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미 /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 사회복지사
이승미 /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 사회복지사

마을에 한 아이가 태어났다. 그 아이는 맞벌이하는 부모님을 대신해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보육을 받고 초‧중‧고등학교에 차례로 입학해 학창시절은 보낸다. 그러다 자신의 꿈을 갈망하며 대학생활과 취업을 고민하다 이내 자신의 길을 택한다. 그렇게 취업을 해 자신의 일을 갖고 돈을 모아 가정을 꾸린다. 그렇게 보편적인 삶을 살아간다.

마을에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났다.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 보육 받는 통합보육 어린이집은 많지 않다. 가까스로 들어가 통합보육을 받고 특수학급이 있는 일반학교나 특수학교를 거쳐 20살이 되었다. 청년이 된 발달장애인이 선택할 수 있는 삶은 거의 없다. 주간보호센터를 찾거나 취업을 희망하는 장애인은 직업훈련을 받기 위해 복지관이나 센터를 찾는다. 그 외의 소수의 인원만 복지관 등에서 운영되는 대안대학에서 자신의 꿈을 고민한다.

취업을 하지 못한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할 수 없는 장애인 당사자의 삶을 생각해 본 적 있는가? 나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이 기사를 무심코 넘기지는 말자. 우리 이웃의 일이니 말이다.

대부분의 장애인은 이용 가능한 주간보호센터의 대기 순서를 기다리며 취업을 희망하며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보편적인 삶에서 차별을 감수하며 선택하기보다 받길 바라며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 십년의 세월을 보낸다.

그들과 함께하는 가족의 삶은 어떠할까? 장애인 가족의 삶 역시 선택받길 희망하는 장애인과 함께 그 선택을 기다릴 뿐이다. 세월이 흘러도 끝까지 내 아이를 책임져야한다는 의무감에 자녀보다 하루를 더 살아가길 희망한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계에서는 장애차별철폐의 날로 선포하고 그에 맞는 행사를 해나가고 있다. 장애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 흐름 속에 우리들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적어도 한 번쯤은 그 삶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

저작권자 © 은평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