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길 친구가 되어 주는 반딧불이 처럼 빛나는 카페

올 해 중학교 1학년인 김모군은 학교 수행평가 준비를 하면서 난감한 경험을 했다.

반 동무들과 모여 수행평가 준비를 하려고 보니 여러 명이 함께 모여서 얘기할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대형커피 체인점이 많지만 밥값보다 비싼 음료값도 부담스러웠고 어른들 틈에서 떠들며 얘기하는 것이 눈치 보이는 일이기도 했다. 저녁시간에 유흥주점과 나란히 있는 카페에서 만나는 것에 대해 부모님 역시 흔쾌히 이해해 주지 않았다. 가족들이 쉬는 주말과 저녁시간에 한 집에 모여 의논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카페에 모였지만 한 친구는 부모님과 함께 나왔고 모임이 끝나자 부모님의 손을 잡고 총총히 사라졌다.

학교와 집, 피시방을 빼고 청소년이 모여 얘기할 장소가 정말 없다는 생각에 뭔가 억울한 느낌마저 들었다. 

아마 대부분 중학생이 되면 학교과제를 함께 하기 위해 모일 장소조차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각자 알아서 조금씩 해오게 되고 머리 맞대고 의논하기보다 한 사람의 역량과 의지에 의해 수행평가 준비가 진행되게 된다. 청소년들의 이런 요구와 필요성에 따라 서울시에서는 현재 총 40여개의 청소년 휴 카페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은평구에도 서울시 청소년 휴카페로 지정된 카페가 있다. 은평구청 뒤쪽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는 <즐거운 반딧불이>카페가 바로 그곳이다. 2013년에 문을 연 이 카페의 시작은 같은 동네 학부모들이 아이들 교육문제를 고민하던 중 시작됐다. 갈 곳 없는 청소년, 자신의 개성과 꿈을 펼칠 수 없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바로 내 아이이기도 한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을 지켜주고 키워주기 위해 학부모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의기투합한 것에서 시작됐다.

<즐거운 반딧불이>는 부족한 용돈으로도 청소년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카페다. 이곳에는 청소년을 위한 전용메뉴가 따로 있다. 크림빵과 삶은 유정란이 5,6백원, 토스트도 코코아분말 스틱을 곁들인 우유도 각각 1천원이면 먹을 수 있다. 여름철 인기 메뉴인 1인용 빙수가 3천원으로 가장 비싸다.

무엇보다 이곳에서는 어른들 눈치를 보지 않고 쉴 수도 있고,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도 있다. 평일 오후와 주말에는 기타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 있고, 토요일 격주마다 은평예술회관옥상텃밭에서 도시농부학교인 <옥상농담>프로그램이 11월까지 진행되고 있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청소년들이 모여 멀리 한강까지 라이딩을 나갈 수도 있고 요즘 인기있는 보드도 이곳에 오면 어울려 탈 수 있다. 다가오는 방학에는 민물고기 탐사와 영화, 역사모임에 대한 요구가 있어 프로그램을 기획중이다.

<즐거운 반딧불이>는 청소년 휴 카페이기도 하지만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가족카페>이기도 하다.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5시전에는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성인과 어린이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는데 현재는 목요일 오전에 코바늘뜨기와 수요일에 우쿠렐레 배우기 프로그램이 진행중이다. 소모임이나 생일 다과모임을 할 수 있는 모임방도 있어서 대여가 가능하다. 자신의 재능을 살려 작은 사업이나 가게를 하고 싶은 주민들에게 카페 일정부분을 활용해 판매를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즐거운 반딧불이>는 6월로 문을 연지 1년이 되었다. 부모들과 청소년들의 많은 요구에 모두 다 부응할 수는 없지만 어두운 밤길 친구가 되어 주던 반딧불이 처럼 조용하게 빛나는 카페가 되길 바라본다. <즐거운 반딧불이>는 학원 끝난 청소년들이 잠깐이라도 쉴 수 있도록 매일 밤 10시까지 문을 연다. 일요일은 외부대관 때문에 오후 1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된다.

주소: 서울시 녹번동 76-12 1층
전화번호: 070-8223-7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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