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와 재구성, 양상호 씨를 만나다

로스팅 스튜디오 ‘해체와 재구성’의 주인장, 양상호 씨를 처음 만난 건 작년 말 모 정당의 당원 모임에서였다. 양상모 씨는 불광역 부근에서 원두를 볶아 파는 일을 하고 있다고 본인을 소개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커피에 관심이 없던 기자였는지라 딱히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은평시민신문의 기획기사로 은평구 사람들을 소개하면서 해체와 재구성을 방문해보고 양상호 씨를 소개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지난 6월 6일 현충일, 해체와 재구성에서 로스팅에 몰두하고 있던 양상호 씨를 만났다. 

해체와 재구성이 자리를 잡고 있는 녹번동 거리는 필자에게도 매우 친숙한 거리이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연락하는 친구의 집이 있는 골목으로 자주 찾아갔는데 25년이 지나 다른 일로 그곳을 찾아갈지는 몰랐다.

녹번동에서 나고 자란 양상호 씨는 대학 졸업 후 창작 스튜디오에서 일했다. 그 스튜디오의 이름이 바로 ‘해체와 재구성’으로 대학교 동아리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던 선배가 운영하던 곳이었는데 그곳에서 콩을 사다 볶아 커피를 내려 마신 게 로스팅 스튜디오를 차리는 계기가 됐다 한다. 미디어 일을 그만두고, 뭘 하면 행복하게 살까 고민하다가 그동안의 스튜디오 생활을 통해 커피를 내려서 사람들이랑 같이 마시는 게 즐겁다는 걸 깨닫고 열매나눔재단 통해서 마이크로 크레딧으로부터 돈을 빌려 로스팅 스튜디오를 오픈한 것이 작년 7월 말. 이름도 선배와 함께 일하던 스튜디오에서 따왔다.

“모든 이들에게 신선한 원두를, 커피 볶아 남주자!”라는 슬로건을 내건 해체와 재구성은 일반 카페와 비교하면 터무니없을 정도로 싼 가격으로 원두를 팔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매장에서 파는 커피 값도 2500원이니 과연 돈을 벌긴 하나 싶지만 나름 먹고 살만 하다니 블루오션을 잘 개척한 사례일 듯하다. 임대료가 싼 은평구에 있고 직원이 필요 없어서 고정비용이 적게 나가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해체와 재구성의 주문 시스템은 다음과 같다. 고객이 인터넷이나 전화로 커피콩을 주문하고 입금하면 양상호 씨가 콩을 로스팅해서 택배로 부친다. 100g에 4,000원, 200g에 7,000원이니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점이나 대형마트에서 파는 가격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뿐만 아니라 다른 가게와는 비교할 수 없이 신선하고 질이 좋다.

콩을 볶는다니 말만 들으면 매우 쉬울 거 같은 일이지만 로스팅이란 게 생각보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작업이어서 바쁠 때는 밤늦게까지 작업에 매달리기도 한단다. 특히 핸드피크라고 안 좋은 콩을 골라내는 작업의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한다. 이렇게 한 알 한 알 정성을 들여 골라내고 볶아내는 커피콩이 우리의 안방으로 찾아오는 것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커피의 매력은 무엇이냐고 물으니 정답이 없는 게 매력이라고 답한다. 우리 사회는 획일화돼 있고 한 줄로 서 있어서 커피 문화의 경우도 오는 손님들마다 뭐가 제일 잘 나가냐, 뭐가 제일 무난하냐고 묻는데, 커피는 기호식품이라서 어떤 게 좋고 어떤 게 나쁘냐가 없다는 게 양상호 씨의 생각이다. 원산지에 따라 맛과 향이 다 다르다는 걸 참고해서 본인 입에 맞는 게 제일 맛있는 커피다라는 것이다. 또한 어떤 도구를 쓰느냐에 따라서 맛이 다르고, 어떤 방법을 쓰느냐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지기에 그것을 알아가는 것도 하나의 재미고 사람마다 다른 만큼 커피도 다 다르다는 게 양상호 씨의 커피관이다.

그래도 특별히 권하는 커피를 물어보니 그때그때 맞는 커피가 있다면서 비가 올 때는 만델링, 날이 화창하고 더울 때는 옐로우번, 기분이 우울할 때는 예가체프를 추천한다.

양상호 씨에겐 또 하나의 꿈이 있다. 그것은 커피공정무역여행을 기획하는 것이다. 우리가 늘 먹는 음식인 쌀도 그 생산 과정을 고민하고 체험하고 직접 생산하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데 커피도 소비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어떤 나무에서 나는지 알리고 싶고, 원산지에서 어떻게 농부들이 일하고, 어떻게 사는지, 같이 공유하면서 마시면 좋지 않을까, 서로 이어주는 일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나온 커피를 생산하는 현지로 여행을 가는 프로젝트이다. 당장 1, 2년 안에 실현되진 않겠지만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머잖아 꼭 이루고 싶은 꿈이다.

이렇게 환경과 미래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보니 직접 행동으로도 나선 바 있는 양상호 씨는 강정해군기지 건설현장에서 공사차량을 막다가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재판에 회부돼 고등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 중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와 구매자가 서로 얼굴을 알고, 같은 동네에서 늙어가는 삶을 살고 싶어요.”라고 소박하지만 다부진 포부를 밝히는 양상호 씨. 그의 바람대로 해체와 재구성이 은평구 지역 네트워크의 장이 되어서 재미있는 만남과 교류가 일어나는 사랑방 같은 곳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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