 추어탕 맛에 대해선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이후 스케줄을 위해 일어섰다. 박은미 편집장님이 싸간 추어탕을 맛본 아드님은 기본에 충실한 추어탕이라는 평을 내놓았다고 한다.

<은평구 녹번동 162-11>

<빙수와 모밀>

일요일 오후, 점심에 추어탕으로 보양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본 기자 노총각답게 거실 마루에 널브러져 낮잠을 자다가 편집장님과의 약속을 떠올리고서 NC 백화점으로 향했다.

황금 같은 휴일 오후, 같이 영화를 볼 사람도 없는데 기자가 불광동 NC 백화점으로 간 이유는 은평구 최고, 최대 빙수인 ‘좋았나 빙수’를 먹기 위해서였다. 극장 밑이라서 당연한 걸지도 모르지만 늘어선 줄이 ‘좋았나 빙수’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10분 넘게 기다려 마침내 받아든 딸기빙수. 2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게 딸기 알맹이를 잔뜩 씹고, 전율스러운 두통을 경험할 수 있었다.

사실 이 가게 메뉴의 장점은 빙수를 시켜더니 와플도 같이 주는 메뉴에 있는데 혼자 가서 세트 메뉴를 시켜 먹을 수 없던 기자. 허전함에 푸드코트를 돌다 또 다른 여름 음식인 판모밀을 시켰다. 물론 판모밀만으론 조금 아쉬워서 새우튀김도 함께! 국물에 와사비, 양념 다 말아서 넘기니 특출 난 맛은 아니지만 6900원에 먹을 만하다. 

<불광동 NC백화점 9층>

<이자까야 구사단의 맥주와 안주>

든든히 배를 채우고 NC 백화점을 나선 기자, 자전거를 타고 불광천을 달려 증산동으로 갔다. 여름밤 하며 뭐니 뭐니 해도 시원한 맥주 아닌가? 은평구를 횡단해 간 곳은 그동안 함께 맛집을 탐방하던 루비마로 씨가 계속 집 앞 가게라고 페이스북을 통해 홍보하던 증산동 이자까야 구사단.

은평구의 사회적 경제 인프라를 만드는 사단법인 씨즈의 신입사원 강민지 씨와 함께했다. 이름만 보고 오해하는 분이 있을까 싶어 밝히는데 훤칠한 남자다. 셋이 맛난 구사단은 일본 프랜차이즈 이자까야로 꼬치구이와 규동 등을 파는 곳인데, 평일엔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장사가 잘된다.

이날 특히 맛있었던 메뉴는 타코와사비와 에비나베. 쫄깃한 낙지다리에 톡 쏘는 고추냉이를 곁들인 타코와사비와 두툼한 튀김옷을 입힌 새우튀김을 함께 먹으면 맥주 500cc 서너 잔은 가뜬하다. 동행한 두 사람이 술을 즐기지 않아 혼자 술을 2000cc나 퍼마신 기자는 집에 오자마자 뻗고 말았다. 그리고 이렇게 또 저만치 멀리 가버린 다이어트의 길. 오직 은평시민신문 독자들을 위해 살신성인하는 기자의 희생, 독자들은 기억하길 바랄 뿐이다.

<증산동 113 1층>

<짬뽕>

구파발 사는 박애련 씨에게 신교동짬뽕 국물 맛이 끝내준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던 기자는 8월 1일 은평구 내 작은 도서관의 조명을 LED로 교체하고 에너지 컨설팅을 해주는 일을 마치고 신교동 짬뽕에 갔다. 이날 서울의 수온 주는 올해 들어 가장 높았지만 매운 음식으로 그 더위를 이기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나마 밀가루 음식을 덜 먹겠다고 짬뽕밥 곱빼기와 중국식 탕수육인 꿔바로우, 짜장면을 시켰다. 꿔바로우는 돼지고기에 찹쌀 튀김옷을 입혀 튀긴 중국전통 음식으로 바삭바삭한 식감이 그만이다. 그리고 문제의 짬뽕! 기대만큼 얼큰하지는 않았지만, 기존 짬뽕에 들어가는 야채, 해산물과 함께 고기를 잔뜩 썰어 넣어 국물맛이 걸쭉하고, 후추가 칼칼한 맛을 더해준다.

짜장면은 고작 3천 원이고 1만 원 짜리 꿔바로우를 시키면 쿨피스 한 팩을 서비스로 주니 짬뽕밥 7천 원까지 더한 2만 원에 식후 음료수까지 마신 셈이다. 무엇보다도 숙취 후 해장 음식으로 교동짬뽕 한 그릇이면 끝!

불광동 542-3 1층

<낙지>

 

또다시 찾아온 일요일 오후, 역시나 시원한 거실 나무바닥에 누워 낮잠을 자던 기자는 원고 분량이 부족하다는 박은미 편집장님의 연락을 받고 박애련 씨를 다시 만나 불광동 먹자골목으로 향했다. 애초에 타깃 중 하나였던 봉평메일을 먹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독실한 신자인 사장님이 가게를 쉬는 바람에 불광동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 전주 단지네에 갔다. 개업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콩나물 국밥과 낙지볶음으로 손님이 몰리고 있는 불광동 맛집~!

낙지불고기를 시키고 보니 낙지는 중국산, 쭈꾸미는 인도산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프랜차이즈 점이다 보니 원재료의 한계가 있다. 낙지도 무교동 낙지만큼 맵진 않아서 이열치열엔 실패했다. 하지만 서비스로 계란찜이 나오고, 3천 원 짜리날치알 주먹밥도 양이 많아 가족끼리 찾아오면 좋을 듯하다. 또한 콩나물국밥은 5천 원에 공기밥, 콩나물 무제한 리필이고, 천원이면 모주도 한 사발 마실 수 있으니 가격 대비 훌륭한 음식점이다.

<불광동 542-3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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