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안에서 사람과 자원이 순환하고 재투자되는 은평을 꿈꾼다,

▲은평상상허브 개소식 네트워킹 파티 사진(입주자 모임)

사회적경제가 더욱 필요하고 적합한 은평

흔히 은평구의 경제현황 및 특징을 말할 때 떠오르는 문구들이 있다. 대규모 산업단지나 큰 기업이 없다, 전체 사업주의 99.3%가 소기업이라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다, 전형적인 주거지역이라 유동인구가 많지 않고, 구민들의 상당수가 관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자치구가 나서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 해도 직접적인 재정투입을 늘리기에는 여력이 안 되는 실정이기도 하다. 다 맞는 이야기인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은 ‘외부의 대규모 자본 유치 -> 산업활성화 -> 일자리창출 ’이라는 기존의 지역경제 개발논리를 은평구에 적용하는 순간, 다시 악순환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음을 말해주고 있다.

지역 소규모 사업주들과의 상생과 지역의 사회복지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서비스의 확대를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해야만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면서 지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공동체에 대한 건강한 의식과 그 필요성에 대한 자각일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의 마을을 지향하는 오늘의 은평구는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자본보다는 사람과 노동을 중시하는 사회적경제

많은 이들이 사회적경제에 대해 어려워하지만, 그 지향은 단순하다. 불평등과 빈부격차, 환경파괴 등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대안이 필요한 현 시점에서 이윤의 극대화가 최고 가치인 시장경제가 아닌, 사람과 노동의 가치를 우위에 두는 경제와 사회를 만들자는 것. 쉽게는‘여럿이 함께하는 경제’로 설명할 수도 있겠다.

은평구에도 이러한 가치를 지향하면서 경제활동을 하는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자활기업이 총 90개가 있다. 대안적 지역재개발과 지역재생 전문 사회적기업인 두꺼비하우징, 관계를 통해 건강한 삶을 꿈꾸며 사려 깊은 진료를 하는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사회적경제 조직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와 지역 경제는 좀 더 인간중심적이고 건강해질 것이다. 민선 5기 들어 사회적경제가 많이 활성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역경제 활성화의 기본 원리와 가치가 사회적경제로 전환되었다고 보기에는 아직 남은 과제들도 많다.

▲은평 청소년 사회적경제 교육 프로그램 ‘Y보라’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어볼까

사회적경제는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삶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을 충족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공공서비스가 가진 경직성을 혁신하면서 주민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주거, 먹거리, 의료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녹지가 많은 은평구에서 도시농업공원을 만들거나 체험형 환경교육을 할 수도 있고, 오래된 대장간 등을 관광코스화하여 국내외 관광객이 은평을 찾게 하여 지역 식당이나 숙박을 이용하게 하는 등 생활과 연계된 활동을 만들어낼 수 있다. 삶을 나누는 방식이 다시 지역을 살리는 방식으로 선순환되는 고리가 사회적경제 활동인 것이다.

그 중의 하나로 제안할 수 있는 것이 학생들의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중고등학교 학교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일상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 첨가물이 가득한 간식과 급식이 아니라,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참여하는 협동조합의 형태로 매점을 운영해 보는 것이다. 매점 뿐 아니라 교복 공동구매, 참여형 소규모 수학여행, 학습준비물 공동구매, 급식재료 공급 등으로 확대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학생들은 리더십, 건강한 경제활동, 나눔의 가치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구로구 영림중학교 설치된 학교 매점 협동조합 ‘여물점’의 사례를 보면, 친환경 먹거리의 비율을 80%까지 높였고, 학부모의 자원봉사 참여로 학교 주변 환경도 개선되었으며, 학교폭력 접수현황을 분석해 본 결과 심각한 사례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수익금을 매점 운영자가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데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경직된 공공서비스를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자

준비 미흡으로 인해 ‘대란’이라고까지 표현된 초등 돌봄교실, 요양시설과 재가서비스가 분리되어 있어통합적으로 케어와 치료를 받기 힘든 노인 환자들, 수백억의 예산을 들여 지었건만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공급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일부의 공공시설물들...비효율 또는 예산낭비라는 비난을 받는 이러한 사례는 은평구에서도 찾을 수 있다. 공공성을 강화하고 유지하는 것이 더욱 필요한 영역은 제외하되, 소비자를 중심으로 일과 서비스를 재편할 필요가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역량과 책임성이 높은 사회적경제 조직을 활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다.

최근 정부나 서울시도 효율성과 비용절감만 중시하던 개발과 위탁방식을 노동자의 근로조건, 지역 사회에 대한 책임, 환경에 대한 영향 등을 고루 반영하는‘사회책임조달’제도를 도입하고자 하고 있어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유휴 공공자산 및 사회서비스의 위탁이 활성화되면 공공서비스의 혁신 뿐 아니라 사회적경제 조직의 운영 및 근로자의 노동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이러한 일들이 현실이 되려면 민- 관의 협력과 제도적인 뒷받침, 즉 사회적경제 활성화 및 지원을 위한 조례, 사회적경제 기금, 판로개척 지원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사람과 의지가 많아지고 높아지는, 혁신의 에너지가 넘치게 되는 것, 이를 통해 생활의 곳곳에서 건강한 사회적경제를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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