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발터 벤야민은 스스로를 "나는 토성의 영향 아래 태어났다. 가장 느리게 공전하는 별, 우회와 지연의 행성……"이라 표현하였습니다. 자신의 멜랑콜리한 기질에 대한 고백이자 인정일 텐데요, 벤야민의 가까운 친구는 그를 ‘심오한 슬픔’이라 불렀다 합니다. 단단한 껍질 안에서 ‘질투는 나의 힘’이 아니라 ‘멜랑콜리는 나의 힘’이라고…….. 혼자 되뇔 지도 모르는 이 섬세한 영혼의 소유자, 게자리가 여섯 번째 천문 해석의 주인공입니다. 물론 주인공이라는 말에 문을 덜컥 열고 들어와, 달빛 같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외칠 지도 모릅니다.

"비가 오고 있다/ 여보/ 움직이는 비애를 알고 있느냐."(김수영의 시, ‘비’ 중에서)

게자리 (6.21-7.22)
나는 느낀다, 나는 보호한다. (I feel, I protect)

상징: 게, 지배행성: 달
구성 원소: 물, 진취적 에너지 (Cardinal), 행동유발 요인: 느낌

예민하고 따뜻한 어머니

해변가에서 게를 관찰해 보신 적이 있나요? 당신의 발이나 손을 감지한 게는 일단 뒷걸음 치고 나서 서서히 옆으로, 하지만 분주히 움직일 것입니다. 그러다가 당신이 멀어져 가기 시작하면 전속력으로 돌진합니다. 이 상황에서는 피하는 게 현명합니다. 게가 집게발로 물면 좀처럼 풀어주는 법이 없으니까요. 게자리가 사는 법도 이러하답니다.

게자리는 정서적으로 깊숙이 스며들어 교감하는 물의 별자리(전갈자리와 물고기자리)입니다. 가까운 친구들과 가족을 돌보고 보호하는 데 온 힘을 쏟는 전통적인 어머니 별자리(염소자리가 전통적인 아버지 별자리라면)입니다. 감정의 스펙트럼이 가장 넓은 게자리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지구상의 온갖 장르영화를 다 섭렵하게 됩니다. 금방이라도 울듯이 눈가가 젖어 있다가 어느새 깔깔거리고, 갑자기 괴팍하게 굴더니, 세상 어느 누구에게도 들어 본 적이 없는 농담과 유머로 포복절도하게 만들고는, 무언가에 상처 받아 무너지는 가슴을 싸안고 딱딱한 게 껍질 안으로 숨어들어가 기나긴 잠수를 타는 게자리…… 이들를 논리적으로 이해하기란 물리학 법칙만큼 이나 어렵습니다.

섬세한 배려로 편안하게 해줘

수호행성이 달이니 어쩔 수 없다 할까요? 하지만 당신이 아프면 누구보다 잘 돌봐 줄 것이고, 굳이 구구절절 이야기 하지 않아도 당신의 마음을 헤아려 줄 것입니다. 당신이 놓쳐 못내 아쉬운 드라마도 원작보다 더 재미있고 생생하게 재현해 줄 것이고, 50년 후에도 게자리 친구는 당신이 까맣게 잊어버린 추억들을 디테일 하나 놓치지 않고 고스란히 복원시켜 줄 것입니다. 늘 만일을 대비해서 지갑 안쪽 빳빳한 지폐 몇 장은 숨겨져 있을 테니 술값 걱정은 없으며, 돈이 없다고 걱정해도 비자금으로 적금 통장 몇 개는 아직 건재할 테니 당신은 곁에 무담보 신용대출 은행을 하나 둔 셈이랍니다. 가끔 이유 없이 괴팍하게 굴어도, 힘들다고 자주 투덜거려도, 늘 엄마이야기를 입에 달고 살아도, 기억조차 없는 사소한 일에 상처받아 잠수타기를 반복해도, 이런 친구가 곁에 있다면 든든하지 않아요?

게자리는 어린 유년 시절부터 용돈 벌이에 나선답니다. 걱정이 많은 게자리들은 만일을 대비해 놓지 않으면, 퇴로를 준비해 놓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언제든지 숨어 들 수 있는 자기만의 집은 이들에게 일종의 성역이랍니다. 집 구석구석에 만일을 대비해 식료품이며 구호품이며 돈을 숨겨두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걱정 없이 사는 것은 현모양처를 꿈꾸는 게자리의 마음에 문신처럼 박혀있는 그림이랍니다. 그 누구보다 마음이 따뜻하고 정서적인 게자리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을 보아도 선뜻 먼저 나서지 않는 것은 왜일까요? 그만큼 자기 보호 본능이 강하기 때문이랍니다. 헤엄쳐 나올 거리라거나 주변에 안전요원이 있다면 절대로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이기적이어서도 아니고 헤엄을 못 쳐서도 아닙니다. 그만큼 자기 보호 본능이 강해서랍니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면 마음과 시간과 돈을 너무 많이 베풀게 되므로 현명하게 배분하고 싶은 욕망에서 기인한답니다.

자기보호 본능도 강해

게자리는 언제나 주인공이어야 하는 사자자리나 광대기질을 가진 사수자리처럼 시선을 받고 싶어 직접적인 행동을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수줍고 소심해 보이는 외형과 달리 중심에 서고 싶은 욕망이 강하답니다. 그래서 교묘히 시선을 장악하면 놀라울 정도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답니다. 관심 받고 사랑 받고 싶은 욕구가 누구보다 강한 게자리는 결정적인 순간 예민한 감각으로 탁월한 수완을 발휘해서 우리를 위기에서 구해주기도 합니다. 우리의 내면을 상징하는 달을 수호성으로 가진 이들은 집단 무의식과 접속하는 데 능해서 로또에 당첨될 확률도 높답니다.

예민한 감각의 소유자, 작가들 많아

게자리는 예민한 감각으로 모든 것을 저장해 둔답니다. 머리에도 가슴에도 방 안에도 기억과 추억으로 빼곡히 차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드라마 시나리오작가나 소설가가 많답니다. 게자리 아이가 역사에 관심을 갖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요. 모든 것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 게자리는 집착과 우울에서 벗어나는 훈련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당신 없이는 못 살아’ 라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못해 동정심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도 많으니 게자리는 다른 사람을 돌보기에 앞서 자기를 먼저 돌봐야 합니다. 물병자리의 쿨함을 배워간다면 금상첨화겠지요?

엄마처럼 늘 곁에서 묵묵히 돌봐주고 위로해주는 따뜻한 게자리에게 고마움을 자주 표하는 것, 게자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생각보다 쉽답니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을 불렀던 심수봉, 월드컵 결승전에서 가족을 모욕하는 마테라치에게 박치기를 안겼던 지네딘 지단, 헤밍웨이, 헬렌켈러, 다이애너 왕세자비, 펄벅, 톰 행크스, 달라이라마, 넬슨 만델라, 비, 하지원, 수애, 이병헌, 펄벅, 케시 베이츠, 프리다 칼로…… 모두가 게자리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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