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괜.찮.다..’의 노희수 대표를 만나다

연극이란 본 기자에겐 가까이 하기엔 조금 먼 당신이랄까? 어렸을 적 교회 성극에서 마을사람1로 출연을 시작으로 10편이 넘는 연극의 주조연과 단역을 맡아 수십 명 앞에서부터 수천 명 앞에서까지 공연을 해봤지만 할 때마다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지? 하다가도 기회가 생기면 서슴지 않고 출연에 응하는 알 수 없는 관계다.

이런 본 기자의 가장 최근 출연작은 2013년 봄 은평평생학습관 말랑말랑연극워크숍의 첫 작품이었는데 그때의 경험을 기사로 썼으나 안타깝게도 은평시민신문 기사로 채택이 되진 않은 바 있다. 그 이후 우연히 길가에서 극단 ‘괜.찮.다..’의 연극 ‘손님’ 공연 포스터를 접하고 은평구에도 이런 곳이 있다니 참 신기해하면서 한번 가서 공연을 보고 시민극단 이야기를 해볼까 하다가 그만 타이밍을 놓쳐 공연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1년이 흘러 올해 봄, 다시 ‘손님’을 공연한다는 포스터를 접하고선 전화로 극단 대표인 노희수 대표와 약속을 잡고 인터뷰 후 공연을 관람했다.

극단 ‘괜.찮.다..’의 노희수 대표는 현재 인천에 거주하면서 연신내 한구석에 있는 극장 ‘나무끝을 날으는 까치’에서 3년째 연극을 연출, 공연하고 있다고 한다. 2006년 ‘돈 워리 비 해피’라는 연극을 마지막으로 대학로를 떠나 공연할 곳을 찾던 노희수 대표는 은평구에 거주하고 있던 한 단원의 추천으로 2010년 역촌동에 연습실 겸 공연장을 임대했고, 2012년에 계약이 끝나자 교통이 불편한 그곳을 떠나 지금의 ‘나무끝을 날으는 까치’ 자리를 다른 부동산으로부터 세 번이나 소개받고 운명이다 싶어서 계약했다 한다. 극장명 ‘나무 끝을 날으는 까치’는 김남주 시인의 ‘옛 마을을 지나며’라는 시의 ‘찬 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에서 따왔다고 한다. 지금까지 ‘극단 괜.찮.다..’는 은평구에서 ‘돈 워리 비 해피’와 ‘손님’이란 연극 두 편을 벌써 5년째 공연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공연을 찾기는커녕 아는 사람도 적은데 다달이 임대료와 그 외 전기요금, 수도요금, 식대 등 부대비용이 들어간다. 어떻게 그런 비용을 마련하느냐고 노 대표에게 물었더니 은평구 오기 전까지는 돈 버는 것에 혈안이 돼 있었는데 옮겨온 후 욕심을 버리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면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찾아가서 뮤지컬을 공연하면서 비용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순간 기자가 이사할 때 와서 아르바이트로 왔던 배우들이 떠올랐다. 그들도 은평구에 산다 했다) 그렇게 배우들과 함께 공연 비용을 마련해 장기간 공연을 하면서 배우들은 경력을 쌓고, 또 다른 배우들이 따로 연습을 한 후 들어와 또 공연을 올린다고 한다. 그야말로 연극을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운영방식인데 지원하는 배우들도 대단하다 싶다. 이런 배우들은 어떻게 모집하느냐고 물으니 연극배우들이 자주 가는 사이트에 모집 공고를 올리면 배우들이 찾아와서 오디션을 보고 지금의 운영방식에 동의하면 그때부터 함께 연습을 한다고 한다.

이렇게까지 해서 연극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어렵고 힘든 생활이지만 수원 살다가 은평구로 이사 와서 고시원에 기거하며 공연을 준비할 정도로 열정을 보인 배우도 있었다 한다. 도대체 이들이 이렇게까지 고생하며 연극을 하는 이유는 뭘까? 답은 연극이 좋아서, 아침에 깰 때마다 스스로 왜 이러고 있냐고 묻지만 여전히 이런 생활을 감수할 정도로 연극이 사랑해서이다.

이 공연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우리가 여기 있습니다. 또 보러 와주세요”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한다.

그렇다. 이렇게 은평구 연신내 한구석에서 한두 명의 관객을 앉혀놓고도 피나는 연습 끝에 공연을 하는 이들이 있다. 대다수의 은평구민은 이런 극장에서 연극을 하는지도 몰랐고, 알고 있다고 해도 이런저런 사정이 있다고 안 갈 확률이 높지만 이들은 오늘도 묵묵히 연습을 하고 공연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노희수 대표에게 장래 포부를 물으니 본인이 알기에도 은평구에 연극 하는 사람이 많고, 극단의 연습장도 많은 걸로 아는데 연습장으로만 쓰지 말고 공연을 해서 은평구에 이런 공연장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한다. 날로 상업화되어 코믹로맨스극과 개그공연이 상연작의 상당를 차지하고 있는 대학로를 떠나 임대료 싼 은평구의 이곳저곳에 극장을 만들고 거주하며 다양한 공연을 올린다면 은평구가 제2의 대학로가 되지 말란 법이 없지 않은가? 물론 닭이 먼저냐, 달걀의 먼저냐의 문제처럼 은평구민들의 연극을 많이 봐서 공연장이 생겨야 하는 것인지,

많은 공연장이 생겨서 공연을 많이 볼 것인지의 문제가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기자가 했던 워크숍처럼 다양한 시민극단들이 생겨서 자기의 이야기로 연극을 만들고 공연을 해서 소통이자 치유의 수단으로 연극을 활용했으면 한다. 서울 마을 만들기의 대명사로 추앙받는 성미산 마을의 명소가 바로 마을 극장이고, 그 극장에서 시민들의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 것처럼 말이다. 과연 은평구에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우선 극단 ‘괜.찮.다..’의 연극 ‘손님’을 한 번 보고 난 다음에 이야기하자.

-연극 ‘손님’은 외딴 산장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둘러싼 세 여자의 갈등을 그리고 있는 심리스릴러다. 다소 불친절한 내러티브, 일반인이 공감하기 어려운 설정, 약간 감정이 과장된 듯한 연기가 조금 아쉽지만 그만큼 배우와 연출가의 열정이 강하게 느껴지는 연극이다. 특히 여배우들의 히스테릭한 장애인 연기가 뛰어나다. 적어도 공짜로 보기에는 많이 미안한 연극이고, 더블 캐스팅이라고 하니 다시 한번 볼 만한 연극이다.

월~목은 저녁 7시 공연이고, 일요일은 저녁 5시 공연이다.(금, 토는 대관 가능) 단, 5월 4, 5, 6일 공연은 쉬고 지금 공연팀은 5월 18일까지 공연한다고 한다.

공연 문의: 2625-6271, 010-7187-6261
공연 정보 까페: http://cafe.naver.com/2014sonn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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