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발달장애인의 이야기

유재숙 /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 마을기자단
유재숙 /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 마을기자단

평범한 세상 삶 속에 안타깝게도 소외된 계층이 존재하는 건 현실이고 그 무리 중에 장애인이라는 숙명을 안고 사는 사람들과 그 가족들이 있다. 크게 소리 내어 우는 곳에 좀 더 많은 사회혜택을 주는 현실에서 경쟁으로 가는 장애인들끼리의 관계 또한 서글픈 현실이다.

2013년 10월 관악구에서 발달장애인 가족 4명이 죽음을 선택했다. 평범한 아버지가 발달장애인 자녀와 형제 부인을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가족은 유서를 남기지 않았고 경제적 부채로 인한 비관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 졌다. 그리고 지난 11월 같은 관악구에서 역시 지극히 평범한 발달장애인 자녀와 아버지가 죽음을 선택했다. 사랑하는 아내와 또 다른 자식만이라도 편안하게 살게 하려고 “이 땅에서 발달장애인을 둔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건 너무 힘든 것 같다. 힘든 아들은 내가 데리고 간다. 꼭 아들과 함께 묻어 달라”는 긴 유서를 쓰고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자살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장애라는 이유로 불편함을 감수하며 평생을 사는 장애인들 속의 또 다른 장애인.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를 통합한 복지카드에 등록된 공식 명칭은 ‘발달장애’라 칭한다. 그 중에도 1.2급 발달장애를 가진 중증 발달장애인인 그들! 그들은 가족이 아닌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어려움 속에서 고통 받고 있다. 다른 장애인이 겪지 않는 이들만이 겪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이 감당해내야 할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오늘은 중증장애인이 낮 시간 동안 이용하는 장애인 주간보호 시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비장애인들에게는 관심 없는 세상 한 켠 외로운 공간이지만 중증 발달장애인들이 주간보호 시설에서 머무는 시간은 그 가족들의 유일한 해방의 시간이다. 또한 주간보호 시설은 장애인 가정에게는 세상의 도피처이면서 없어서는 안 되는 안식처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증발달장애인들에게 절박한 주간보호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은평구의 장애인 주간보호시설의 경우 이용기간이 5년으로 정해져 있는 시설과 정해져 있지 않은 시설이 있는데 주간보호시설의 대기자가 10명에서 50여명에 이르러 시설을 이용하려면 최소 3~4년은 기다려야만 한다. 중증장애인들의 어려움을 최대한 해결해 주기위해 그동안 25명까지 수용했던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 주간보호센터의 경우 서울시의 주간보호시설 지침(사회복지사 3인에 이용자 10인~15인)의 잣대로 이용자를 축소하라는 권고가 있어 결국 2014년을 기해 이용자 15명으로 축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긴 시간 대기하며 기다렸던 가족들에게는 가슴 무너지는 답답한 결정일 수밖에 없다. 서울시 장애인 주간보호 지침의 경우 시설 당 3인의 관리 인력으로 이용자 10인 이상을 돌보는 실정인데 3인(1호봉 5급사회복지사)의 사회복지사가 하는 일은 실내‧외 프로그램 진행과 신변처리 차량운행 식사지원과 회계업무 자원봉사자와 후원자개발 시설관리 등 과중한 업무를 떠맡고 있다.

발달장애의 경우 자해하고 소리 지르고 물고 때리는 과잉 행동으로 1:1 대응이 필요하기에 시설마다 업무 진행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상생활이 어려운 이용자는 거부할 수밖에 없어 거부당하는 이용자의 경우 가족들이 감당해야만 한다. 활동이 상대적으로 덜 어려운 이용자만을 받아야 만하는 시설의 현실이 열악한 서울시의 장애인 주간보호시설 정책이 개선되어야 함을 알아야 할 것이다.

월 20~30만원의 이용료가 부담스럽지만 부족한 시설을 이용하려는 발버둥으로 이용료 감면은 감히 생각지도 못하는 사치스러운 푸념으로 치부 되었고 적은 인원으로 중증장애인 15명을 돌봐야하는 사회복지사에게는 위험에 노출된 근무 현장에서 희생과 봉사라는 그럴싸한 명분으로 적은 임금과 중노동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 서울시 장애인 복지이다. 현재 이용자 대비 3명의 주간보호센터 직원들의 인원을 현실에 맞게 늘려서 더 배치한다면 힘든 장애인들이 갈 곳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갈 곳이 부족해 대기 중인 인원이 더 줄어들지 않을까?

2만2천여 명의 장애인이 거주하는 은평구에 다른 구에는 있는 구립 장애인 주간보호시설이 생기는 것이 중증 발달장애인 부모님들의 숙원이건만 예산이 없다는 구청의 대답보다는 올 해엔 구립장애인 주간보호 센터가 생긴다는 희망의 대답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국민소득 2만불의 대한민국이 4만불의 시대가 온다는 장밋빛 희망에 들떠있는데 그늘지고 소외된 장애인들과 그 가족 그리고 그들과 관련된 일을 묵묵히 해나가고 있는 사회복지사도 같은 희망 속으로 동참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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