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명 /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 마을기자단
손창명 /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 마을기자단

얼마 전에 같이 일하는 휠체어 장애인 동료와 같이 식사를 하게 되었다. 무엇을 먹을까 하다가 가까운 곳에 칼국수란 간판이 크게 붙어 있는 집으로 향했다. 앞장서서 가던 그 친구의 휠체어가 멈췄다. 얼른 앞을 보니 높은 문턱이 가로 막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다른 집으로 향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음식점들은 높은 문턱으로 휠체어를 밀어냈다.

문턱 없는 집을 찾아 나섰다. 이리저리 빙빙 돌아다니다가 겨우 한 집을 발견했다. 그 집도 휠체어가 편하게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주인아저씨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휠체어를 앞뒤로 들어서 문턱을 간신히 넘었다. 대충 자리를 잡고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 친구가 들리지 않는 소리로 강하게 말했다.

“공연히 제가 왔나 봐요!”

당치 않은 소리라고 말을 하는데 그 친구는 또다시 힘겹게 빨대를 입에 물고 한자 한자 글씨판을 찍었다. 말을 할 수도 없고 손을 쓸 수도 없는 그 친구가 유일하게 의사소통을 하는 방법이다. 그 친구는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큰소리로 외치듯 한 글자 한 글자 찍어 내려갔다.

“나는 필요 없는 사람인가 봐요 ”

“지난번에는 볼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봄볕을 쬐고 싶어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왔어요. 화사한 햇볕 때문인지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어요. 봄기운에 살짝 들떠서 다니는데 “복잡한데 저런 걸 왜 끌고 나와!” 누군가 그러더군요. 쳐다보지도 못하고 뒤통수가 따가워서 혼났어요. 언제부턴가 공원이랑 길거리에 조경이 잘 되어 있어요. 화단이 넓어지고 조형물 같은 것이 설치되고 그러다보니 다닐 수 있는 길이 좁아졌어요. 특히 잘 꾸며진 길이나 공원에는 갈 엄두가 않나요. 앞으로 날씨가 좋아지면 사람들은 더욱 많아지고 우리의 길은 없어 질 테니까요. 그런 곳에 가면 나는 짐짝이 된 기분이에요”

분노보다는 평소처럼 해맑은 눈빛으로 말하는 그의 모습에 나는 어떤 위로의 말도 하지 못했다. 요즘 공원이나 길거리를 보면 성형 수술 하듯 다른 곳에서 재배한 꽃을 갖다 심는다. 무더기로 쌓여있는 꽃은 일률적으로 색깔이 맞춰지고 틀처럼 만들어진 화단에 심어진다. 사람들이 다니고 쉬어야 할 공간이 공원을 가꾼다는 명목으로 줄어든다. 꽃이 지기도 전에 뜯겨지고 새로운 꽃들이 그 자리를 메운다.

은평구의 인구 502528명 중 장애인 인구는 21583명이다. 장애유형별로 살펴보면 지체장애 뇌병변 장애 시각장애인의 인구가 15112명으로 70%를 차지한다. 내가 꿈꾸는 장벽 없는 마을이 과연 이 들만을 위한 마을일까? 배가 볼록하게 나와 걷기 힘든 임산부부터 유모차를 끌고 나온 아기 엄마 지팡이에 걸음을 맡기는 어르신들까지 삶과 쉼이 있는 곳에는 마을사람들이 모이기 마련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우리는 아무런 장벽 없이 삶과 쉼을 누리고 있을까?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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